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한 동해안에서 오징어잡이에 나서려던 주민들이 ‘200일 전투’로 제동이 걸리자, 해당 간부에게 뇌물을 바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국의 정책으로 애꿎은 주민들은 추가 비용을 부담해야하고, 간부들은 가만히 앉아 돈을 챙기고 있는 것이다.
함경남도 소식통은 22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최근 동해안에서 낙지(오징어)잡이가 본격 시작됐지만, ‘200일 전투’기간이기 때문에 예전과 달리 공장기업소 종업원들은 쉽사리 바다에 나갈 수 없게 됐다”면서 “이 때문에 주민들은 낙지잡이를 위해 직장 장을 비롯해 간부들에게 줄줄이 돈을 바치고 있고, 일부 주민은 사직서까지 써 낸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이어 “낚시도구 한 틀 준비하려 해도 수십만 원이 드는데, 작업반장부터 직장 장, 지배인, (공장) 당 위원장 등 줄줄이 사인을 받자면 수백만 원의 돈이 든다”면서 “이밖에 해당 보위부를 통해 바다출입증을 구비해야 하는 데도 얼마간의 돈을 내야 하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이처럼 주민들은 생계를 위한 낙지잡이에 간부들에게 거액의 돈을 상납해야 하는 것”이라면서 “간부들은 (당국이) 일방적으로 선포한 ‘200일 전투’를 빌미로 주민들의 돈을 갈취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북한 주민들에게 오징어는 ‘백성들을 먹여 살린다’고 할 만큼 식량해결의 주요 자원이다. 함경도와 강원도 바닷가 지역 대다수 주민들은 6월부터 10월까지 진행되는 오징어잡이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오징어철은 이 지역 주민들에게는 ‘1년 치 바다농사’로 불린다.
김정은 정권 들어 한때 조업 통제를 하기도 했지만, 주민들의 직접적 생계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다 보니, 지난해엔 ‘인민들에게 물고기를 넉넉히 먹일 데’ 대한 방침으로 통제가 느슨해지기도 했었다. 하지만 올해엔 ‘200일 전투’로 통제 가능성이 제기되자, 주민들이 적극 나서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소식통은 “간부들이 ‘200일 전투 기간에 무슨 짓이냐’고 하면 주민들은 ‘낙지잡이가 진짜 생계전투’라며 대놓고 맞선다”면서 “최근에는 대학생들도 낙지철을 놓치지 않으려고 학교 당국에 돈을 바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바치는 액수에 따라 작업기일이 정해지다 보니 대학생들이 돈주(신흥부유층)들을 찾아다니며 이자돈을 빌리고 있다”면서 “교수와 대학 간부들은 이렇게 승인을 해주는 것만으로도 쉽게 돈벌이를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한편 동해안 지역 주민뿐 아니라 타 지역 주민들까지 오징어잡이에 나서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소식통은 “현재 함경남도 신포, 단천항 등 바닷가 마을들에는 수천 명의 배꾼들과 낙지장사꾼들로 북새통을 이뤄 주민들은 ‘홍콩시장’이라 부른다”면서 “수산사업소 어로공, 바닷가 주민은 물론 평양시를 비롯한 타 지역주민들도 낙지잡이를 위해 동해안으로 몰려들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그는 “포구 주변 마을들에는 지역주민보다 다른 지역에서 온 임가공 일꾼과 사재기 꾼들이 훨씬 더 많다”면서 “동해안 주민들은 두 달 전부터 어구 준비를 갖추는데 일부 주민들은 집을 팔아 8마력 목선을 마련하는가 하면 부둣가 인근에 셋집을 내서 동거 살림을 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