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개방 `가랑비에 옷 젖듯’ 해야”

통일부 장관을 지낸 정세현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대표 상임의장은 24일 “북한의 개방.개혁은 (남한의) 정치적 압박이나 조건부 지원으로 이끌어낼 수 없다”며 “북한의 개혁.개방을 바란다면 `비동시-비등가-비대칭 상호주의’로 북한을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의장은 이날 오전 통일시대준비위원회(대표 회장 정대철)가 한국가정법률상담소에서 `남북관계 어떻게 풀어야 하나’라는 주제로 연 강연회에서 “개혁.개방은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르게 해야 되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북한의 개혁.개방은 조건부 지원이나 정치적 요구로 유도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개방하면 경제적 지원을 하겠다는 것은 순서가 틀린 접근방법”이라고 주장하고 “개방.개혁에 대한 북한의 입장은 `우리가 알아서 할 일이고, 하면 우리식으로 한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북한의 개혁.개방은 한반도 상황의 안정적 관리와 남북관계 개선 및 통일기반 조성에 필수조건이라는 점에서 정책적으로 매우 중요”한 것은 사실이나 “일방적 요구나 조건부 지원으로 이끌어낼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그는 “북한의 개혁.개방에는 남북교류협력 활성화와 더불어 북미 수교가 기본이며, 북한의 대외 교류협력이 결과적으로 개혁.개방을 촉진할 것”이라며 중국 한시중 `세우습의간불견(細雨濕衣看不見. 가랑비가 옷을 적시나 보려 해도 보이지 않는다)’이라는 구절을 인용, “개혁.개방은 가랑비에 옷 젖는지 모르게 해야 되는 것이지 지금처럼 호스로 물을 뿌리듯이 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서독도 동독에 대해 철저한 상호주의를 적용했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전 과정을 모르는 얘기”라며 “서독은 1970년대 초 동독의 무리한 요구도 수용하면서 경제지원을 시작했고 1980년대에는 반대에도 불구하고 2천억 마르크를 일방적으로 지원하기도 했다”고 강조했다.

정 의장은 “현재 남북관계 경색의 원인은 정부가 북핵문제 해결을 전제로 대북정책을 추진하는 데다, 남북 정상이 합의한 6.15 및 10.4 선언을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정부는 북핵문제 해결과 남북관계 개선을 병행하는 전략을 펴야 하며, 6.15 및 10.4 선언의 존중 의사를 표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북핵 문제는 1990년대에 제기돼 아직 해결이 안된 고질병이고, 남북관계는 당면 문제이지만 북핵은 장기 문제”라며 “따라서 핵연계 전략보다는 양자병행 전략이 실용적, 효율적”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북핵 상황의 호전에 따라 남북관계도 풀리는가 싶더니 금강산 사건 후 남북이 상호 강경대응으로 양측 모두 퇴로를 차단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최근 정부가 `비핵.개방.3000′ 대신 `상생공영’을 대북정책 기조로 천명한 것은 다행이며, 앞으로 콘텐츠 구체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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