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美, ‘HEU 암초’ 극복할까

빠르면 3월 초에 개최될 북.미 관계정상화 실무그룹과 비핵화 실무그룹은 ’고농축 우라늄(HEU) 변수’에 따라 향방이 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2.13 합의’에 따라 북한과 미국은 60일내에 ’핵 프로그램 목록 논의’를 해야 한다. 영변 5㎿ 원자로를 비롯한 북한의 핵 관련 시설 등 프로그램의 리스트를 작성하는 문제를 협의하는 것이다. 이는 60일 이후 추진될 ’신고’ 절차의 준비단계에 해당한다.

구체적인 내용은 2월13일 합의 이후 30일 내에 구성될 비핵화 실무그룹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그러나 60일 이내에 ’협의를 논의’하는 대상이나 추후 신고절차에서 논의할 대상은 사실상 같다. 그런 점에 보면 이 작업의 시발점은 북한이 자체적으로 리스트 초안을 만들어 제출하는 것이 될 수 있다.

문제는 리스트 초안이 얼마나 성실한 내용을 담고 있는 가에 달려있다. 만일 북한이 만든 초안에 미국이 생각하는 대상이 대부분 망라돼있다면 북한의 ’핵폐기 의지’는 다시 한 번 격상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북한이 그동안 핵협상 과정에서 보여준 관행을 생각하면 그 내용이 미국 등을 만족시킬 수준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더 높다.

특히 미국은 신고 대상에 HEU가 포함됐는 지 여부를 관건으로 보고 있다. 이미 6자회담이 열리기 전에 베를린에서 만난 북.미 수석대표들은 향후 핵 프로그램 논의 대상에 HEU를 포함시키자는데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북한이 적극적으로 HEU 보유를 시인한 것은 아니다. 다만 북한은 미국의 HEU 주장을 수동적으로 들으면서 추후 논의하는데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의 의지’를 잘 알고 있는 천영우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도 6자회담 폐막일에 북한의 김계관 외무성 부상에게 “미국사람들이 HEU 중시하는데 만일 이 점이 검증되면 미국도 대북 지원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것”임을 말해줬다고 소개했다.

만일 북.미가 HEU 문제를 둘러싼 신경전을 극복하지 못하면 비핵화 실무그룹 뿐 아니라 북.미 관계정상화 실무그룹 회의 과정도 순탄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가까스로 접점을 찾아낸 6자회담 전반에 암운을 드리우게 될 수도 있다.

따라서 HEU 문제가 ‘2.13 합의’로 비핵화의 시동을 건 6자회담이 앞으로 전진하느냐를 가늠할 핵심변수가 될 수 있는 것이다.

HEU 문제는 2002년 10월 평양에서 제임스 켈리 당시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강석주 북한 외무성 제1부상 등 북한 관리들과 만난 자리에서 불거진 현안이다.

미국측은 북측이 켈리 차관보에게 HEU의 존재를 시인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북한측은 이를 부인해왔다.

실제로 북한은 우라늄 농축에 필요한 원심분리기 20여기를 파키스탄의 압둘 카디르 칸 박사로부터 제공받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우라늄 농축 기술을 진짜 개발했는지는 불분명하다.

북한은 HEU 프로그램의 존재를 부인해 왔으며 최근 핵실험은 플루토늄을 이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정부 소식통은 “미국은 북한이 HEU의 존재를 부인할 경우 파키스탄으로부터 수입한 원심분리기가 현재 어디에서 무엇을 위해 쓰이고 있는 지를 분명히 소명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