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美 신경전..6자회담 험로 예고하나

북.미.중 3국이 6자회담 재개에 전격 합의한 상황에서 미국과 북한이 각각 ‘선행조치’와 ‘핵보유국 인정’ 요구를 내세울 가능성이 포착되고 있어 주목된다.

북미 양국이 아직 이들 요구를 본격화되기보다는 암시하는 수준이어서 이를 표면화할지 여부를 예단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북미가 이들 요구를 피차 수용하기 힘들다는 점에서 현실화될 경우 마찰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실제 미국의 대북 선행조치 요구가 가시화될 경우 동시행동을 강조해 온 북한의 반발이 예상되고 북한이 핵보유국 인정을 주장한다면 핵폐기에 주력 중인 미국의 반작용이 우려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이런 조짐을 놓고 신경전에 그칠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이 있는가 하면 6자회담 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 회담재개 합의 직후부터 신경전 = 양측은 6자회담 재개 합의가 도출된 지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상대를 자극할 수 있는 주장을 제기했다.

먼저 시작한 쪽은 미국.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1일자 뉴욕 타임스와 인터뷰에서 “6자회담이 재개되면 다른 참여국들과 협력을 통해 북한이 핵프로그램을 종료하는 구체적인 행동을 취하도록 하겠다”면서 북한의 핵시설 가운데 하나를 해체하거나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을 재개토록 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고 말했다.

향후 6자회담 재개시 ‘행동 대 행동’에 입각한 9.19공동성명 이행의 로드맵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에서 미국은 북한의 핵실험 사실을 문제삼으며 핵폐기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선행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는 것이다.

북한도 잠자코 있지 않았다.

북한은 4일 외무성 대변인과 조선중앙통신 기자의 문답 형식을 통해 ‘핵보유국’임을 내세우는 언급을 한 것이다.

외무성 대변인은 “6자회담 재개에 관한 합의가 발표되기 바쁘게 일본 총리와 외상, 관방장관 등이 줄줄이 나서서 핵보유국이라는 전제하에서는 북조선을 6자회담에 받아들일 생각이 없다느니 뭐니 하며 주제넘게 놀아대고 있다”며 북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는 일본의 입장을 비방했다.

북한이 문제삼은 것은 미국이 아닌 일본이었지만 ‘핵보유국’을 언급한 대목에서 향후 핵보유국 지위 인정을 요구할 수 있음을 암시한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실제로 북한이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으려 한다면 그것은 6자회담을 핵군축 회담으로 바꾸자는 요구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다른 회담 참가국들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이다.

◇ 북미 신경전에 그칠까 = 문제는 미국이 언급한 ‘선행 조치’나 북한이 이날 알듯 모를듯 언급한 ‘핵보유국 지위’는 현실적으로 서로 수용하기 어려운 요구라는 점이다.

그런 만큼 어렵게 합의된 회담이 양측의 ‘요구사항’ 때문에 난항을 겪을 지도 모른다고 우려하는 이들이 적지 않은 실정이다.

양측의 이 같은 입장에 대해 한 정부 당국자는 북핵문제 회담에 앞서 자신들이 요구하는 바의 극단을 이야기하는 것은 일종의 관행처럼 돼 있기 때문에 놀라울 것이 없다고 말했다.

미국이 북한의 무조건적인 선행조치를 요구하는 듯 하지만 속으로는 그에 대한 보상조치를 염두에 두고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있고 북한도 미국을 포함해 누구도 인정하지 않는 핵보유국의 지위를 회담에서 실제로 요구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기대도 존재한다.

하지만 북한의 회담 복귀로 자신감을 얻은 미 행정부가 대북 압박기조로 급선회한 중국과 함께 유엔 안보리 결의를 등에 업고 북한의 선행조치를 본격적으로 요구하고 나설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 또한 일단 회담에 복귀하기로 했지만 어렵게 핵실험 카드를 쓴 마당에 핵실험 이전 상황으로 돌아가서 논의를 시작하자는 관련국들의 제안에 순순히 응하지 않을 가능성도 없지 않아 보인다.

한 정부 관계자는 “앞으로 북미 양국이 어떤 입장을 개진하게 될지는 예단하기 어렵지만 1년여 만에 재개되는 회담 과정이 기대처럼 순조롭지만은 않을 것으로 봐야 한다”고 전망했다. /연합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