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美 해빙 속 다자정상회담說 ‘봇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정무특보인 이해찬(李海瓚) 전 국무총리의 방북으로 남북정상회담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현실적 대안으로 미국을 매개로 하는 다양한 다자정상회담 시나리오가 제기되고 있어 주목된다.

국제관계 및 북한문제 전문가들 입에서 한반도 평화체제 구상을 축으로 미국이 포함된 ‘남.북.미’나 ‘남.북.미.중’ 정상회담이 제기되고 있고 6자회담의 연장선에서 ‘6자 정상회담’도 거론되고 있다.

특히 이 같은 시나리오는 지난달 제5차 6자회담 3단계 회의에서 합의한 ‘2.13합의’가 60일간의 이행기간을 통해 초기이행조치가 마무리되면 자연스럽게 6자외무장관회담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점에서 북한의 성실한 비핵화 이행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우선 ‘남.북.미’ 3자 정상회담론이 나오고 있는 것은 조지 부시 대통령은 지난해 11월18일 베트남 하노이 한미정상회담에서 북한의 핵폐기시 한국전 종전선언은 물론이고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종전 문서에 함께 서명할 용의가 있다는 뜻을 밝혔기 때문이다.

북한과 미국이 ‘2.13합의’를 통해 북미관계 정상화 논의에 시동을 걸고 뉴욕에서 첫 실무회의를 갖기는 했지만 수교라는 종착역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수교를 위해서는 북한의 핵문제 뿐 아니라 인권이나 마약.위조지폐 등 불법행위 등 다양한 현안의 해결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북미가 수교의 징검다리로 정전상태를 종전상태로 변화시키는 정치행위를 점쳐볼 수 있다는 지적이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현시점에서는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하기보다는 냉전구조 해체를 위한 남.북.미 3국 정상회담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3국 정상회담을 열어 냉전구조 해체를 위한 본격적인 협상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심지어 한나라당의 정보통으로 통하는 정형근(鄭亨根) 의원은 “6∼7월에 한반도에서 남.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3자 정상이 종전선언을 위해 만난다면 장소로는 판문점과 같은 종전의 상징성이 담긴 지역에서 이뤄질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남.북.미 정상회담이 종전협정을 논의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최근에는 중국을 포함하는 4자 정상회담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정전협정 당사자인 북한과 미국, 중국에다 당사자 원칙에 따라 남한을 포함해서 정상회담을 연다는 것으로 1990년대 초반 4자회담 구상의 연장선에서 이해할 수 있다.

임원혁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부시 대통령은 중간선거 이후 대북정책의 방향을 확실히 바꾼 것으로 판단되는 만큼 부시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만나는 정상회담도 상상만의 일은 아니다”며 “정전협정을 종전상태로 바꾸기 위한 회담이 된다면 정전협정의 당사자인 남.북.미.중이 참여하는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렇게 된다면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기차를 이용해 중국 베이징에서 모이는 형태의 회담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 같은 다자 정상회담의 가능성 논의는 앞으로 한반도 논의가 단순히 남북간의 논의를 떠나서 동북아시아에서 다자 안보체계를 구축하는 과정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 더욱 눈길을 모은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2일 해군사관학교에서 열린 해사 61기 졸업.임관식에서 ‘2.13합의’와 관련, “북핵문제 뿐만 아니라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정착과 동북아시아에 협력과 통합의 질서를 열어갈 수 있는 역사적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부 관계자는 “6자회담과 북핵문제 해결의 과정은 단순히 한반도 냉전구조 해체를 넘어서 동북아시아에서 새로운 안보질서의 구축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특히 다자 정상회담이 열릴 수 있다면 이 질서가 가속화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