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美, 금융관계 정상화 `뉴 딜’ 모색

북한과 미국간에 새로운 협상이 뉴욕에서 시작된다.

명칭은 `북미 금융실무그룹회의’, 목표는 양국간 금융관계 정상화다.

19-20일 열리는 회의에는 북한측에서 기광호 재무성 대외금융 담당 국장 등 6명, 미국측에선 대니얼 글레이저 테러자금.금융범죄 담당 부차관보와 국무부, 비밀검찰부(Secret Service) 관리들이 참석한다.

미 재무부의 한 관리는 14일 연합뉴스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북한의 불법 금융활동, 국제금융 체제에서의 공인된 규범과 기준, 북한이 국제금융 시스템에 편입되기 위해 취해야 할 조치 등을 중점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숀 매코맥 국무부 대변인도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의 요청에 의해 이번 회담이 열리게 됐다며 이는 “북한의 국제금융체제 접근에 영향을 미쳐온 국제 금융계의 공인된 관행과 문제들을 북한측에 숙지시키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물론 북미간 금융실무회의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말에도 뉴욕에서 북미간에 금융문제 현안 논의가 있었고, 올해 초에는 베이징에서 글레이저 부차관보와 오광철 국가재정금융위원회 부위원장간에 공식 실무회의가 열렸다.

하지만 당시 의제는 마카오은행 방코델타아시아(BDA) 문제였다. BDA에 묶여 있는 북한 자금을 풀어줌으로써 교착상태에 빠진 6자회담을 정상화시키게 목표였다.

이에 비해 이번 회담의 초점은 북미간의 전반적인 금융관계 정상화에 모아지고 있다. 북핵 협상의 진전에 맞춰 금융분야에서도 북한이 과거 불법활동을 청산하고, 정당한 국제 금융계의 일원으로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하자는 것이다.

미국측의 최대 관심사는 북한의 불법 금융활동, 특히 달러화 위조의 근절이다.

금융범죄 담당인 글레이저 부차관보가 미국측 대표를 맡고 위조지폐 적발 부서인 비밀검찰부 관리들이 참석하는 것만 봐도 미국측이 회의에서 이 문제를 강력히 제기할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따라서 북한이 달러화 위폐를 얼마나 발행, 어떤 경로로 유통시켰는지, 이를 어떻게 폐기하고, 재발을 막을 수 있는지가 핵심 의제가 될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북한이 위폐를 찍어낸 설비나 틀을 신고하고, 반납 또는 폐기할 지 여부도 관심사다.

워싱턴의 한 외교 소식통은 북한측이 금융실무 회의에서 위폐 틀을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올 정도로 북한측의 불법 금융활동 근절 의지가 확고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북한측의 돈세탁, 마약 판매 등을 통한 불법자금 조달 등의 문제도 당연히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북한측의 관심사는 금융제재 해제와 국제 금융질서 편입이다.

BDA 문제 해결 당시 미국이 북한 동결자금을 풀어줬지만, 세계 어떤 은행도 `불법’ 꼬리표가 붙은 북한 자금을 선뜻 받으려 하지 않았다. 위폐 문제 등이 해결돼 미국이 북한에 확실한 면죄부를 주기 전에는 이런 문제가 해결되기 어렵다는걸 북한이 모를 리 없다.

특히 미국의 대북 테러지원국 지정과 적성국 교역법 적용 해제가 검토되고 있는 가운데 금융실무회담이 열린다는데 북한측은 기대를 걸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영변핵시설 불능화와 핵프로그램 전면 신고 등 2단계 북핵합의의 이행에 따라 미국의 테러지원국 지정과 적성국 교역법 적용이 해제될 경우, 미국의 대북 금융제재가 풀려 북한도 국제금융계의 온전한 일원으로 편입될 수 있는 여지가 생기기 때문이다.

북한의 이런 열망을 알고 있는 미국 정부의 관리와 전문가들은 뉴욕에 오는 북한측 대표단에게 어떻게 하면 국제금융체제에 들어갈 수 있는지를 자세히 설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국제금융체제에 들어가는데 장애가 되는 불법 금융활동들을 근절하고, 국제 규범과 기준에 맞는 합당한 조치들을 취한다면 미국도 북한의 국제통화기금(IMF)이나 세계은행 가입, 차관 도입 등을 지원하고 나설 태세이다.

북미간 금융실무회의는 자세히 보면 북핵 협상과 맥락을 같이하는 측면이 적지 않다.

북한이 과거 핵활동을 모두 드러내 폐기하고,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규칙을 지킨다면 북미 관계를 정상화하고 평화체제로 이행하겠다는 미국측 방침은 금융분야에도 비슷하게 적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북미간 금융실무 협상 역시 그리 쉽지많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일회성 회담으로 결실을 기대하기는 어려우며 상당기간 협상을 거듭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핵문제에 비하면 금융분야 협상은 한층 수월할 것이란 지적이 많으며, 양측이 금융실무 회의에서 가시적 성과를 이끌어낼 경우 북핵협상 전반과 양국 관계정상화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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