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경제, 정치적 도그마서 벗어나나

“생산성 제고를 위해서는 무엇이든지 한다.”

고(故) 김일성 주석의 말 한마디가 법보다 우위에 있다는 북한에서 이 같은 원칙을 깨는 일까지 생겨나고 있어 주목된다.

이러한 현상은 북한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 경제분야에서 더욱 확연하다.

북한은 그 동안 김 주석의 지시에 따라 ’주체농법’으로 고수해온 영농방법 중 하나인 ’밀식(密植)재배’를 ’소식(疎植)재배’로 바꾸고 있다.

올해 총 논면적의 22%를 소식재배로 바꾸고 오는 2007년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북한은 밀식재배와 관련, 김 주석이 제시한 농사방법이라면서 단위면적당 포기수를 늘려 이삭수와 열매수, 뿌리수를 많아지게 한다고 설명해 왔다.

그동안 국내외 전문가들은 북한이 좁은 면적에 많은 양의 모를 심는 밀식재배를 고수하기 때문에 생산량이 매우 낮은 것으로 지적해 왔다.

따라서 북한이 농업분야에서 밀식을 소식재배로 바꾸는 것은 생산량 제고를 위해 ’가장 과학적이고 완성된 농법’이라고 치켜 세웠던 김 주석의 주체농법까지 바꾸는 ’대담한 변화’를 추구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북한의 이 같은 변화는 이미 2001년부터 예고돼 왔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2001년 1월 “낡은 틀과 재래식 방법에서 벗어나 새로운 관점에서 문제를 보고 실천해 혁신을 이룰 것”을 강조하고 ’신사고’론을 주창한데 이어 같은해 1월10일에는 경제관리개선 방침을 하달하면서 ’사회주의 원칙을 고수하면서 최대의 실리획득’을 기본원칙으로 내세웠다.

북한 최고지도자의 이 같은 발언은 덩사오핑(鄧小平)의 ’흑묘백묘’론이나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와이프만 빼고 모든 것을 바꾼다’는 식의 논리를 북한사회에 제공하면서 변화의 원천을 제공한 셈이다.

결국 북한의 변화는 실리를 위해 그동안 신성시해온 김 주석의 주체농법까지 바꾸며 정치적 도그마에서 탈피하고 있다.

분조규모 축소를 통한 집단영농 탈피, 시장의 활성화, 각급 공장.기업소의 독립채산제 확대 등 북한경제의 변화는 그동안 고수해온 정치적 강령에서 벗어날 수 있는 탈출구까지 마련하면서 앞으로 더욱 가속될 전망이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의 내부적인 경제변화는 되돌아갈 수 없을 만큼 진행돼 앞으로도 더욱 가속될 것”이라며 “김정일 위원장에 의해 촉발된 변화인 만큼 더디더라도 정치적 장애물을 제거하면서 한발짝씩 앞으로 나갈 것”이라고 내다봤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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