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곡창지대 황해도 주민들, 심각한 영양부족 상태 직면”

북한 당국이 곡창지대로 불리는 황해도 쌀 대부분을 ‘군량미(米)’와 ‘수도미(평양으로 들어가는 쌀)’ 명목으로 걷어가면서 정작 황해도 주민들은 쌀밥을 지어먹기는커녕 ‘명줄을 겨우 이어갈 정도’라는 호소가 나올 만큼 심각한 영양 부족 상태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정은 집권 이후 6·28방침 등 일종의 인센티브 제도를 시범 운영하면서 쌀 수확량도 늘었다는 얘기가 나왔지만, 정작 생산된 쌀은 주민에게 제대로 돌아가지 않고 군부대와 당 간부들의 배만 채우고 있다는 것이다. 

황해북도 소식통은 5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앞지대(황해도)가 곡창지대라고는 하지만 수확한 쌀은 전부 군대로 다 보내버리니 도통 남는 게 없다. 심지어 배급도 전혀 없는 상황”이라면서 “때문에 앞지대 사람들은 정작 자기네가 수확한 쌀은 맛보지도 못하고 양강도까지 가서 쌀을 사오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소식통은 이어 “10년 전만 해도 앞지대 생활수준이 중간은 갔지만, 지금은 먹을 게 없어 집도 다 버리고 꽃제비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면서 “사람들끼리 ‘이 상태로 1, 2년만 더 가다간 다 죽겠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 구역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도 주민들을 돕지를 못한다”면서 “본인도 먹고 살기 힘든 와중에 한 두 명도 아닌 마을 전체가 도와달라고 애원하는 마당이니 두 손 두 발 다 드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소식통에 의하면, 시장화로 인해 인민 생활이 나아졌다는 관측에도 불구하고 농촌 마을에서는 3끼를 제대로 챙겨먹지 못하는 주민들이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김정은이 체제 안정화를 꾀하기 위해 충성분자(군인, 평양시민) 챙기기에만 몰두하면서 모든 물자를 이곳에 집중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농촌 주민들이 정보와 자본 부족 상황에 따라 시장화에 제대로 편승하지 못하는 것도 주요한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것이 소식통의 전언이다. 쌀을 생산하면서도 자신에게는 차려지는 게 없고, 나아가 쌀을 살 돈이 없는 황해도 농촌 주민들은 속수무책으로 굶주린 채 식량 부족 상황을 견딜 수밖에 없다는 것으로, 도시와 농촌의 빈부격차가 심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소식통은 “여기 사람들은 자신이 생산한 쌀을 평양으로 가는 모습만 지켜봤지, 배급은 구경도 못하고 있다”면서 “쌀 수확량이 제일 많은 지역에 사는 주민들이 오히려 양강도에서 밀수로 들어오는 중국쌀을 (시세보다) 비싼 가격에 사 먹어야 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도시에서는 항시 시장이 열리지만, 농촌은 상품도 별로 없어 1, 11, 21일 이렇게만 시장이 개장한다”면서 “물품이 제대로 유통되지 않으니 이곳 사람들은 더욱 못 살게 되는 것이고, 주민들 사이에서 ‘명줄만 이어간다’는 말이 자주 나오고 있다”고 실상을 전했다.
 
한편 북한 당국이 일반 주민들에 대한 배급보다 군량미 확충을 더 우선시하는 행태를 보이면서 주민들 사이에서 불만이 확산되고 있지만, 정작 일반 군인들은 ‘배급량이 두 숟가락이면 다 없어질 정도’라며 배고픔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군부대로 들어가는 군량미는 늘어나고 있지만, 일반 군인들이 아닌 군 간부들 위주로만 배급되는 비리가 여전히 만연하다는 지적이다.

양강도 소식통은 “한 끼 배급량 규정이 250g이지만, 양을 정확히 지켜 배급하는 부대는 드물 것”이라면서 “부대마다 150g, 100g, 심지어 70g 등 배급량이 전부 다르다. 군인들끼리 ‘두 숟가락이면 밥이 다 없어진다’고 말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부식도 전혀 없으니, 너무 배가 고픈 군인들은 산에 떨어진 매젖(산열매의 일종)이라도 주워 먹으며 버틴다”면서 “악질 지휘관들 중에는 아예 한 개 대대를 산에 풀어놓고 매젖 3kg씩 주워오라는 과제도 낸다. 배급량을 줄일 목적으로 매젖까지 먹을 정도의 열악한 상황을 오히려 조장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삼지연만 하더라도 몸이 허약해진 군인들이 힘이 없어 길바닥에 누워 자는 일이 많다. 중국과 몰래 거래할 수 있는 국경경비대가 아닌 이상, 목이 가느다랗고 겨우 걸어 다니는 군인들이 수두룩하다”면서 “배가 고파도 걸어 다닐 힘이 있는 군인들은 민가에 침입해서라도 먹을 것을 구하지만, 뛰어 도망칠 힘조차 없는 군인들은 다 포기한 채 길 여기저기에 누워있기 일쑤”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