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美 날선 기싸움속 대화시동 모드

북.미간 막판 기싸움이 가열되는 와중에 북.미대화의 ‘밑그림’이 서서히 가시화되는 양상이다.

표면적으로는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신경전 속에서 대화재개 움직임이 주춤거리는 듯하지만 북.미대화에 대한 미국의 최종 의사결정이 임박했다는 신호음들이 여기저기서 포착되고 있다.

우선 주목할 점은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의 보도다. FP는 최근 미국을 방문한 리 근 미국국장과 6자회담 미국측 수석대표인 성 김 대북특사가 비공식 실무접촉 과정에서 ▲북한의 다자회담 복귀전 2차례 양자회담 개최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방북시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 면담 허용에 합의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외교당국자들은 4일 “아는 바 없다” “모르겠다”고 일단 손사래를 치고 있지만 외교가에서는 양측이 상당수준의 합의를 봤을 개연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맞물려 미국이 ‘조만간’ 북.미대화의 시기와 장소, 의제 등에 대한 구체적인 사항을 발표할 것이라는 전망도 힘을 얻어가는 분위기다.

북핵문제를 총괄지휘하고 있는 위성락 외교통상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이날 오전 연합뉴스 라이브 인터뷰에서 “북한이 미국을 초청한 지가 꽤 됐기에 미측이 입장을 정해야 할 것”이라며 “가장 최근에 들은 얘기는 미측이 조만간 입장을 정할 것 같다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외교소식통은 “미국이 가든부든 곧 결정할 것으로 듣고 있다”고 말했다.

외교 소식통들 사이에서는 늦어도 11일 시작되는 오바마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 이전 북.미대화 결정이 내려질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대두되고 있다.

이와 관련, 이언 켈리 국무부 국무부 대변인이 3일 브리핑에서 “성 김 특사가 이제 막 돌아왔고 힐러리 클린턴 장관은 해외 순방중”이라면서 “결정을 내릴 것이지만 지금 당장은 그런 시점이 아니다”고 말한 점이 주목된다.

이는 미 국무부가 최근 뉴욕 실무접촉의 결과를 검토하고 미국 행정부와 의회의 여론수렴 과정을 거쳐가며 결정하겠다는 의미로 분석되고 있다.

현재 클린턴 장관은 이집트를 방문 중이며 이르면 5일께 미국으로 돌아갈 것으로 알려져 클린턴 장관의 귀국 이후 본격적인 내부 검토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전개되는 북.미간 게임양상이 역설적으로 미국의 결정을 촉진시킬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북한이 전날 ‘폐연료봉 재처리 완료’ 카드를 꺼내며 미국을 재차 위협했지만 이는 오히려 대화에 매달리는 듯한 북한의 다급한 처지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미국으로서는 판단이 오히려 쉬워진 측면이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과거 ‘벼랑끝 전술’을 활용해 시종 게임을 리드해나갔던 북한이 거의 카드를 소진해가면서까지 대화를 채근하는 모양새를 보임으로써 미국으로서는 상대적으로 유리한 협상고지에 올라섰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 소식통은 “북한의 경제적 어려움이 심한데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셋째 아들 김정은으로의 안정적인 후계구축 등을 위해 북미관계 개선에 조바심을 내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북한이 전날 “폐연료봉 재처리가 끝났다”고 밝힌 것은 오히려 북한이 당분간 추가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보여주고 있어 대화가 시작될 수 있는 물리적 기반을 마련했다는 전문가들의 풀이도 나온다.

북한의 다급한 상황은 북한 리근 국장의 최근 행보에서도 엿보인다는 관측이다. 리 국장은 전미외교정책협의회(NCAFP) 주최 세미나에서 개성공단 문제와 관련해 미국 측 투자가가 북한을 방문하는 데 대해 매우 큰 관심이 있다고 말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이 4일 보도했다.

또 북한 측은 ‘북한을 핵보유국(nuclear power)으로 인정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이냐’는 미국 측의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핵개발 움직임은 핵보유국으로서의 지위를 인정받으려는 의도라고 규정하고 있는 전문가들의 관측과는 거리가 있는 답변이다.

이런 가운데 위성락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5일부터 7일까지 미국을 방문할 예정이어서 미국의 북.미대화 결정과 관련해 눈길을 끌고 있다.

위 본부장은 조만간 북.미대화가 열릴 것에 대비해 이명박 대통령이 제안한 ‘그랜드 바겐'(일괄타결)안을 의제화하는 방안을 중점협의할 것으로 알려져 오바마 행정부와의 조율 향배가 주목된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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