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美, ‘대화’ 앞서 팽팽한 신경전

북.미대화에 앞서 양측의 막판 기싸움이 팽팽해지고 있다.

뉴욕 실무접촉을 통해 ‘탐색전’을 끝낸 양측은 대화테이블에 올릴 최종의제 설정을 둘러싸고 서로를 압박하는 고도의 신경전을 연출하고 있는 양상이다.

전체적인 형국은 북한이 6자회담 복귀를 ‘확약’하지 않은 채 “일단 대화부터 하자”며 미국의 결단을 채근하고 있고 이에 미국은 북.미대화 결정을 일단 미룬 채 “6자회담 복귀를 약속하라”며 역으로 북한을 압박하는 구도다.

이는 일단 본격적으로 대화 테이블에 앉기에 앞서 상대방으로부터 보다 많은 양보를 끌어내려는 협상력 제고 차원으로 풀이된다.

먼저 북한이 2일 포문을 열고 나왔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이날 오전 조선중앙통신기자와 문답을 갖는 형식을 빌려 “우리가 도달한 결론은 당사자들인 조미(북미)가 먼저 마주앉아 합리적인 해결방도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라며 “미국이 결단을 내릴 차례”라고 강조했다.

북.미간 양자대화부터 연 뒤 그 ‘결과물’을 보고 6자회담 복귀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한 것이다. 이는 북.미 양자대화를 실질적 협상무대로 끌고 가 미국으로부터 북.미 관계정상화와 경제지원과 같은 ‘통 큰 양보’를 얻어내려는 압박전술의 일환으로 보여진다.

특히 관계정상화라는 ‘빅 이슈’를 이번 대화의 핵심의제이자 6자회담 복귀의 전제조건으로 삼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점도 눈에 띈다.

외무성 대변인이 “지난 6년간에 걸치는 6자회담 과정은 조미사이에 적대관계가 청산되고 신뢰가 조성되지 않는 한 탁상공론에 지나지 않는다”고 밝힌 것은 이런 맥락에서 분석되고 있다.

주목할 대목은 북한이 북.미 실무접촉이 마무리되는 시점에 맞춰 이 같은 입장을 표명한 점이다.

이는 이번 뉴욕 실무접촉이 항간의 예상과는 달리 의미있는 합의 내지 공감대를 도출해내지 못했음을 방증한 것이라는 관측으로 이어지고 있다.

외무성 대변인이 “이 접촉은 조미회담을 위한 예비접촉이 아니었으며 따라서 접촉에서는 조미대화와 관련되는 실질적인 문제가 토의된 것이 없다”고 밝힌 것도 이런 관측에 힘을 싣는다.

이에 따라 북한이 이번 접촉에서 기대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함에 따라 다소 다급한 처지에 놓인게 아니냐는 분석도 대두되고 있다.

이와 관련, 북한이 이번 접촉에서 관계정상화와 경제지원을 포괄하는 포괄적 의제를 ‘협상’하자고 제안했으나 미국측은 6자회담 복귀로 의제를 ‘제한’했을 것이라는 관측들이 나오고 있다.

북한의 이 같은 공세 속에서 미국은 특별한 입장표명을 하지않은 채 북.미대화 결정을 미루는 ‘지연전략’을 펴며 북한을 역으로 압박하는 모양새다.

‘속도전’식으로 대화국면을 이끌어가며 판을 주도하려는 북한의 페이스에 말려들지 않겠다는 포석으로 보인다.

특히 북.미대화 자체에는 응하겠지만 북한이 6자회담 복귀를 약속하지 않는 한 북한이 원하는 ‘그림’을 얻을 수 없을 것이란 메시지를 거듭 발신하고 있는 것은 상황을 주도적으로 끌고 가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미국이 뉴욕에서 리근 미국국장과의 추가 접촉에 나서지 않은 것도 이 같은 의도를 내포하고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이 같은 미국의 대응기조는 이미 지난달 21일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핵무기를 가진 북한과는 관계정상화가 불가능하다’는 요지의 북핵 대응원칙을 표명한데서 확인할 수 있다는 게 외교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양측의 이 같은 막판 신경전 속에서 미국의 북.미대화 결정의 향배가 주목된다.

이날 외무성 대변인의 입장표명으로 오바마 행정부로서는 운신의 폭이 더욱 좁아지게 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이미 북한의 입장을 ‘충분히’ 탐색해온 미국으로서는 자체적인 판단을 거쳐 조만간 북.미대화의 구체적 사항을 결정할 것이라는 분석이 상대적으로 우세한 편이다.

특히 외무성 대변인이 이날 “우리가 아량을 보여 미국과 회담을 해보고 6자회담을 포함한 다자회담도 할 수 있다는 입장”이라며 다소 전향적 뉘앙스를 내비친 것은 오히려 미국 행정부의 부담을 덜어준 측면도 있다는 게 일부 소식통들의 얘기다.

그러나 북한의 입장이 달라지지 않았음이 명시적으로 확인된 이상 북.미대화가 열리더라도 그 의미는 대폭 축소될 수 있다는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2일 뉴욕을 떠난 리근 국장이 중국 베이징을 경유할 것으로 알려져 그가 현지 언론과의 접촉과정에서 어떤 말을 꺼낼지 주목된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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