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지금 결핵퇴치의 중요한 ‘골든타임’을 놓치고 있다고 판단될 만큼 다제내성결핵 전염이 심각하다.” 2007년부터 북한에 결핵 치료제를 제공해온 인세반 유진벨재단 회장은 5일 방북 결과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결핵은 저개발국가들의 대표적인 빈곤층 질환이다. 말로만 ‘무상의료’를 주장하는 북한 당국의 무대책과 만성적인 식량난을 겪고 있는 북한 주민들이 결핵에 노출된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런 현상이다.
WHO가 지난달 17일 발표한 ‘2012 세계결핵 통제’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의 결핵 발병자는 인구 10만 명당 345명으로 아시아에서 동티모르와 캄보디아, 미얀마에 이어 4번째로 높다.
그러나 문제는 외부의 지속적인 지원에도 결핵환자, 특히 내성결핵 환자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탈북자들은 치료시설과 인력 부족, 지원되는 치료제의 개인 착복 등 의료관료들의 부정부패를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UN을 비롯한 국제기구들과 국내외 NGO들이 정기적으로 결핵 치료제를 지원하고 있음에도 북한의 결핵문제는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탈북자들에 따르면 북한 주민들은 결핵이 의심되면 동(洞)진료소→구역병원→시·도 제3예방원(결핵병원)을 거쳐 결핵확정 진단을 받는다. 결핵확정 진단을 받은 환자는 입원한 후 장기간 치료를 받을 수 있지만, 제3예방원은 시·도 마다 1개 시설밖에 없고 이조차 수용 가능 환자수가 턱없이 부족한 상태다.
그래서 뇌물을 제공하거나 병원장이나 병원 관계자와 안면이 있는 사람들만이 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결국 대부분 사람들은 자택치료나 산속 요양원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결핵 치료제를 지원하는 NGO들도 치료제 전용(轉用)방지를 위해 해당 병원의 환자들과 의료진을 중심으로 지원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어 병원 외부의 결핵환자들은 사실상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자택치료를 선택한 주민들의 경우 장마당에서 UN·남한 등지에서 지원한 결핵 치료제를 구입할 수 있지만, 6~8개월이라는 장기간 동안 치료제를 구입할 돈이 없어 중도에 치료를 포기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요양원에 격리 수용된 경우는 가족들이 환자에게 음식과 약을 준비해 매번 배달해야 한다. 두 가지 경우 모두 경제적 부담이 크기 때문에 장기적 치료가 어렵다는 것이 탈북자들의 전언이다.
각 병원에 배당된 치료제들도 의료진이나 병원 관계자들이 개인적 이익을 챙기기 위해 시장에 내다 팔거나 개인적인 용도로 착복하는 때도 빈번하다.
강원도 의약품관리소에서 지도원으로 근무했던 한 탈북자는 데일리NK에 “도·시 당, 보위부, 보안서 간부들은 직접 약품관리소 소장이나 당 비서에게 전화해 가족에게 필요한 약을 무료로 받아간다”면서 “지원 의약품이 일부 시내병원약국에는 배급되지만 이조차도 병원장, 당비서 등 간부들의 몫”이라고 말했다.
결핵은 영양 상태가 좋을수록 치료 경과가 좋아서 북한당국도 결핵치료 시설에 소고기 등의 육류 식품을 배당한다. 하지만 이마저도 당국자들에 의해 빼돌려지고 있다.
혜산 출신의 한 탈북자는 “결핵 관련 의료시설에는 일정량의 육류가 제공되는데, 소고기는 수의사-병원원장-소 주인, 3인이 밀약해 상당량의 배당 식품을 빼돌린다”면서 “때문에 환자들에게 돌아가는 고기는 극히 미량이다”고 증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