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風’ 또다시 부나

2002년 대선에 이어 외교안보 이슈가 이번 대선에서도 이슈로 부상할 것인가?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렸다.

우선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 안보 지형을 근본적으로 바꾼 북한의 핵실험에도 불구하고 외교·안보 문제가 경제 문제를 능가할 쟁점으로는 떠오르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명지대 신 율 교수는 “북핵, 한미관계가 경제 문제를 능가하지는 못할 것”이라며 “경제 이슈가 중심이 되며, 외교·안보 분야는 부각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 워낙 경기가 안 좋고, 이것이 유권자들에게는 생존에 관한 문제로 다가오기 때문에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판단되는 후보자를 선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론조사전문기관 ’자료공방’의 정연섭 대표도 “조사를 해 보면 모든 유권자들의 욕구가 경제로 가 있다. 다른 것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면서 “이번 대선에서는 외교·안보 이슈의 비중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이 회사가 지난달 유권자 500명을 대상으로 선호하는 차기 대통령의 유형을 조사한 결과 80%에 육박하는 응답자들이 ’경제를 활성화할 사람’을 꼽았다.

지난 10월 초 실시된 한 일간지의 조사에서도 내년 대선의 최대 이슈로 응답자의 73.9%가 ’경제 회복 및 활성화’라고 답했다. ’남북 및 한미관계 등 외교안보 현안’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불과 4.5%에 그쳤다.

경희대 김민전 교수는 “가장 도발적이라는 핵실험 조차도 국민의 반응이 크지 않았다. 오히려 핵실험보다 분양가 폭탄이 더 무섭다는 얘기도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한미동맹, 대북정책 등을 두고 뜨거운 논란을 벌였던 2002년 처럼 외교·안보 이슈가 적지 않은 쟁점으로 떠오를 것이라는 분석도 여전히 제기됐다.

김형준 국민대 교수는 “안보가 경제와 연결되는 현상이 나오고 있고, 또 안보 문제가 리더십의 문제로 직결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3~5% 싸움으로 밖에 갈 수 없는 대선에서 어떤 대립 쟁점이 만들어지느냐가 중요하다”면서 “그런 의미에서 이번 대선에서 한미관계나 북한 문제 등 외교·안보 이슈를 세심하게 관찰해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대북 문제는 중요한 이슈로 부상할 잠재적 요인으로, 평화냐 냉전이냐는 구도가 형성될 수 있다”면서 “40대 중도 화이트칼라가 외교·안보 이슈에 어떤 반응을 보이느냐가 대선에 결정적 변수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한의 도발 등으로 안보정국이 조성될 경우 대선 주자들의 위기관리 능력이 중요하게 부각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일각에서 제기되는 상황이다.

또 한미 FTA(자유무역협정)와 같은 통상외교 문제가 논란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한길리서치의 홍형식 소장은 “전통적 의미의 안보 이슈가 아닌 한미 FTA(자유무역협정)와 같은 경제 외교 문제는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물론 “한미 FTA의 경우 2002년의 여중생 장갑차 사망 사건처럼 감성적이고 자극적인 이슈가 아니다”(김민전 교수)는 다른 시각도 있다.

대선에서 외교·안보문제가 어느 정도 이슈화가 될 것인지는 북한의 움직임과도 관련돼 있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일단 북한이 이번에도 어떤 식으로든 한국의 선거에 개입을 시도할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았다.

고려대 남성욱 교수는 “북한 입장에서는 대북 포용정책의 지속을 주장하는 현 여당이 계속 집권하기를 바라며, 자신들의 이익과 여당의 인기가 어떻게 하면 올라갈지 굉장히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런 측면에서 북한이 남북정상회담을 전격 수용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됐다.

남 교수는 “1년 남은 정권과 회담하는 것이 북한에도 어렵지만 그렇게 해서라도 여당에 도움이 된다면 북한은 얻을 것은 없지만 서울과 대화를 가져서 대선을 전쟁과 평화 구도로 몰고가려고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남북정상회담의 파급력에 대해서는 역시 전망이 엇갈렸다.

한길리서치의 홍 소장은 “2000년 DJ와의 정상회담은 대화의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 만남 자체만의 의미가 컸다”면서 “하지만 지금 시점에서는 가시적인 성과가 없다면 하나마나 한 회담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면 실질적 군축까지 이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민전 교수도 “설령 남북정상회담이 열리더라도 그리 큰 효과가 있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북한 이슈가 10년 넘게 진행되면서 국민간에 북한 문제에 대한 상당한 합의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고려대 남 교수는 “학습 효과 때문에 그렇지 않다는 주장도 있지만 일단 정상회담이 이뤄지면 그 이후 군축이나 평화정착 문제 등 후속 공약이 띄워질 것이고, 결국 거기에 관심이 집중되면서 정국의 중요 현안이 될 것”이라면서 “남북정상회담은 매우 폭발성이 있게 될 것”이라고 다르게 봤다.

이런 상황에서 대선 정국에서의 외교·안보 이슈의 쟁점화 여부를 판단하기는 아직 이르다는 주장도 있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 앤 리서치의 김원균 본부장은 “북한이 조용하면 크게 이슈가 되지 않고 넘어갈 수 있지만 북한이 한반도를 위협하는 행위를 한다면 굉장히 큰 이슈가 될 수도 있다”면서 “현 단계에서 예측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1∼2년 안에 많은 일들이 일어날 수 있지 않느냐”고 그 이유를 들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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