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1일 발표한 신년공동사설에서 미북관계 개선과 대화를 통한 평화체제 구축을 대외관계 주요 목표로 제시하면서 북핵협상 재개 가능성을 시사했다.
공동사설은 “조선반도와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보장하는데서 나서는 근본문제는 조(북)미사이의 적대관계를 종식시키는 것”이라며 “대화와 협상을 통하여 조선반도의 공고한 평화체제를 마련하고 비핵화를 실현하려는 우리의 입장은 일관하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공동사설에서는 “조선반도 비핵화를 실현하고 동북아시아와 세계의 평화와 안전을 수호하기 위한 우리 공화국의 자주적인 대외정책의 정당성은 날이 갈수록 더욱 힘있게 과시되고 있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밝혔다.
그러나 올해는 구체적으로 ‘조미사이의 적대관계를 종식시켜야 한다’고 언급하며, 미북관계 개선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북한이 공동사설에서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여타의 6자회담 참여국에 대한 거론을 생략한 채 오직 대미관계만 언급함에 따라 올해 북한의 대외관계는 미국에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북한은 북중수교 60주년을 기회로 대중관계 회복에 주력했었다.
특히 대화와 협상을 통해 미국과 평화체제를 마련하겠다는 공동사설의 주장은 6자회담 무대에 평화체제 의제를 본격적으로 상정하겠다는 북한의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6자회담이 재개되더라도 비핵화 논의에 앞서 평화협정 체결을 요구하는 북측의 주장 때문에 북핵협상의 난항을 겪는 것이 아니냐는 어두운 전망이 이어진다.
앞서 조총련 기관지인 조선신보는 “조미 회담에 임하는 조선 측의 최대 관심사는 항상 평화이며 그 외의 잡다한 문제는 주된 의제로 상정될 수 없다”고 강조한 바 있고, 스티븐 보즈워스 미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방북 시에도 북한은 미북관계 정상화보다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유호열 고려대 교수는 “보즈워스 대표가 방북했을 당시 논의한 내용을 그대로 공동사설에 옮겨 놓은 것으로 해석하면 될 것”이라며 “북한으로서는 평화체제가 1차적 목표이고, 비핵화는 이에 따른 후속조치라는 기존의 입장을 그대로 밝힌 것이고, 미북관계에 임하는 기존의 입장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 교수는 “북한이 평화체제를 조건으로 내세우는 상황에서 내년에도 비핵화 목표가 달성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북핵 문제와 관련해 상황을 악화시키거나, 압박하지 않았다는 것 정도를 긍정적 의미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