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간부 대부분 현직서 사망..”신임 보답”

대부분의 북한 고위간부는 죽을 때까지 현직에서 주어진 일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생명에 지장을 줄 정도로 건강이 안좋으면 스스로 사표를 내고 물러나는 것이 우리의 상식이지만 북한 고위층에서는 숨을 거두는 마지막 순간까지 일하는 것이 곧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충성하는 것이고 영광이라는 인식이다.

이 때문에 북한 간부들 사이에서는 사망 직전까지 아픈 몸으로 공개활동을 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3일 사망한 백남순 외무상만 해도 오랫동안 지병인 신장병으로 고생하는 와중에서도 사망 100여일 전인 작년 9월20일 류샤오밍(劉曉明) 북한주재 중국대사와 면담했다.

이에 앞서 작년 7월에는 아픈 몸을 이끌고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 참석해 북한 입장을 적극 대변했으며 8월에는 방북한 미 종교지도자 프랭클린 그레이엄 목사의 특별보좌관 멜빈 리 치담과 그 일행을 만나기도 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2005년 사망한 연형묵 전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연 전 부위원장은 2004년 11월 중순 러시아에서 췌장암 수술을 받은 지 불과 2개월여만에 공개활동에 나섰다.

특히 사망하기 불과 12일 전인 10월10일에는 노동당 창건 60돌 경축 열병식 주석단에 가까스로 서있는 병약한 모습이 공개되기도 했다.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에 따르면 연 전 부위원장은 온몸이 경직돼 한마디 말도 할 수 없는 상태에서도 ’장군님 부디 건강하십시오. 연형묵 올립니다’라는 글자를 남기고 볼펜을 손에 쥔 채 숨을 거뒀다.

작년 8월 사망한 림동옥 전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은 폐암으로 수술을 받은 후에도 2005년 8.15민족공동행사 북측 대표단으로 서울을 방문해 현충원을 참배하는 등 마지막까지 남북관계 업무를 총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명록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 겸 군 총정치국장은 2004년 12월초 지병인 만성 신부전증이 악화돼 중국 베이징의 인민해방군 301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지 한달도 안된 같은달 30일 군 ’결의대회’에 모습을 드러냈다.

조 제1부위원장은 여전히 건강이 좋지 않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현지지도에는 거의 동행하지 못하고 있으나 지난 1일에는 신년을 맞아 금수산기념궁전을 참배하기도 했다.

장성택 노동당 근로단체 및 수도건설부 제1부부장은 작년 9월 말 평양시내에서 교통사고로 허리부상을 입은 지 20여일만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동행해 공개석상에 나타나기도 했다.

한 고위층 탈북자는 “북한 고위층에서는 김정일이 해임을 시키지 않는 한 그 어떤 이유로도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난다는 것은 배은망덕한 행위”라며 “건강이 좋지 않아도 고위직에서 일할 수 있는 것 자체가 김정일의 신임이기 때문에 그에 보답하기 위해 마지막까지 일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고위간부들이 이처럼 죽을 때까지 현직에서 일하는 것이 보편화 되다보니 고위층의 고령화 현상으로 자연스레 이어지고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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