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美 외교장관 4년만에 첫 만남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과 박의춘 북한 외무상이 23일 싱가포르에서 양국 외교 수장으로는 4년 만에 처음으로 만났다.

만남의 자리는 비공식 북핵 6자 외무장관 회담에서였다.

이번 북-미 외교장관의 만남은 북한의 핵신고서 제출 이후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키로 하는 등 북-미관계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는 가운데 이뤄져 눈길을 끌었다.

라이스 장관도 6자 외무회담 직후 회담장에서 박 외무상과 대화를 나눈 사실을 소개했다.

라이스 장관은 북한까지 포함된 싱가포르 6자 외무장관 회담의 “분위기가 아주 좋았다”며 만족감을 표명했다고 미 국무부측이 전했다.

라이스 장관은 또 80분 가량 진행된 이날 회담이 “서로 떨어져서 각자의 입장을 밝히는 것이 아니라 상호 의견을 주고 받는 형식이었다”며 박 외무상과도 두 차례 악수를 나눴다고 말해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서로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음을 시사했다.

라이스 장관은 싱가포르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6자 회담 참가자 모두가 기본적으로 기존의 합의를 확인하고 우리가 2단계 의무사항을 신속하게 매듭짓기 위해 앞으로 나아갈 필요가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생각한다”며 검증의정서와 그리고 검증의정서의 중요성에 대한 많은 논의와 함께 다자관계에서 더 나은 양자관계의 요구 등이 이번 회담에서 제기됐다고 소개했다.

라이스 장관은 또 이번 6자 외교장관 회담에서 중국이 매우 훌륭한 역할을 수행했다고 평가하고 “그들이 어느 시점에서 보다 공식적인 장관급 회담을 갖기를 원한다고 생각한다”며 향후 장관급 회담 일정과 관련해 대화도 오갔지만 구체적인 날짜를 정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라이스 장관은 박 외무상과 만남에 대해서도 “예상밖의 일은 없었다”고 전제한 뒤 “참석자들이 아마 3-4차례 돌아가면서 서로 입장을 밝혔을 것”이라면서 “그(박 외무상)는 모두가 자신들의 의무사항을 이행하는 것에 대한 중요성을 이야기 했다”고 말했다.

라이스 장관은 또 “구체적인 일정에 대해 들어가지 않았지만 우리가 진전을 이룩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분위기가 좋았다”면서 “앞으로 나아가야 하고 우리가 몇 개월간 또 다른 의견충돌을 벌일 시간적인 여유가 없다는 긴박감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AP통신과 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들은 라이스 장관은 이날 회담 시작 때 환하게 웃으며 박 외무상과 악수를 나눴고 회담 말미에도 손을 맞잡는 등 두 차례를 악수를 했다고 회담장 분위기를 소개했다.

하지만 라이스 장관은 6자 회담장에서 나눈 대화 내용에 대해 더 이상 구체적으로 언급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고 미국 대표단 역시 언론 접촉을 꺼려 이번 북미 외교장관의 만남이 북미관계의 새로운 전기로 확대 해석되는 것을 경계하는 눈치.

이와 관련, 미국이 금강산 관광객 피격사건과 독도 문제 등에 따른 최근 한반도 상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최근 대북관계가 급진전되면서 북한의 통미봉남 정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는데다 금강산 관광객 피격사건과 북한의 일본 납북자 문제 미해결 등을 둘러싼 갈등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에 미국이 북한과 접촉을 필요 이상으로 밖으로 드러내서 외교적으로 득될 게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는 얘기다.

미국으로 보면 비공식 회담의 틀을 통해 형식과 의제에 얽매이지 않고 북한의 최고위 당국자와 만나 북핵문제에 대해서는 검증합의에 대한 완벽한 이행을 강조하면서 새로운 북미관계의 모색 가능성을 타진하는 게 훨씬 실용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라이스 장관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북한에 대해 모든 핵프로그램에 대한 약속과 의무사항을 준수해야 한다는 확고한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강조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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