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공동사설, 선군정치 ‘호전성’ 높아졌다

북한은 1일 노동신문, 조선인민군, 청년전위에 “올해에 다시한번 경공업에 박차를 가하여 인민생활향상과 강성대국건설에서 결정적 전환을 일으키자”는 제목의 신년공동사설을 발표했다. 북한의 공동사설에는 김정일의 통치 구상과 조선로동당의 정책방향이 담긴다.


북한은 이번 공동사설에서 정치사상, 경제, 군사,대남정책(통일정책), 대외정책 등 분야별 정책방향과 교육, 문학예술, 보건, 체육, 국토관리(도시경영), 청년 및 근로단체 등 부문별 단위별 정책방향을 제시했다. 우리는 북한의 공동사설에서 경제, 군사, 대남, 대외 등 4개 분야에 대한 정책방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북한정권은 올해에도 경공업을 발전시켜서 인민생활을 향상시키고 강성대국을 건설해야 한다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북한정권은 1998년 대기근과 경제위기를 빠져나오는 과정에서 2012년까지 정치사상강국, 경제강국, 군사강국 등 ‘강성대국’을 건설한다는 국가목표를 제시했다.


북한정권은 모든 당원들과 인민들이 주체사상과 선군사상으로 무장되어 있고 수령을 중심으로 굳게 단결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정치사상강국’을 했고, 강한 군대 양성과 핵무기 보유를 실현함으로써 ‘군사강국’을 실현했다고 선전해 왔했다. 그러나 경제강국 건설에 대해서는 여전히 별다른 성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인민들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강성대국 건설의 성패가 걸린 문제고, 정권의 안정 여부가 달린 문제다. 김정은 후계체제의 성패 역시 주민들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느냐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지난해 말 김정은이 3년 내 인민들에게 쌀밥에 고깃국 먹이겠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북한정권으로서는 경제발전과 생산 정상화를 목표로 내걸 수밖에 없는 셈이다.


그러나 이번 공동사설에서는 경제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질적 대안이 발견되지 않는다. 북한정권은 과학기술발전을 통한 생산력 증대, 자력갱생의 원칙 구현, 우리식 사회주의에 입각한 경제관리 개선 등 사회주의 경제발전전략을 고집하고 있다. 사실 북한정권이 사회주의 계획경제의 구조적 한계를 개선하지 않는한 경제발전을 이루어 낼 수 있는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때문에 공동사설이 인민들의 먹고사는 문제를 선차적으로 해결한다는 의욕을 아무리 강조해봤자, 그 가능성은 요원할 수 밖에 없다. 
 
공동사설은 선군정치를 지속하면서 군사력 강화에 주력할 것이라는 방침을 제시했다. 주목되는 점은 선군정치의 공격성을 과감히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다. 공동사설은 지난해 평가에서 “당의 사상은 공격사상이며 당의 혁명방식도 공격방식”이라고 강조했고, 올해 군사정책 부분에서는 “인민군대의 정신은 백두의 공격정신이며 정의의 대응방식은 즉시적이고도 무자비한 섬멸전”이라고 규정했다. 북한은 1990년대 이후 북핵위기, 대기근, 경제파탄, 시장의 확대와 외부 정보유통 등 대내외적 위기에 직면함에 따라 정권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선군정치를 내세웠다. 군대의 물리력으로 정권의 안전을 유지하고자 북한군을 ‘수령의 군대’로 규정했고, 군부에 ‘수령결사옹위 정신’을 주입시켰다. 국제사회의 감시와 반대속에 집요하게 핵무기 개발에 주력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지금까지 북한의 선군정치는 군부의 무력을 통한 정권안정과 체제유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런데 지난해 북한은 천안함 폭침사건과 연평도 군사도발 등 선군정치의 기조를 앞세우며 당당하게 대남도발을 실행했다. 북한의 선군정치가 이렇게 한국을 향한 공격적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점은 앞으로 우리정부가  북한의 제한적 군사도발에 대해 일상적인 대응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앞으로도 북한정권은 국방부문에 대한 우선적인 자원투자를 통해 우라늄 농축 방식의 핵무기 개발 등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3차 핵실험 가능성은 점점 더 높아질 것이다.


