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간부들, 검열은 뇌물 챙길 절호의 기회”[7]

▲ 북한의 내부 소식을 전하는 지하 저널리스트들의 잡지 ‘림진강’

– 외부에서는 조선(북한)에 “변화가 있다”는 의견과 “변화가 없다”는 의견으로 갈라지는데, 실제 본인이 느끼기는 어떤가?

변화가 전혀 없다는 것도 말이 안되지만, 변화가 있다고 보기에는 그 정도가 너무 약하다. 변화의 ‘양(量)’적 징후는 좀 보이지만 ‘질(質)’적 징후가 없다고 해야 할지, 아니면 속도가 너무 뜨다(느리다)고 해야 할지…

변화의 한 가지 예로, 지난 2004년 박봉주 총리가 기업 관리를 새로운 방식으로 개선하기 위한 ‘새(新)경제관리 체계’를 내놓았다. 그러나 ‘새 경제관리 체계’도 한 일 년 정도 시험적으로 운영되다가 2005년 들어 폐지되고 말았다. 변화의 여지가 또 다시 사라진 것이다. 하기야 일도 하지 않고 앉아 있는 자들이 뒷다리를 잡아채게 돼 먹은 판인데 박봉주라고 뾰쪽한 수 있었겠는가.

그러니까 경제 개혁도 물론 해야 되지만 사회를 개조하는 법(法) 개혁 같은 것도 필요한 만큼 이 두 가지를 동반시켜야 개혁·개방이 제대로 된다. 또 지금까지처럼 긴 시간이 요구되는 방법에만 매달리지 말고 단시간에 효과를 볼 수 있는 방법, 예를 들면 ‘해외 노동의 자유’같은 조치를 병행시켜야 한다고 본다.

– 동서고금을 물론(막론)하고 과도기나 혼란기에는 부정부패가 범람하는데…

조선이 그 말 그대로이다. 아래 단위(기관, 단체)에서 어려운 상황이 발생하면 대책을 세우기 위해 일시적 검열방침들이 폭포처럼 쏟아져 내리는데, 그 방침을 집행한답시고 아래로 내려가는 검열성원들이 결국 뇌물을 빨아먹고 살아가는 찰거머리들이라는 것이 오늘의 대중 상식이다. 검열이 곧 뇌물을 챙길 기회가 되는 것이다.

국가 검열성원들부터가 횡령의 왕들이기 때문에, 국가가 현실을 바로 잡자고 대책을 세우려 하면 할수록 오히려 손실을 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심지어 밑에 뇌물거리가 다 마르니까 국가에 손실이 나건 기업에 적자가 나건 상관없이, 윗간부들이 일을 꾸며서 수자(숫자)를 만들어서라도 기어코 뇌물을 받아낸다.

예들 들어, 어디에 건물을 하나 세운다고 하면 모르는 사람들은 그저 기념비가 또 하나 늘어나는가보다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건설이라는 일반 경제현상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조직적인 횡령, 탐오낭비(貪汚浪費)의 핑계에 지나지 않는다. 말하자면 10원짜리 건물을 세우는데 100원 이상의 사회적 재부와 국가재산이 탕진되는 셈이다.

이번에도 기업소에 독자적인 경영권을 주고 내막을 까보니 그 이윤이 국가가 아니라 개인적인 사취(私取)로 다 들어가 버렸다. 권력유지에 매달려 세력다툼만 일삼는 상층부는 이런 현실을 알고도 어떻게 할 수가 없다. 오히려 이런 현실을 따지고 들면 오히려 “말만 번지지르하고 실천이 꼬물(조금)도 없는 너야말로 시비군”이라는 딱지가 붙어 정치투쟁, 혁명화 대상으로 분류되기 십상이다.

– 이런 실태 속에서 노동자 농민들의 요구는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이런 실태 속에서 모두의 절절한 갈망은 무엇인가. 근로자의 노동에 대해 제대로 된 보수가 지급되는, 도덕적으로 바르게 선 경제체계에서 일하고 싶어 하는 것이 가장 큰 갈망이다. 그러나 선군정치를 펴는 군부는 물론 당에도 그걸 바랄 수 없게 되었으니 지금 우리나라가 도대체 어찌하다 이 지경에까지 이르렀는지 모르겠다.

이제는 불평불만을 내놓고 말하는 걸 막지 못할 정도로까지 되기는 했지만, 무엇을 어떻게 해야 옳은지 그 방도를 아무도 모른다. 생각이 모이는 기구, 합의기구가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인민들은 초보적 논의를 하려고 해도 그 방법을 모른다. 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현 집권층에겐 인민들의 이야기를 수렴하려는 ‘인민성’이 전혀 없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다보니 결국 아무 권리와 힘도 없는 노동자들의 보수(월급)가 심각한 영향을 받고 있다. 돈만 있다고 경제가 회복 되지는 않는다. 노동자들이 노동을 하지 않으면 경제가 어떻게 회복되겠는가?

