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공군 조종사들은 전투기 연료도 내다 팔았다

우리 국방백서에 따르면 현재 북한이 소유하고 있는 미그 전투기는 모두 840여 대이다. 한국 공군 전투기 550여 대보다 숫자로는 350여 대가 더 많다. 그러나 전투기 성능과 현대화 면에서는 우리가 압도적이다.


북한은 소련이 1950년에 개발한 미그-17부터 19, 23, 29 등을 보유하고 있다. 공군 병력은 3개의 전투•폭격기 3개 사단과 두 개의 지원기 비행사단, 1개의 훈련비행사단으로 구성되어 있다.


북한은 비행기조종사 한 사람을 키우는 데 1급 공장 한 개를 건설할 수 있는 노력을 들인다고 말할 정도로 비행사 육성에 심혈을 기울여 왔다. 또 비행기조종사들을 특급계층으로 분류해 이들에 대한 최우선적인 식량 공급체계를 세웠다.


그러나 대아사 이후 상황은 급변했다. 비행장에 비행기가 줄지어 서있지만 연료가 없어 훈련을 제대로 하지 못해 실제 조종사들의 전투능력은 급감했다.


공군 출신 탈북자들에 따르면 90년대 초까지만도 조종사들은 날씨가 허락되는 데 따라 주중 3,  4일씩 훈련을 했다. 당시는 3급 비행사들도 고도 훈련 시 50m도 안 되는 다리와 강 사이 공간을 비행해도 눈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1990년대 중반 ‘대아사’ 시기가 지나면서 연료난이 심해져 한 달에 한번도 연습 비행을 못하기도 했다. 북한 전투기 조종사들이 훈련 시간이 부족해서 전투능력이 떨어진다는 우리 사회 일각의 주장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주중 2회 정도로 훈련 횟수를 늘렸지만 이마저도 한국 공군 조종사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횟수다.


비행을 위한 항공유가 부족한 상황에서도 북한 공군에 복무하는 군인들은 항공유를 팔아 용돈을 마련하고 있다. 조종사도 기술근무원(기술자)도 비행장을 지키는 경비군인들도 항공유는 용돈마련 밑천이다.


항공유는 전투예비물자로 분류하기 때문에 관계자 외에는 함부로 접근조차 못하게 돼있다. 과거에도 조종사들에 한해서 항공유를 소량 얻어가는 경우가 특혜를 받았는데 절차는 매우 복잡했다. 조종사는 먼저 대대장에게 사정을 설명해 양해를 구하고 연유 창고장에게 한 통(5~10ℓ)을 가져가겠다고 부탁한다. 일단 허락이 떨어지면 비행기나 연유창고에서 석유를 얻는 데는 성공한 것이다.


다음은 보위지도원과 경비중대장에게 허락을 받아야 한다. 그래야 집으로 반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보고하지 않고 그냥 들고 가다가 경비중대 군인들이나 보위지도원에게 들키게 되면 조종사라 해도 상당 기간 비판무대에 올라야 한다.


1990년대 중반이 지나면서 비행기 조종사들에 대한 공급도 형편 없어졌다. 공급량도 채우지 못하게 된 것이 부지기수다. 과거 조종사라면 배급량에 각종 기름과 술, 음식이 제공되던 상황과는 딴 판이 된 것이다. 자체 부대에서 배급량을 소화하지 못하면 공급도 제대로 못주는 경우까지 생겼다.


굶주림에는 양반 백성이 따로 없다고 했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자 공군 부대에서는 개별적으로 도둑질을 해 비싼 부품을 훔친다던가 석유를 팔아 용돈을 마련해 굶주림을 면하는 사람이 늘어갔다. 


그래도 조종사들은 체면이 있어 함부로 도둑질을 하지 못했지만 경비중대를 비롯한 일반 군인들은 체면을 뒤로하고 부대 물품 빼돌리기에 나섰다. 당국의 무능력이 군인들을 도둑으로 내몬 셈이다. 


항공유는 기름 특유의 역한 냄새도 없고 화력이 좋기 때문에 시장에서 일반 석유보다 비싼 가격에 팔린다. 


당시 농장들에서는 농사를 짓는데 필요한 연료를 자체로 구해 써야 했는데 여기에 항공유가 쓰이면서 연유창고장(직급)의 인기가 하늘을 찔렀다. 연유창고장이 승인을 하지 않으면 석유 한 방울 나가기 어렵기 때문에 조종사들도 이들에게 굽신거리며 항공유를 얻어가곤 했다.


연유 창고장들은 부대 내에서 만기제대를 앞두고 돈이 필요한 군인들과 짜고 180ℓ짜리 드럼통 4, 5개를 항공유로 채워 파는 것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거기서 마련한 돈으로 보위부나 정치부, 지휘관들을 모두 손에 넣고 자기 뜻대로 주무른다. 이렇게 부패 사슬은 계속 확대된다.


연유창고장 다음으로 석유를 많이 빼돌리는 대상은 비행장 경비대 군인들이다. 이들은 연유창고장에게 고급담배를 좀 찔러준다든가 아니면 팔아서 반씩 나눠가지는 제안을 하자면서 석유를 얻어낸다.


창고장에게 비빌 언덕이 없는 군대 병사들은 밤에 근무를 서는 중에 석유를 도둑질 하기도 한다. 100톤짜리 석유창고에서 100ℓ를 훔쳐내서는 전혀 티가 나지 않는다. 부대에서 빼내 민간인 지대로 나르는 것이 더 큰 일이다. 보위지도원이나 지휘관들에게 걸리면 큰일이므로 신병들 중에 눈치가 빠른 대원을 선발해 일을 시킨다.


신병은 땀을 뻘뻘 흘리며 야밤에 25~30ℓ 들이 통에 가득 채운 항공유를 양손에 들고 약속된 집까지 나른다. 석유 덕분에 비행장과 가까운 곳에서 사는 주민들이 살판이 났다.


1996~1999년만 해도 평안북도 구성비행장 주변 주민들은 군인들로부터 항공유를 1㎏당 12, 13원에 넘겨받아 이를 사러 오는 장사꾼들에게 15, 16원에 팔았다. 일부 주민들은 드럼통에 석유를 가득 받아두었다가 아예 차에 싣고 멀고 가까운 시내로 나가 팔기도 했다.


30~50여리 정도 떨어진 시내에서는 1kg에 25원을 받지만 평안북도 신의주시를 비롯한 대도시들에서는 석유 1kg이 35원이었다. 그러던 석유가 가격이 급격히 상승하면서 화폐교환 전까지만도 1kg에 3000원에 팔렸다.


일부 심보가 고약한 군인들은 항공유를 주민에 판 다음 다른 군인들을 시켜 그 석유를 뺏는 방식으로 이중으로 이득을 취하기도 했다. 나라가 군인을 도둑으로 내몬 세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