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美 외교장관 회동 배경과 전망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이 내주 싱가포르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을 계기로 열리는 비공식 6자 외교장관 회담에서 박의춘 북한 외무상과 만난다.

싱가포르 북미 외교장관 회동은 북한의 핵신고서 제출 이후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키로 하는 등 북미관계가 새 국면을 맞고 있는 가운데 이뤄져 내외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번 북미 외교장관 회동은 출범 초부터 대북 강경정책을 구사해 온 조지 부시 대통령의 임기를 불과 5개월여 앞두고 이뤄진다는 점에서 외교가의 관심을 끌고 있다. 다시 말해 부시 대통령이 연임 8년의 임기를 마무리 하면서 북핵문제에 대한 무언가 매듭을 짓겠다는 복심의 일환으로 이번 회동이 이뤄진 게 아니냐는 분석이 그것이다.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북미 외무장관 회동을 계기로 상당한 진전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북핵문제 해결은 물론, 북미관계 정상화 등을 위한 극적인 전기가 마련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관측이 벌써부터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라이스 장관이 박 외무상과 같은 북한의 고위급 인사를 접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 북미 외교장관의 회동 시점도 오는 8월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부시 대통령이 베이징(北京)을 방문하기 앞서 열린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을 만 하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중국의 베이징 올림픽 초대에 응해 개막식장에 나타날 경우 부시 대통령과 극적으로 조우할 가능성이 있다는 설이 외교가에서 나돌고 있기 때문이다.

설사 김 위원장과 부시의 전격 만남이 성사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이번 싱가포르 회동을 통해 북미 외교장관 회담이나 남북미 간 3자 회동이 이뤄져 북미관계 진전의 새 돌파구가 마련될 경우 라이스 장관의 평양행 가능성도 전적으로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ARF는 2002년과 2004년 당시 백남순 북한 외무상과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이 만나는 계기를 제공했었는데 이번에도 비공식이긴 하지만 북미 외교장관 회동을 성사시키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게 됐다.

라이스-박 회동은 비공식 6자 외교장관회담이 2단계인 핵불능화와 핵신고에서 마지막 3단계인 핵폐기로 넘어가는 시점에서 열리는데다 공식회담과 달리 특별한 의제가 없어 상호간 허심탄회한 입장을 타진할 수 있는 자리가 될 가능성이 있다.

미 국무부도 라이스 국무장관과 박 외무상이 비공식 6자 외교장관회담에서 만나게 된다면서 이번 6자회담은 공식회담과 달리, 특별히 정해진 의제도 없고 성명서 발표가 없을 것이라며 외교장관들이 6자회담의 진전상황을 평가하기 위한 허심탄회한 의견을 교환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시사했다.

숀 매코맥 국무부 대변인은 18일 정례 브리핑에서 6자회담을 비공식 모임 형태로 개최하면서 라이스 장관과 박 외무상이 만나는 자리를 마련한 것과 관련, “외교적으로 유용하다”는 표현을 사용하면서 비공식 회담이 공식회담에 비해 구체적인 의제에 얽매이지 않고 폭넓은 대화를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언급했다.

매코맥 대변인은 북미 양자회담 가능성은 부인했지만 라이스 장관이 박 외무상과 대화를 나눌 가능성에 대해서는 “다른 외무 장관들이 하는 것처럼 라이스 장관도 물론 그렇게 할 것”이라며 “장관들끼리 (6자회담 성과) 평가 등에 대한 의견교환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는 북미 외교장관이 별도의 자리를 마련해 대화하는 것은 아직 정해진 바 없지만 비공식 6자 외교장관 회담에서도 얼마든지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대화가 가능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특히 그동안 라이스 장관이 싱가포르 방문시 북한과 접촉할 계획이 없다고 밝혀왔던 국무부의 발표 등으로 미뤄 볼 때 이번에 북미 외무장관 회동은 상황에 따라서는 북미관계에 새 돌파구를 제공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매코맥 대변인은 양자회담 가능성에 대해서는 “이 시점에서 어떤 양자적 요소가 거기에 있다고 기대하지 않는다”고 일단 선을 그었다.

매코맥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도 미국의 대북 메시지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면서 행동 대 행동 원칙을 강조해 북한이 미국의 기대에 얼마나 응해줄지가 북미관계 진전에 관건이 될 것임을 분명히 했다.

북미관계 진전 가능성에 관한 일부 낙관적 견해와 달리 미 행정부와 의회 및 싱크 탱크 일각에서는 북한의 핵신고서에 담긴 내용이 6자회담에서 북한이 약속했던 것에 미치지 못하고 있을 뿐 아니라 무엇보다 우라늄 농축과 시리아 등에 대한 핵확산 활동에 대한 신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면서 대북 강경론을 여전히 견지하고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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