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경협직원 철수해”…李정부 길들이기?

북한이 김하중 통일부 장관의 ‘북핵-경협’ 연계 발언을 문제 삼아 24일 개성공단 남북교류협력협의사무소(경협사무소)에 상주하고 있는 남측 요원 전원의 철수를 요구했다.

김호년 통일부 대변인은 27일 브리핑을 통해 “지난 16일 김하중 통일부 장관의 개성공단 기자간담회에서 언급한 ‘북핵문제가 타결되지 않으면 개성공단 확대가 어렵다’는 발언을 문제 삼아 24일 오전 10시, 남측 요원들을 3일 내에 전원 철수할 것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에 따라 27일 새벽 0시 55분에 당국인원 11명을 철수시켰으며, 현재 민간요원 5명만 남아있는 상태다.

앞서 2006년 7월 미사일 발사 이후 북측에서 먼저 출입사무소 인원이 평양으로 철수해 우리 당국인원도 4개월 정도 출입제한조치를 당한 바 있지만, 북측의 요구로 우리측이 철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와 관련, 김중태 통일부 남북교류협력국장은 “우리 민간부분에서 나가있는 코트라와 수출입은행, 중진공 등 직원 3명과 시설 관리를 위해서 우리 직원 2명을 포함해 현재 5명이 경협사무소에 잔류를 하고 있다”며 “이들은 계속 남아있고 이번에 당국인원만 나오게 됐다”고 설명했다.

북측은 우리측 당국인원의 철수를 구두로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우리측은 북측 요청의 부당성을 지적하며 공식적 입장을 문건으로 통보해 줄 것을 요구했지만, 북측이 이를 수용하지 않고 우리측에 거듭 철수를 요청해 와 더 이상 업무가 불가능하다고 판단, 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北 구두로 남측 직원 거듭 철수 요구…업무 불가능해 철수”

김 대변인은 “정부는 북한의 금번 조치에 깊은 유감을 표하며, 남북간 합의사항과 배치되는 북한의 일방적 철수 요구에 따른 모든 책임은 전적으로 북한 당국에 있다”면서 경협사무소를 조속히 정상화 시킬 것을 촉구했다.

김 대변인은 “북한의 이번 조치는 개성공단에 투자를 희망하는 기업들에게 불안감을 줌으로써 개성공단의 발전에 지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개성공단은 남북간 실질적 협력의 대표적 경협사업으로 계속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는 것이 우리 정부 입장”이라며 “성공적인 개성공단 등 남북 경협을 위해서 많은 부분에서 남과 북이 협력해 나가야 한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일단 우리측 당국자의 철수로 인해 그 동안 경협사무소에서 해왔던 투자상담, 견본송달, 문건중개 등의 역할에는 영향을 끼칠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민간요원 3명이 잔류하고 있기 때문에 민간차원의 일은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당국자는 전했다.

이와 함께, 일각에서는 북측의 이 같은 조치에 대해 남북관계 경색의 본격 신호탄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김 장관의 말 한마디를 이유로 내세웠으나 지난해 10월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합의한 ‘10.4 남북정상선언’의 주요 경제협력사업 추진이 당분간 중단되거나 유보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을 문제 삼았다는 것.

특히 통일부는 전날 대통령 업무보고에서도 서해평화지대, 조선협력단지 및 해주특구 조성, 철도.도로 개보수, 개성공단 2단계 추진을 포함한 지난해 남북정상선언(10.4 선언)의 주요 합의사항을 보고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김 교류협력국장은 “통일부 업무보고의 영향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는 북한의 이 같은 조치가 이명박 정부에 대한 그 동안의 ‘관망’에서 나름의 대남정책을 수립한 데 따른 행동인지, 기싸움의 연장선상에서 이뤄진 대남 압박의 일환인지에 대해 분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갑작스레 새벽에 철수하게 된 배경에 대해 김 국장은 “다급한 상황은 아니었다”면서 “북측은 철수를 요구하고 우리 측은 공식 문건을 요청하는 상황이 계속 진행되는 과정에서 시간이 지연돼 결국 철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당국자 철수 요구가 민간차원으로 확대될 가능성은 아직까지 낮은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대해 김 국장은 “현재 북측에서 그러한 요구가 없기 때문에 민간부분은 그대로 잔류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아직까지 북측이 문서로 요구하지 않고 구두로 요청한 것에 대해서는 분명치 않다. 특히 통보도 북측 경협사무소 인인호 소장이 우리측 김웅희 경협사무소장에게 통보했고, 이같은 일이 이번이 처음이어서 더욱 그렇다. 김 국장도 “그런 부분이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라며 “분석을 더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북측의 대남정책 수립에 따른 행동인지 분석중”

김 국장은 “당초 3일 이내에 철수하라는 이야기가 있었기 때문에 더 이상 남아있어 봐야 업무수행에도 문제가 있기 때문 나왔다”며 “계속 대치상태에서 정상적인 업무를 할 수 없었다. 이제 ‘나가 주셔야겠습니다’라고 계속 얘기했다”고 부연했다.

향후 우리측 대응에 대해 김 국장은 “개성공단 운영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었기 때문에 개성공단 사업은 별 문제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면서도 “좀 더 연구를 해봐야 하지만 의연하게 대처하겠다”고 답했다.

이어 “남북관계는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간다는 정부의 기본 입장은 변하지 않았다”며 “개성공단을 확대하겠다는 정부의 입장은 변함없다”고 덧붙였다. 이명박 대통령도 전날 통일부 업무보고 자리에서 “개성공단 사업은 개선의 여지가 많기는 하지만 계속돼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대해 한 북한 전문가는 “북한이 드디어 이명박 정부에 대한 본격적인 길들이기에 들어간 것 같다”며 “이런 조치에 대해 이명박 정부의 반응을 면밀하게 살핀후 또 다른 강경책을 내놓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특히 북한은 총선을 앞두고 남북관계를 경색국면에 빠뜨려 여당에 불리한 국면을 조성하려는 의도도 있어 보인다”면서 “이명박 정부가 이러한 국면을 풀기위해 한발 물러설 경우 향후 5년간 계속 끌려다닐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경협사무소는 남북간 상시적 경협 협의를 위해 2005년 10월 북한 개성에 문을 연 남북 당국간 첫 상설 기구이며, 남측의 통일∙지식경제부∙코트라∙무역협회 등의 관계자들이 북측 관계자들과 함께 상주하고 있다.

따라서 경협사무소의 남측 인력 철수를 요구한 것은 남한 정부 당국에 대한 항의 내지 반발로 볼 수 있다는 게 정부 소식통들의 설명이다.

정부는 이와 관련, 오전 청와대에서 외교안보정책조정회의도 열어 북한측 의도를 분석하고 향후 대응책을 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개성공단에 입주해있거나 입주할 예정인 기업들은 비교적 큰 동요 없이 사태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현대 아산 관계자는 “북한의 반응을 역으로 읽어보면 개성공단을 확대하고 싶다는 뜻으로 읽을 수 있다”며 “지금 단계에서는 기업보고 나가라고 말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 이미 자리를 잡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당장 기업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고 본다. 염려스러운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예의주시하고 있으나 심각하게 보고 있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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