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가족, 상봉행사서 못사는 ‘티’ 내면 찍혀 불이익”

오는 20일 3년 만에 열리는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애타게 기다리기는 남북한 가족 모두 같은 마음이지만 북한 이산가족들은 대놓고 기뻐할 수 없다. 남한의 가족들에게 방조(傍助)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희소식이지만, 상봉행사에서 작은 말실수라도 했다간 ‘찍혀’ 불이익을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탈북자들에 의하면, 북한 당국은 상봉대상자들이 말실수를 하지 않도록 하는데 주력한다. 물론 당국은 체제 충성심이나 사상성 등이 투철한 이들을 이산가족상봉 대상자로 선정하지만 대부분 고령인 이산가족들이 당국의 지시사항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상봉행사 당일 남한 가족을 만난 상봉 대상자들은 뜻하지 않게 북한체제의 실상과 관련된 발언을 하거나, 도와달라는 얘기를 하다가 식량사정이 어렵다는 것을 말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북한 당국은 이산가족들이 남한의 가족들에게 “배급도 없고 노임(월급)도 없고 장사도 못해 살아가기 어려우니 도와달라”고 말하는 자체를 공화국 명예를 실추시키는 것으로 간주한다.


이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이산가족들이 거주하는 지역 보위부나 인민위원회 외사처 간부들은 주민들에게 “남쪽가족과 상봉을 하면서 ‘못사는 티를 내면 안 된다, 가족들의 소식을 전하는 데서도 그럭저럭 산다는 말 등은 우리 공화국의 존엄을 훼손하는 발언이기 때문에 특별히 조심하라'”는 등의 말을 수없이 강조한다.


만약 당국의 말과 행동 수칙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을 경우, 상봉 행사 이후 해당 주민은 인민위원회 외사처에 출근도장을 찍으며 비판서를 써야 한다. 외사처는 해당 주민에게 비판서를 쓰게해 잘못을 반성하는 시간을 주는데 이산가족이 조금이라도 불편해하는 기색을 보이면 남쪽가족에게서 어떤 얘기를 들었길래 지시를 잘 안 따르냐며 으름장을 놓기도 한다.


이와 관련 한 탈북자는 “이산가족들 중에는 조국해방전쟁(한국전쟁) 당시 남한으로 월남한 가족들이 있는데, 북한 당국은 이들 가족들에 대해 갖은 차별을 하고 불이익도 주고 있다”면서 “이들뿐 아니라 이산가족들은 북한에서 적대계층과 다름없는 대우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북한에서도 잘 사는 주민들은 이산가족 상봉을 나갔다가 괜히 북한 당국에 찍혀 피해를 볼까봐 나가기를 꺼려하는 이도 있다”고 덧붙였다.


때문에 그는 “사전 교육을 시키는 보위지도원들은 고령의 이산가족들에게 남한 가족들에게 말해서는 안 될 것이나 행동을 해서는 안 될 수칙을 수도 없이 강조한다”면서 “고령의 상봉 대상자들은 행동 수칙 등을 달달 외워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는 “대부분 사람들은 남한 친척들을 만나면 경제적 도움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나가려 하고 주위에서도 남한에 친척이 있는 것에 대해 부러워한다”면서 “아무리 까다롭고 귀찮은 절차를 거친다고 해도 상봉행사에 선정되면 방조뿐 아니라 죽기 전에 남한의 가족을 한 번 만날 수 있다는 희망에 이들은 기뻐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