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가족 ‘反한나라’에 南가족 ‘황당’

“놈들이 여당이 되도록 내버려두면 안된다.모두 역적이 된다.”

남측 정맹표(87)씨는 제5차 이산가족 화상상봉 마지막날인 29일 서울상봉장에서 화상상봉으로 만난 북측 동생 동욱(75)씨의 갑작스런 정치 공세에 황당한 표정을 지을 수 밖에 없었다.

영철(48).동철(45)씨 등 두 아들과 함께 나온 북측 동욱씨는 첫 대면에서 부모님을 비롯한 가족들의 이야기로 꽃을 피우던 중 갑자기 ‘장군님(김정일 국방위원장)’ 찬양을 시작했다.

그는 “장군님의 선군정치로 핵억지력을 마련해 조선반도의 평화가 보장될 것”이라며 “지난해 10월9일 지하 핵실험으로 국제적으로도 핵 강국의 지위를 인정받아 미국도 우리를 건들지 못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또 “남측 동생들에게 꼭 당부할 이야기가 두가지 있다”며 말을 이었다.

이에 남측 큰형과 함께 나온 동생 주표(61).홍표(56)씨가 “한번 해보시라”라고 하자, 동욱씨는 헛기침을 몇 번 한 뒤 “잊어먹지 말고 꼭 다른 가족들 한테도 전해달라”며 또 다른 ‘준비된 메뉴’를 꺼냈다.

그는 첫 번째 당부말로 “하루 빨리 통일이 돼서 우리가 한곳에 모여서 살아야 한다”면서 “6.15공동선언을 적극 지지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이어 “그 한나라당인지 뭔당인지 그 패거리들이 있지 않느냐”며 “이번 선거에서 한나라당이 내놓은 후보에게 한표라도 줘선 안된다. 놈들이 여당이 되도록 내버려두면 안된다. 우리 모두 역적놈이 되고 만다”며 두번째 당부말을 전했다.

그는 남측 가족들이 어이없어해 하며 “다른 분도 말 좀 해보시라”고 말머리를 돌리자 머쓱한 표정으로 말을 멈췄지만 얼굴에는 상기된 기색이 역력했다.

상봉대기실에 설치된 화상을 통해 이를 지켜본 관계자는 다음 차례 상봉 가족들에게 “북측 가족들이 정치문제 등을 거론하며 체제 선전을 할 경우 그냥 듣기만 하면 아까운 시간만 흘러갈 수 있으니 적절한 시점에 대화내용을 바꾸라”고 안내하기도 했다.

대기실에서 있던 다른 상봉 가족들도 저마다 “누가 시켜서 하는 것같다”면서 북측 가족을 이해하려 애쓰면서도 안타까움을 떨치지 못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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