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간부층 ‘호화판’ 결혼 세태…김정일 지시 안 통해

북한의 결혼식 풍경은 권력과 재력에 따라 극명한 차이가 난다. 김정일의 ‘관혼상제 간소화’ 지시도 간부들과 부유층엔 통용되지 않는다. 권력 또는 재력을 가진 사람들은 혼수와 예물을 ‘누가 더 잘해오나’ 경쟁하듯이 준비한다.


일단 5장(이불장, 양복장, 장식장, 책장, 찬장) 6기(TV수상기, 냉동기, 세탁기, 재봉기, 선풍기, 녹음기)는 기본 혼수로 결혼 전 약혼식에서 신랑·신부 측 양가 부모님들이 각자가 준비해 올 물품을 나눈다.


2010년에 탈북한 이 모 씨(여, 39세)에 따르면 화폐개혁 직후 장마당에서는 보통 TV수상기 1대에 15~20만원, 냉동기 40~80만원, 녹음기 8~20만원, 세탁기 15~20만원, 재봉기 5~7만원에 거래됐고, 이불장·양복장·장식장을 합쳐 10만원에 팔렸다.


현재 쌀 1kg이 2,000원 선에 거래되는 것에 비춰볼 때 사치품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일반 계층은 생각조차 할 수 없고, 권력과 직권을 남용해 돈을 버는 특권층만 구입이 가능한 품목들이다.


가재도구도 빠짐없이 마련한다. 사돈집에 보내는 예물도 부모들에게는 최고급 양복감과 저고리감, 형제들에게는 자켓(스웨터)과 내의류, 아이들을 위해서는 양말 등을 챙긴다.


결혼식 상차림에는 닭, 돼지갈비, 해산물(임연수, 가자미, 문어 등), 당과류(사탕, 과자 등), 과일(사과, 배, 감 등), 고급술(개성 인삼술, 평양 대평술), 과줄(꿀과 기름을 섞은 밀가루 반죽을 판에 박아서 모양을 낸 후 기름에 지진 과자), 떡 등이 오른다.


하객을 치르는 음식은 밀가루·녹말(감자)국수, 떡과 빵, 기름튀기(꽈배기), 두부 지짐과 전, 사탕과자 그리고 콩나물, 인조고기, 산나물무침, 돼지고기, 말린 낙지(오징어) 등이 준비된다. 하객들은 축의금이나 선물 등을 준비한다.


돈이 있는 신랑은 고급택시를 타고 신부집으로 가 신부를 태우고 김일성동상에 참배한 후 기념촬영을 한다. 보통 가까운 거리에 이웃하고 있을 경우에 이용된다. 2010년 당시에 3만원 정도가 소요됐다.


이처럼 특권층의 결혼식은 그들이 가진 권력과 재력의 크기를 과시하는 장이기도 하다. 그들은 ‘OO집에서 저만큼 했는데 우리는 이 정도는 해야지’ 식으로 그들의 ‘위세(威勢)’를 떨기도 한다.


경제난 반영된 농촌 결혼식…”가짜 결혼식상 앞에서 기념촬영


반면 농촌 주민들의 결혼식은 경제난을 직접 반영한다. 먹고 살기도 어려운 주민들은 주변사람들은 물론 친인척에게도 알리지 않고 조용히 결혼식을 치르기도 한다. 5장 6기와 예물은 엄두도 내지 못한다. 결혼식 상차림도 없다. 


결혼식 잔치도 신랑, 신부 측이 합의해 한 곳에서 ‘합동잔치’로 한다. 소위 ‘없는’ 집안끼리라 하지만 인륜지대사인 결혼식을 치루는 만큼 국수와 소량의 떡, 반찬 몇 가지는 준비한다. 노동자의 월급이 대략 3000~4000원 정도이기 때문에 모아둔 돈이 없으면 이마저도 간단치 않다.


때문에 농촌에서는 주로 가정에서 직접 기른 농산물을 결혼식에 사용한다. 10월에 결혼식이 많은 이유도 이 때문이다. 가장 많이 준비되는 것은 녹말국수와 감자떡, 속도전떡(옥수수가루로 만든 떡)이다. 반찬은 콩나물, 산나물, 인조고기가 대표적이고 집에서 만든 두부도 나온다.


이처럼 일반 주민들의 결혼식 준비는 소박하다. 하지만 ‘정’이 있다. 음식도 진수성찬이 아닌 성의로 한다. 처한 현실에 성의만 있으면 사돈들과 하객 모두 만족해한다. 시내에 있는 김일성 동상 참배를 안하는 경우도 많다.


소박하게나마 사진도 찍는다. 결혼식 상차림을 준비하지는 못했지만 ‘가짜 결혼식상’을 빌린다. 상의 가격은 올라와 있는 가짜 음식 가짓수에 따라 차이가 난다.


결혼식에선 신랑은 양복을 신부는 한복을 입는다. 신랑은 가슴에 신부는 머리에 꽃을 단다. 남의 옷을 빌려 입는 경우가 많다. 김일성 배지는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


결혼식 절차는 신랑이 먼저 신부 집에 가서 어른들께 인사 드리고 신부를 데려온다. 그때 간단한 잔치상을 받는데 ‘받은 상이 자기 상’이라는 유행에 따라 신랑의 뜻대로 음식이 돌려진다. 식사가 끝나면 신랑은 신부를 데리고 자신의 집으로 이동한다. 신랑 집에서는 춤을 추며 마중 나와 집으로 안내한다. 신부 역시 잔치상을 받고 음식을 돌린다. 


결혼식이 끝나면 간단한 오락회도 진행되는데 2000년대 전에는 흔히 김일성, 김정일을 칭송하는 이른바 ‘혁명적’ 노래들이 많이 불려졌다. 그러나 최근엔 유행가를 비롯해 한국노래들도 불리어진다.


결혼식에 참가한 하객들은 생활의 여유에 따라 축의금을 전하면서 신랑신부의 앞날을 축복해 준다. 가까운 사람들은 결혼식 음식준비도 성의껏 도와준다. 현금이 없는 사람들은 곡물로 축의금을 대신하고 일부는 기념품이나 그릇도 선물한다.


결혼식 다음 날 신랑 신부는 신부의 집에 가는데 북한에서는 이것을 ‘3일 걸음'(신혼여행을 대신함)이라고 칭한다. ‘3일 걸음’이 끝나면 비로소 새살림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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