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美 제네바 회동..북핵협상 중대 기로

북미 양국 6자회담 대표들이 이번주 스위스 제네바에서 회동할 예정이어서 핵신고 문제로 난항을 거듭해온 북핵협상이 중대 기로에 섰다.

북핵 6자회담 미국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차관보와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은 13-14일 제네바에서 회담할 것이라고 워싱턴 외교 소식통들은 10일 밝혔다.

힐 차관보와 김 부상이 만날 경우 그동안 북핵 협상 진전의 발목을 잡아온 핵신고 문제를 집중 협의할 것으로 보여 북핵 협상은 진전이냐 제자리 걸음이냐의 중대 고비를 맞게 됐다.

◇ 북, 핵신고 결단 내리나 = 북핵 2단계 이행은 불능화의 순조로운 진전에도 불구하고 핵신고 문제에 걸려 난항을 거듭해왔다.

미국은 북한에 모든 핵무기와 물질, 시설은 물론, 우라늄 핵프로그램, 시리아와의 핵연계 의혹을 비롯한 핵확산 활동을 ‘완전하고 정확하게’ 신고하라고 촉구해왔다. 북한은 그러나 미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들이 먼저 의무를 이행하라며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나 이 같은 교착상태는 지난해 연말로 정해졌던 북핵 신고 시한이 지나도록 묵묵히 지켜보기만 하던 중국이 올들어 적극적인 중재에 나섬으로써 진전의 계기가 마련됐다.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은 이미 1972년 미국과 중국간에 있었던 ‘상하이 코뮈니케’를 참고로 하는 신고 절충안을 제시했고 북.미 양측은 기본적으로 이를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이 제시한 절충안은 우라늄 핵프로그램과 핵확산 같은 예민한 쟁점 사항들에 대해 북.미 양측의 입장을 나란히 병기하는 형태의 공동성명 같은 문서로 미국 내 강경파들의 불만을 잠재우면서 북한의 입장도 배려할 수 있는 내용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힐 차관보는 이미 중국의 절충안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중국측에 전달했고, 북한측의 결단을 기다리고 있다는 게 소식통들의 전언이다.

지난달 19일 베이징에 나와 힐 차관보와 만났던 김 부상은 이 같은 중재안을 가지고 귀국해 본국의 입장을 전달받은 뒤 지난 1일 베이징에서 힐과 다시 만날 계획이었다 만남이 무산된 만큼 이번 제네바 회동에는 구체적인 답변을 가지고 나올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힐 차관보도 최근 수 주 내에 북한측과의 회동 가능성을 예견하며 “이달 내에 (북한의) 완전한 신고가 관철되도록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해왔다.

북한측이 제네바 회담에서 미중 양국이 제시한 절충안을 받아들일 경우 한 동안 열리지 못한 6자회담이 다시 열리고, 영변핵시설 불능화와 핵신고, 미국의 대북 테러지원국 지정 및 적성국교역법 적용 해제를 골자로 한 북핵 2단계 합의 이행은 급물살을 탈 것으로 기대된다.

나아가 2단계 합의 이행을 넘어 북핵 폐기와 북미간 관계정상화 등을 목표로 한 3단계 협상도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북미 양측이 제네바 회담에서도 북핵 신고를 둘러싼 견해 차이를 좁히지 못할 경우 조지 부시 행정부 임기 내 북핵 문제 해결은 거의 물건너가는 것과 같은 장기 교착 상태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