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美 ‘수교 로드맵’ 합의했나

북핵 6자회담 `2.13합의’에 따른 제1차 북미 관계정상화 실무회담이 끝난 지 하루가 지난 가운데 북한과 미국이 이번 회담이나 이미 그 이전에 국교수립을 위한 로드맵에 합의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7일 설득력있게 제기되고 있어 주목된다.

특히 일각에선 지금까지 드러난 북한과 미국의 입장을 토대로 양측이 내년 8월께까지 완전한 외교관계를 수립키로 목표시점을 정했을 수도 있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북미, 첫회담 결과에 대만족 = 우선 북미 양측 모두 이번 회담 결과에 대해 무척 만족스럽게 평가하고 있어 뭔가 `큰 거래’가 이뤄진 게 아니냐는 전망을 낳고 있다.

회담을 마친 뒤 미국측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2.13 합의’의 목표를 달성할 것이라는 낙관적인 기대감을 갖게 됐다”고 긍정평가했고, 북한측 김계관 외무성 부상도 “회담이 건설적”이었다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힐 차관보는 또 2.13 합의’ 60일 이후의 문제에 대해서 많은 의견을 포괄적으로 나눴다고 밝혔다.

특히 북미 관계 정상화와 관련, 북한이 중간단계인 연락사무소 설치에 소극적인 반응을 보이며 곧바로 전면적인 관계정상화를 희망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북미 수교가 생각보다 숨가쁘게 전개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북한 대표단의 방미활동을 적극 도왔던 뉴욕 코리아소사이어티의 에번스 리비어 회장도 7일 뉴욕 한국특파원 간담회에서 북미관계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으며 북한이 빠른 관계정상화를 희망하고 있어 조지 부시 행정부 임기내에 관계정상화도 완전히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라고 말해 이를 뒷받침했다.

◇힐, 18개월내 `9.19 공동성명 완료’ 제안 시사 = 앞서 힐 차관보는 작년 12월초 워싱턴포스트(WP) 인터뷰에서 북한과의 비공식 접촉을 통해 9.19 공동성명을 18개월 안에 완료할 것을 제안했음을 시사한 바 있다. 북한이 이번에 이를 전격 수용했을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

힐 차관보가 이를 말할 당시는 지난 2005년 9.19 공동성명이 나온 뒤 북한의 불법활동자금 돈세탁 의혹을 받고 있는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의 북한 계좌 문제로 6자회담이 1년여간 교착됐다가 중국의 중재로 작년 10월말 북미가 접촉을 가짐으로써 회담이 재개될 움직임을 보일 때였다.

힐 차관보는 당시 인터뷰에서 “9.19 공동성명을 `합리적 기간내’에 이행하자는 논의가 있었다”면서 “18개월도 합리적 기간의 범주에 포함되지만 이를 포함해 다양한 이행기간이 제시됐다”고 말한 바 있다.

9.19 공동성명에는 북미 관계 정상화 내용도 담고 있다는 점에서 힐 차관보의 이같은 언급은 북미간 외교관계 수립을 18개월내 마무리하자는 의미로도 뒤집어 해석할 수 있다.

◇미 국무부 “내년 초까지 북핵 협상 완료” = 힐 차관보의 언론 인터뷰 뿐만아니라 국무부의 공식 문서에서도 북핵 협상 및 북미 관계정상화에 대한 미국의 목표시점을 충분히 유추할 수 있다.

국무부는 지난 달 5일 의회에 제출한 2008회계연도 업무계획 보고서에서 내년 초까지 북핵 협상을 마무리하고 북한 핵무기와 핵프로그램의 해체시작 및 검증체제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국무부가 이 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한 시점은 북미가 지난 1월 제네바에서 양자접촉을 갖고 `2.13 합의’의 대체적인 골격에 합의했던 때라는 점에서 국무부가 북핵 협상 마무리 시점을 2008년초까지로 잡은 게 단순히 미국의 희망사항을 제시한 것 이상일 수 있다는 것.

북한과 어느 정도 조율된 일정을 제시한 것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보고서는 핵문제 뿐만아니라 내년에 모든 중.장거리 미사일을 해체하기 위한 미사일 협상도 시작하겠다고 목표를 밝혔다.

미국은 `9.19 공동성명’을 이행하기 위한 방안으로 `북핵협상 마무리→ 평화협정 체결→북미외교관계 수립’ 등 크게 3단계를 고려하고 있다는 점에서 내년초까지 북핵 협상을 마무리짓는다는 국무부의 목표시간표는 18개월내 북한과의 완전한 외교관계 수립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도 가능하다.

◇왜 18개월인가 = 미국이 `18개월이내 9.19 공동성명 이행’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은 부시 행정부 임기 내에 북핵문제를 해결하고 북미 관계를 정상화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분석된다.

부시 대통령은 오는 2009년 1월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게 되지만 `레임덕’과 2008년 11월 대선 일정을 감안하면 지금부터 1년6개월 후인 2008년 8월까진 굵직한 현안들을 마무리지어야 한다는 것.

이라크 및 아프가니스탄 전쟁 상황 악화 등 집권 7년차에 접어들도록 내세울 만한 아무런 외교적 성과가 없는 부시 행정부로선 북핵 협상에 `올인’할 가능성이 크며 이를 토대로 나름대로 이란문제 해결에도 박차를 가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따라서 임기말에 시간과의 싸움도 벌여야 하는 부시 행정부는 `18개월’이라는 시기에 얽매이지 않고 올해안에 북한과의 관계 정상화를 위해 매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로드맵의 완전한 이행까지는 많은 장애물 = 북한과 미국이 이번 실무회담에서 국교수립을 위한 로드맵에 합의했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완전히 이행되기까지는 수많은 장애물이 널려 있어 적잖은 우여곡절이 예상된다.

무엇보다도 이번 `2.13합의’는 `행동 대 행동 원칙’을 전제로 하고 있어 중간에 어느 하나라도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다면 차기 수순의 원만한 이행을 장담할 수 없다.

당장 `2.13합의’ 30일 이행 약속사항으로 오는 15일이 데드라인인 미국의 BDA계좌 해결이 주목된다.

또 `2.13 합의’ 60일 이후에 예정된 북한의 완전한 핵프로그램 신고도 예측가능한 미래에 예상되는 큰 고비다. 북한은 그동안 논란이 됐던 고농축 우라늄(HEU) 핵프로그램 문제도 논의키로 미국과 의견을 모았지만 그것 자체가 모든 핵프로그램에 대한 북한의 성실신고를 담보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워싱턴=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