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국이 화폐개혁에 이어 외화사용 전면금지를 선포한 이후 농민에게 월급으로 많게는 수만원(신권)의 돈을 뿌리는 자해(自害)적 조치를 취하면서 물가와 환율이 널뛰기를 하고 있다.
최근 자고 일어나면 환율과 물가가 뛰는 데다 시장 운영은 전면 통제하고 있어 도시 주민과 노동자들은 사실상 아노미(사회 질서의 동요·붕괴 등으로 일어나는 혼돈상태)에 빠져든 것으로 판단된다.
화폐개혁을 선포한 북한은 지난해 12월 28일 인민보안성 포고문 ‘우리 공화국 내에서 외화를 남발하는 자들을 엄격히 처벌할데 대하여’를 발표하고 새해부터 달러와 중국인민폐, 유로 등의 외화사용을 전면 금지시켰다.
외화사용 전면금지 조치가 발표된 직후 중국 위안화에 대한 북한 환율이 폭등했다.
12월 28일 외화금지 포고령이 내리기 전까지 주민들 사이에서 중국 인민폐와 북한 신권이 1:5(공식환율은 1:1.6) 수준으로 교환됐다. 화폐개혁 이전에 중국 위안화에 대한 북한 환율은 1:600 이었다.
화폐개혁 이후 북한 화폐가 100분의 1로 액면절하 됐기 때문에 중국 위안화에 대한 환율이 1:5 정도면 큰 무리는 없는 것으로 판단됐다.
그러나 외화사용금지 조치가 내려진 이후 북한 신권가치는 급속히 하락해 1월 5일 현재 양강도 혜산시의 경우 1:20을 기록했다. 함경북도 회령시, 온성군, 무산군, 청진시에서는 중국 위안화가 1:15로 교환되고 있다. 며칠사이 환율이 4, 5배 정도가 뛴 셈이다.
북한에서 물가가 상승하고 있는 것은 비단 외화사용금지 조치뿐 아니라 농민들에게 월급을 퍼주기한 것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황해북도 미곡협동농장의 경우 현금분배에서 농장원 1인당 평균 ’15만원’에 해당하는 거금이 지급됐다. 이 외에도 국가생산계획을 완수한 농장의 농장원은 1인당 10만원, 생산계획을 완수하지 못한 농장원은 1만5천 원을 지급했다.
화폐개혁 이전 농장원에 대한 분배가 현금으로 추산할 경우 10만 원이 채 넘지 않았기 때문에 신권으로 10만 원을 지급하면 노임이 100배 상승한 효과를 나타낸다.
환율 상승에 이어 농민에 대한 현금분배가 퍼주기 수준에 이르자 국정가격으로 1kg에 44원이던 쌀 가격이 국경지방은 100원, 내륙지방은 300원 가까이 급등하고 있다. 내부 소식통들은 이 상승세가 쉽게 꺾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상인들은 화폐개혁 이전인 2000원까지 뛸 것으로 보고 있다고 내부 소식통은 전했다.
국경지방에 비해 내륙지방이 쌀이 비싼 이유는 북한 당국 개인 간 쌀 판매 금지, 쌀의 도(道) 간 이동 금지, 중국 수입쌀 유입량 감소 때문이다.
또한 북한 당국은 상설시장에서 상품 거래를 금지하고 모든 물건을 수매상점(국가가 운영을 허가한 단독 상점)에 국정가격으로 넘기라고 명령했다. 그러나 상인들은 당국의 눈치를 보면서 보유한 상품을 수매상점에 넘기지 않고 있다고 내부소식통은 전했다.
결국 북한 당국의 화폐개혁 이후 외화 사용 금지, 농민에 월급 퍼주기가 연쇄적으로 반응해 환율과 물가를 폭등하게 만들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국영기업소 노동자들에게는 1인당 최소 1500원에서 많게는 5000원의 월급이 지급되고 있다. 화폐가치를 고려할 때 이전에 비해 월급이 크게 오른 것처럼 보이지만 폭등현상을 보이는 물가를 고려할 때 월급상승 효과는 이내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혼란 속에 유언비어까지 돌면서 주민들은 하루 앞도 내다보기 힘든 상태다.
소식통들에 의하면 현재 북한에서는 “이번 화폐는 임시화폐이며 진짜 화폐는 2012년에 나온다”, “2012년에 나오는 화폐에는 수령님(김일성), 어머님(김정숙), 장군님(김정일)의 초상이 있다”는 등 화폐개혁을 둘러싼 잡음이 계속되고 있다.
여기에 “앞으로 천원권 이상 화폐는 모두 폐기된다”는 소문들이 돌면서 시장 장사꾼들과 환전꾼들이 500원 이상 화폐를 받지 않는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는 형국이다.
이에 대해 5일 데일리 NK와 통화한 북한 내부 함경북도 소식통은 “지금은 하루가 무섭게 모든 것이 달라지고 있다”며 “아직 국가적인 가격도 제대로 정해지지 않고 모든 것이 혼란되어있어 뭐가 뭔지 도무지 분간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