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美 제네바서 비핵화 2단계 ‘담판’ 주목

북한과 미국이 다음주 스위스 제네바에서 핵시설 불능화와 핵프로그램 신고 등 비핵화 2단계 이행을 둘러싼 담판을 지을 것으로 알려져 귀추가 주목된다.

핵시설 폐쇄 등 초기조치 이행이 마무리된 상황에서 열리는 이번 회의는 시기적으로 다음달 초.중순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6자회담 본회의로 이어지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게될 전망이다.

하지만 최근 6자회담의 핵심 쟁점이 북한과 미국간 양자협의에서 도출되는 경향을 감안할 때 불능화와 신고와 관련된 담판이 이번 회의에서 이뤄질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 의제는 = 양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과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는 비핵화 2단계 이행을 위해 상호 원하는 바를 허심탄회하게 밝히고, 합의점 도출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이미 불능화 및 신고를 이행하면 중유 95만t상당의 경제.에너지 지원을 받게 돼 있다.

그러나 북한은 이것 외에도 미국으로부터 정치.안보적 상응조치 차원에서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와 대적성국교역법 적용 종료를 조속히 받아내야 불능화에 적극 임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북측이 지난 16~17일 중국 선양(瀋陽)에서 열린 비핵화 실무회의에서 불능화와 신고 이행에 적극성을 보이면서도 농축우라늄프로그램(UEP)의 존재 시인, 불능화의 구체적 개념 합의 등 핵심 쟁점에 대해 여지를 둔 것도 미국과의 제네바 회동에서 쓸 카드를 위한 것이란 게 많은 이들의 분석이다.

그런 만큼 북.미는 이번 회의에서 UEP를 포함한 포괄적인 핵프로그램 신고및 불능화 이행 약속과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 등 약속을 주고 받고, 구체적 이행 방안에 합의를 시도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아울러 경수로가 의제화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북측은 불능화 단계에 경수로 제공 논의를 시작하길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져 이번에 관련 약속을 미국 측으로부터 받아내려 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그러나 미국은 경수로에 대해 ‘북한 비핵화 이후 문제’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어 의외의 갈등요인이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또 협의가 잘 될 경우 양측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논의와 ‘포스트 불능화’ 이행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 왜 제네바인가 = 외교가는 제네바라는 장소에 주목하고 있다. 당초 양측은 싱가포르 등 동남아 제3국으로 얘기를 모아가다 북한의 희망이 반영돼 제네바로 급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네바는 제1차 북핵위기를 봉합한 1994년 북미 기본합의(Agreed Framework)가 도출된 장소다. 북한 입장에서는 영변 원자로 동결의 대가로 경수로를 약속받고, 매년 중유 50만t을 받는 제네바 합의에 대해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했고, 13년이 지난 지금도 그 평가가 변할 만한 요인은 많지 않아 보인다.

반면 현 미 행정부 입장에서는 경수로 제공 등을 담은 제네바 합의를 클린턴 행정부의 ‘짐’으로 여기고 있는 만큼 제네바에 별다른 매력을 느낄 이유가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미국이 제네바 개최 방안에 동의한 것은 이번에 북한과 ‘빅 딜’을 하기로 작정한 가운데 사소한 장소 선택 등에 얽매이지는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일로 해석하는 일부 시각도 있다.

이와 함께 제네바에서는 1997∼1999년 평화체제 등을 논의하기 위한 남.북.미.중 간 4자회담이 열리기도 했다.

그 후 북미 관계는 상호 교차 방문을 하는 수준과 아예 얼굴조차 마주하지 않는 수준 등 극단을 오갔기 때문에 제네바는 4자회담을 마지막으로 1990년대 북미 교섭을 상징하는 ‘추억의 장소’가 됐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