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간부들, ‘충성의 외화자금’ 확보위해 노동자 닦달

북한 주민들이 해마다 반드시 수행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진 ‘충성의 외화자금’을 충당할 수 없게 되자, 기관기업소 간부들이 노동자들에게 출근하지 말고 밖에 나가 돈을 벌어 ‘8·3돈’을 납부할 것을 권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8·3이란 인민소비재 생산을 위해 해당 기업소나 공장이 알아서 생산원료를 확보하라는 취지의 김정일 지시(1984년 8월 3일)를 응용한 것으로, 이에 따라 직장에서는 출근하지 않는 조건으로 매달 일정액을 직장에 납부하는 8·3돈 형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2000년대 이후 공장기업소가 제대로 운영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부 주민들은 직장에 나가 일을 하기 보다는 직장에 적(籍)은 두면서 일정한 돈을 내고 장사나 밀수를 하는 등 허락받은 시간 동안 돈벌이를 하기도 한다.

양강도 소식통은 2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최근 직장마다 당에 바쳐야하는 충성의 외화자금 때문에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면서 “기관책임자들은 충성의 외화자금 과제수행을 못 해 안달 난 나머지 종업원들에게 ‘8·3돈을 낼 의향이 있는 사람은 얼마든지 그렇게 하라’면서 밖으로 내몰고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이어 “이런 책임자들의 조치에 노동자들의 반응은 싸늘하다”면서 “이전에는 당에 대한 충성심의 표현이라며 충성의 외화자금을 우선적으로 생각했었는데 지금은 그런 충성심을 보기 힘들다”고 소개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이 지난해 말 장성택 숙청 후 국경을 봉쇄하고 밀수 등 국경통제를 강화하면서 장사나 밀수로 생계를 이어가던 주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가족의 생계를 우선 챙겨야 하는 주민들이 늘어남에 따라 ‘충성의 외화자금’과 관련해 간부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충성의 외화자금’은 주로 중앙당 39호실에서 주관하며, 김정은의 ‘개인 금고’를 채우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북한에서는 17세 이상 남녀 주민들은 당에서 소집할 경우 누구나 의무적으로 ‘충성의 외화벌이’에 참가해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사상비판을 받게 된다.

북한은 1980년대 이후 극심한 외화부족으로 경제난이 가중되자 전체 주민을 대상으로 외화벌이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해마다 ‘충성의 외화자금’ 명목으로 주민들로부터 많은 자금을 걷어 들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러한 충성의 외화벌이는 다양한 품목으로 진행되는데, 약초나 산나물 수집에도 동원되고 있다. 심지어 최근에는 기관기업소들에서 노동자들에게 8·3돈을 강조함으로써 충성의 외화자금을 충당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일반적인 기업소에서는 충성의 외화자금을 마련하는 데 무역을 통해 해결하기도 했지만 최근엔 노동자 개인들에게 과제를 줘서 받아내는 방식이 선호되고 있다”면서 “그런 추세와 더불어 최근에는 (당국이) 개인 밀수 등 돈벌이 수단을 강하게 통제하고 있어 주민들의 충성의 외화자금 마련에도 난관이 조성되고 있다”고 현지 상황을 전했다.

그는 이어 “지금 우리(북한)같은 실정에서 돈이 나올만한 것은 밀수를 하는 것밖에 없는데 이런 것들을 전혀 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주민들이 늘고 있다”면서 “밀수가 끊기면서 장사도 제대로 되지 않고 있어 8·3돈을 내겠다는 주민들이 별로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8·3을 자주 하던 주민들도 ‘(직장에 나가) 대충 하루를 때우면 되는데 밀수도 못 하는 상황에서 괜히 8·3으로 괜히 밖으로 나갔다간 손해만 볼 수 있다’는 말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기업소에서 종업원들에게 8·3을 적극 권고하면서 일부 주민들 사이에서는 ‘충성의 외화자금’을 비난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주민들은 “당장 생계가 빠듯한 상황임에도 자금을 내라고 닦달한다”면서 “마른 나무에서 물 짜내기 하라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소식통은 소개했다.

소식통은 충성의 외화자금을 받아내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아는 일부 간부들은 “해마다 충성의 외화자금으로 산에서 약초 찾기도 어렵다”는 말을 한다면서 “일반 주민들의 충성의 외화자금을 거둬들이는 태도도 적극적이지 않다”고 전했다.

강미진 기자
경제학 전공 mjkang@uni-medi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