공동사설은 대남정책과 관련, “북남사이의 대결상태를 하루빨리 해소”하고 “조선반도에 조성된 전쟁의 위험을 가시고 평화를 수호”해야 하며, “대화와 협력사업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는 방침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러한 문맥만으로 북한이 진심으로 남북한 대결상태 해소를 원한다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


공동사설은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군사도발을 자행한 것에 대해서는 일언반구의 언급도 없이 오히려 현재 남북간 대치상황이 한국정부의 반통일적인 동족대결정책 때문이라고 강변했다. 그러면서 전쟁이 발발하게면 ‘핵참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협박했다.
 
결국 공동사설의 ‘남북관계 개선’ 언급은  ‘대남 평화공세’에 불과하다. 북한은 지난해 공동사설에서도 “북남관계 개선의 길을 열어나가야 한다” “민족의 화해와 협력을 적극 실현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으나, 천안함을 몰래 공격하고 연평도에 포탄을 퍼부어 민간인까지 희생시켰다.  


이번 공동사설에서는 대외정책 분야가 매우 간략하게 언급됐다는 특징도 보였다. 공동사설은 동북아시아 평화와 한반도의 비핵화를 실현하려는 입장과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고 하면서도 미국을 겨냥한 듯 ” 제국주의의 강권과 전횡에 맞서 투쟁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국에 대해서는 지난해 김정일의 두차례 방중을 상기하면서 “전통적인 조중친선관계를 새로운 단계에 올려세우고 우리의 혁명의 유리한 환경을 마련했다”고 자평했다. 북중관계를 긴밀하게 유지하면서 중국을 등에 업고 미국, 한국 등 국제사회에 맞서는 핵개발 전략을 지속할 것이라는 속내가 읽혀진다.


공동사설 분석을 통해 얻어지는 최종결론은 북한정권은 올해에도 정권안정과 후계체제 성공에 주력할 것이라는 점이다. 선군정치를 통해 지배엘리트들과 인민들에 대한 감시와 통제정책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되며, 필요에 따라 제한적인 대남 군사도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경제부문에서는 북한식 사회주의 노선에 입각한 계획경제를 고수하면서 정권의 통치기반을 위협하는 시장을 억제하기 위한 시도가 이어질 공산이 크다. ‘핵 보유국’이라는 전략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국제사회의 제재를 피하기 위한 ‘대화’ 제스처와 동시에 중국의 지속적인 지원을 유지하기 위한 외교전략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정권은 2011년 경공업 발전을 통한 인민생활 향상과 강성대국 건설이라는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으나,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전략은 마땅치 않다. 북한정권이 경제재건에 기초한 정권 안정화 전략을 전개하려면, 현재 계획경제체제를 시장체제 및 개방체제로 대체하는 것이 이치에 맞다. 또 일반주민들의 자유로운 경제활동 및 개인소유권을 확립함으로써 내부 생산력을 증대시켜야 한다. 핵개발 포기는 국제사회와 한국정부의 경제 지원과 협력을 얻어낼 수 있는 중요한 선택으로 북한의 경제재건에 중요한 기폭제가 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전제는 우리의 ‘희망사항’으로 그칠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 북한정권은 ‘현 체제의 유지 속에서 김정은 후계작업을  성공시키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비록 올해 북한의 공동사설 내용이 내외정치용 ‘프로파간다’ 수준에 불과하지만, 현재 북한 내부의 딜레마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북한정권의 ‘혁명적인 사고전환’ 가능성이 없다면 우리가 먼저 사고를 바꿔보는 것은 어떨까? 북한정권과 북한주민을 분리해서 접근하려는 혁신적인 대북정책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