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韓이 보는 ‘한미 FTA’

국내적으로 미국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문제에 대한 찬반 양론이 뜨거운 가운데 북한의 입장에 관심이 모아진다.

북한이 공식적으로 한·미 FTA협상에 대해 공식적인 언급을 내놓은 것은 조선중앙방송과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2월과 3월 남한의 언론보도를 인용해 FTA협상과 스크린 쿼터 축소 문제에 대한 국내의 반대움직임을 소개한 것 정도가 전부다.

그러나 북한은 일부 선진국에 의해 주도되는 세계경제체제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해 왔다는 점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한·미 FTA협상에도 부정적인 평가를 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계간경제잡지 ’경제연구’ 2006년 1호는 “미제는 매개 나라들의 민족시장을 세계적인 단일시장으로 통합하고 그 속에서 미국의 다국적 기업체 등이 자유롭게 활동함으로써 미국이 지배하는 미국 중심 경제질서의 이익을 얻기 위해 개방과 자유화를 다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동신문은 작년 11월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미주정상회담을 거론하면서 “회의에 참가한 미국 집권자가 아메리카 자유무역지대(FTAA) 창설 구상에 (중남미 국가들이) 합세할 것을 요구했다”며 “라틴 아메리카 나라들이 지역에서 경제적 지배권을 수립하려는 미국의 기도를 반대해 나섰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논리에 따르면 한미FTA는 미국이 미국 기업의 이윤을 극대화하고 지배권을 수립하기 위해 한국시장의 개방을 촉구하고 있는 경제적 압력인 셈이다.

여기에다 한미간의 FTA는 경제적 관계를 넘어서 한미동맹의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민족공조’를 지향하는 북한의 입장에서는 부정적인 평가를 내릴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북한은 국내적으로 FTA에 대한 국내적 찬반 양론의 과정에서 갈등을 파고드는 계기로 삼을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국내적으로 FTA가 국내 산업구조를 황폐화시키고 미국만 이익을 얻게 될 것이라는 비난 여론이 자칫 반미감정으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에서 이를 ’민족공조 강화’의 계기로 이어갈 것이라는 분석이다.

북한은 2002년 미선·효선양 사망사건 때도 국내에서 벌어지는 ’촛불시위’ 등을 강조하면서 주한미군 주둔을 비난하는 구실로 선전을 강화했었다.

박진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한미 FTA는 경제관계이지만 비경제적인 유대관계 강화가 이뤄질 수 있고 부수적인 효과로 동맹강화나 안보강화 등을 낳을 수 있다”며 “동북아에서 미국 영향력이 강화된다는 것을 의미하고 상대적으로 북한이 소외된다는 것이기 때문에 북한에게는 반가운 일이 아닐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북한이 경제회생을 위해 추진하고 있는 개성공단의 미래가 한미 FTA에 달려 있다는 점에는 관심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한국 정부는 싱가포르 등과 맺은 FTA와 마찬가지로 한미 FTA에서도 개성공단 생산 제품에 대해 ’한국산’으로 인정 받기 위해 주력하고 있다.

개성공단 제품이 한국산으로 인정 받아야만 미국에 판로를 가지고 있는 다양한 국내 중소기업들이 개성공단에 입주할 것이고 그래야만 이 사업의 성공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한미간 FTA가 한국에서 기업의 구조조정을 촉진하게 되면 기업들이 값싼 노동력으로 생산해야 된다는 압력이 강해져 개성공단으로 가려는 기업이 늘 수 있다”며 “하지만 이는 개성공단 생산제품이 한국산으로 인정받았을 때만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