이제 와서 보니 우리 사회에 또 하나의 심각한 결함이 드러나고 있다. 모든 것에 자기만을 지배자로 내세우는 ‘주체 정신’ 때문에, 우리는 세계를 잃고 환경을 잃었다. 자원을 잃고, 시장을 잃고, 자연을 잃고, 사회를 잃었다. 오늘 인민이 겪는 이 고생은 부끄럽게도 우리가 변화하는 세상을 너무나도 모르는 ‘사상대국, 정치대국, 군사강국의 백성’이 되어 버린데 대한 결과이기도 하다.

– 이러한 경제적 문제점들이 언론과 학문의 자유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는가?

당연하다. 확실한 것은 지금처럼 고립된 상태에서는 세계적 지식과 정보에 대한 자유로운 연구가 불가능하다는 것이고, 이런 상황에서는 국내 경제난을 타개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이 문제부터 시급히 해결을 해야 한다.

당장의 곤란을 피하기 위해 먹을 것을 지원받는 것도 필요하지만, 경제지식이나 현대문화 그리고 합리적인 생산기술을 받아들이기 위한 활동에 정력을 기울여야 한다. 장마당을 더 잘 정비하여 시장경제의 면모를 갖추어 나가면서, 외국의 물질적 지원을 되도록이면 공장이나 생산설비로 받도록 해야 한다. 자기 노력으로 다시 일어 설수 있도록 생산 노동의 밑천과, 재생산에 필요한 지적·물적 수단을 방조(도움)받아야 한다.

무엇보다 가슴 아픈 것은, 사람들이 삶에 유익한 지식과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장마당에 의한 물질적 자극뿐이라는 것이다. 그 외의 방법들은 사실 거의 다 상실했다. 조선이 오늘과 같은 경제 파괴상태를 장기간 유지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전체 인민이 현 시대에 대해 하나같이 무지하다는 것 때문이다.

국민들을 각성시키는데 장마당에 의한 ‘경제·생활적 자극’ 이외의 방법은 이 땅에 없다고 봐야 하는 현실이 너무나도 비극적이다. 그러니까 “정치가 경제를 간섭하고 지도하고 통제해야 한다”는 생각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혁명’이냐 ‘국제경쟁력 파괴’냐 하는 식으로만 생각하고, 둘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조선식으로 말하면 “이래도 죽고 저래도 죽는다”는 ‘자폭강박(自爆强迫)’ 정신이다.

거대한 중국을 보라. 혁명이나 국가경쟁력 파괴가 아니더라도 공산당이 경제에 대한 직접적 지도를 포기하니 세계적 성공을 하고 있지 않는가! 조선이 그 고생을 다 겪고도 이런 현실을 여적(아직까지) 깨닫지 못하는 것은 ‘고생이 모자라서’라기보다, 자유로운 경제 연구토론의 마당이 없었기 때문이다.

– 기업소 간부들의 부정부패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무지한 조선의 현 사회는 대립되는 상호 이해관계에 의해 도덕, 윤리, 제도, 법까지도 다 침식(浸蝕)받게끔 구조적으로 경직되어있다. 물론 이것은 ‘정치적 안전’을 목적으로 고안된 장치들이다.

그렇다면 실제 조선의 경영간부들은 어떤 식으로 ‘경영범죄’를 저지르는가. 우선, 지배인은 자재가 있어야 공장을 계속 가동시킬 수 있다. 자재를 구입하자면 자기 제품(생산품)을 횡령하여 팔아야 한다. 그러자면 ‘공정한 법의 칼날’을 무디게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당이나 사법은 지배인의 생산품 횡령을 묵인·허용해주는 대신 지분을 나누거나 뇌물을 받는다.

예를 들어, 어느 기업소에서 연유 10톤을 국가로부터 받았다면 그걸 혼자서 뭉청(몽땅) 먹겠다고 할 정도로 우둔한 기업 일꾼은 하나도 없다. 적당한 구실과 합당한 이유를 붙여 요리저리 둘러맞추거나, 당 및 사법과 연합하여 보통 3분의 1정도만을 사취한다.

연대적 이득과 책임을 방패로 내세우니 중앙에서는 절대로 이 상황을 정확히 알 수 없다. 실태를 보기 좋게 불쿤(불린) 허위보고서만 받을 뿐이다. 즉, 정치가 경제에 매이고, 경제는 다시 정치에 매이는 악순환이 꼬리를 물고 있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경제에 사상 및 정치가 개입해 조직적으로 ‘경영범죄’를 옹위하는 꼴이다. 이렇다보니 사회적 신용이 완전히 파괴되고, 모든 것이 개인의 사취(私取)로 연결되고 마는 것이다. 이러한 권력 실태에 관해서는 뒤에서 따로 말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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