北공장이 中제품을 북한산으로 둔갑시키는 까닭

북한 국영기업소에서 최근 중국 제품을 들여와 포장만 바꿔 북한산(産)으로 둔갑시키는 행태가 만연한 것으로 전해졌다. 상품을 생산할 능력이 없는 기업소가 김정은의 ‘수입병 타파’와 ‘국산화’ 지시를 이행하기 위해 ‘눈 가리고 아웅’식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소식통이 알려왔다.

평안남도 소식통은 21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중국에서 상품을 들여오면 바로 시장에서 중국산으로 파는 게 아니라 포장을 하고 국산(북한산)으로 파는 방식이 유행하고 있다”면서 “예전에는 돈주(신흥부유층)나 도소매를 하는 장사꾼들이 개인 창고에 쟁여(쌓아)놓고 시장에 푸는 방식이었지만, 이제는 국영기업소에서 독점권을 얻어, 중국산을 북한산으로 바꿔 상품을 팔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소식통은 “중국 상품이 국영기업소에서 포장 작업 이후 국산품으로 바뀌어서 시장에서 팔리고 있는 셈”이라면서 “처음에는 일부 기업소만 이런 교묘한 수법을 사용했지만, 최근엔 다른 기업소들도 모방해서 확산되고 있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소식통에 따르면, 김정은의 수입병 타파와 국산화 비율 제고 지시를 기업소들이 이행하려고 해도 생산 기술이 낙후된 공장기업소들이 ‘고육지책’으로 어쩔 수 없이 이러한 꼼수를 선택한다는 것. 북한 대부분의 주민들이 자국 제품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진 상황에서 이 같이 중국산을 북한산으로 바꿔 이러한 실추된 이미지를 제고해 내수활성화를 꾀하고 있다는 것이 소식통의 설명이다.

소식통은 “커져가는 (북한) 시장에 상품을 팔아서 돈을 벌수밖에 없지만, 제조업에 대한 기술력 부족으로 주민들의 높아진 요구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면서 “‘초콜레트 단설기(북한산 초코파이)’ 등 직접 생산된 상품이 처음에는 신기하다는 이유로 반짝 팔리기는 했지만 맛과 질이 떨어져 주민들은 이내 싫증을 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는 그동안 남한 초코파이와 중국 과자 등에 입맛이 길들여진 주민들을 사로잡는 수준의 기술이 없다는 것을 말해준다”면서 “중국에서 대량으로 물품을 들여와 포장만 해서 웃돈을 얹어서 파는 수법을 이용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소식통은 “위(김정은)에서 우리 것에 대한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는 점과 함께 국산화를 강조하면서 ‘우리도 만들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 이 같은 술수가 나온 것”이라면서 “처벌이 두려워 말도 안 되는 방법밖에 내올 수 없는 안타까운 상황이 펼쳐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과 같이 북한이 자체 개발·생산했다고 거짓 주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북한이 자체 개발해 제작했다고 주장한 컴퓨터 운영 체제 ‘붉은별 3.0’도 미국 애플사(社)의 ‘맥 OS X’와 유사하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특히 북한은 2013년 관영매체를 통해 자체 개발했다고 대대적으로 선전한 태블릿PC ‘아리랑’도 중국에서 만든 제품일 가능성이 크다고 미국 CNN이 당시 보도한 바 있다.

소식통은 “부품을 조립만 하고도 ‘자체 개발했다’는 (당국의) 거짓 선전을 지켜본 기업소 간부들은 껍데기(포장)만 바꾸어도 우리가 생산했다고 단순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결국 국산 제품을 만들었다는 선전만 진행할 뿐, 근본적인 기술 개발을 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며 그럴 능력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상용 기자
sylee@uni-medi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