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가족이 김일성 훈장 꺼내들자 북한 기자들이…

남북 이산가족들이 60여 년 만에 만난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에서는 곳곳에서 울음이 터져 나왔다. 그들은 20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첫날인 20일 오후와 저녁 만찬을 통해 꿈에서도 그리던 가족을 만났다.

남측 상봉단인 손권근(83) 씨가 테이블 근처로 다가가자 북측 아들인 손종운(49) 씨가 명찰을 뒤집어 확인하더니 마주보고 한참을 쳐다보다가 아버지를 꽉 껴안았다. 아버지와 아들은 모두 할 말을 잊은 듯 아무 말 없이 눈물만 흘렸다. 아버지는 연신 아들의 어깨를 두드렸지만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권근 씨는 아버지에게 여동생인 “권분이는 어딨냐”고 물었다. 자신의 왼쪽에 앉아 있던 권분 씨를 알아보고 여동생의 손을 꼭 잡았다. 권분 씨는 오빠 권근 씨의 무릎에 얼굴을 파묻고 “내 생전에 오빠 얼굴 못 보는 줄 알았어”라며 연신 눈물을 흘렸다. 권근 씨는 울고 있는 여동생에게 “울지 마라”며 어깨를 두드렸지만 두 사람 모두 울음을 멈추지 못했다.

남측 여동생 이흥옥(80)씨는 북측 오빠 리흥종(88)씨가 휠체어를 타고 상봉장에 들어서자 한눈에 알아보고 함께 온 다른 가족들에게 미처 말할 틈도 없이 “오빠”를 외치며 달려갔다. 이날 상봉장에는 흥종 씨가 2살 때 두고 떠난 딸 이정숙(68)씨도 함께 나왔다.

흥종 씨가 딸을 몰라보자 동생 흥옥 씨는 “오빠, 딸이야 딸”이라고 알려줬다. 그제야 흥종 씨는 눈가가 붉어진 채 딸을 쳐다봤다.

북측 여동생 김남동(83)씨를 만나기 위해 어려운 걸음을 한 우리 측 1회차 상봉단 중 최고령 김남규(96)씨는 귀가 어두워 가족들의 말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남동 씨는 오빠의 두 손을 꼭 잡고 “남규 오빠가 옳은가(맞는가)”라고 물었으나, 남규 씨는 제대로 알아듣지 못했다.

남동 씨는 “(고향인 경상남도) 사천 초가집에 아직 사느냐”고 물었다. 이에 남규 씨와 동행한 남규 씨의 딸 경숙 씨가 “사천에 새로 집 지어서 이사했어요”라고 알려줬다. 남동 씨가 “북측에서 김일성종합대학을 나와 의사로 쭉 일하고 있다”고 하자 조카 경숙 씨는 “남측에 있는 내 딸도 의사다”고 답했다.

북측 오인세(83) 씨와 남측 아내 이순규(85) 씨, 아들 오장균(65) 씨도 상봉했다. 아버지가 먼저 면회소에 들어오면서 아들을 부둥켜안았다. 아들이 “아버지 자식으로 당당히 살려고 노력했다”고 말하자, 아버지는 아내를 향해 “가까이 다가 앉으라”고 말했다. 이내 아들은 아버지에게 큰절을 올렸다.

아버지가 아들과 손을 교차해 나란히 놓아보며 “닮았지?”라고 했고, 아들과 얼굴도 맞대보며 또 “닮았지?”라고 했다. 아들은 “65년을 떨어져 있었어도 낯설지 않다”고 말했다. 아내 순규 씨는 “살아 있는 것만 해도 고마워”라더니 “65년 동안 아들 키우고 했으니, 벌금 내야지”라고 말하며 웃었다.

북측 신청 가족인 채훈식(88) 씨는 며느리 강미영(46) 씨와 함께 남측에 있던 아내 이옥연(88) 씨와 아들 채희양(65) 씨, 며느리 정영순(63) 씨, 손자 재혁(40)·정재(39) 씨를 만났다.

훈식 씨가 다가가자 아내 옥연 씨는 고개를 돌려버렸다. 그러나 아들 희양 씨가 다가가 “아버지, 제가 아들입니다”며 오열했다. 훈식 씨는 머리에 쓴 중절모가 벗겨질 정도로 처음 만난 아들과 함께 부둥켜안고 계속 울기만 했다. 손수건이 흠뻑 젖도록 울던 훈식 씨가 아내에게 손을 내밀자 아내는 “이제 늙었는데 (손) 잡으면 뭐해”라고 했다.

미영 씨가 시아버지에게 “그동안 하고 싶었던 말 많았다면서 왜 못해요”를 대여섯 번 말했지만, 아버지가 울기만 하자 갑자기 표창장과 각종 훈장들을 꺼내 보였다. 1956년 1월 1일자로 시아버지가 북한 김일성에게 받은 것들이었다. 그 순간 북측 기자들이 몰려들어 촬영하고 미영 씨는 남측 기자들을 옆으로 밀쳐내기도 했다.

훈식 씨는 아들에게 “너희 어머니가 나 없이 혼자서 가정을 책임지고…, 아버지를 이해해다오. 나는 어머니에게…, 나를 위해서 (너희 어머니는) 일생을 다 바쳤다”고 말한 뒤 이어 “나는 10년을 혼자 있다가, 통일이 언제 될지 몰라서 (결혼했다)”고 말했다.

한편 이들은 21일에도 오전 개별상봉(9시30분~11시30분), 공동 중식(오후 12시30분~2시30분), 2차 단체상봉(오후 4시30분~6시30분) 등 3번 만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