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美 `치킨게임’ 누가 이길까

“시간은 북한 편이 아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유엔 안보리의 대북 결의안 채택 등 한반도 정세를 둘러싼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북한 문제를 관장하는 정부 관계자는 18일 시간이 갈수록 불리한 것은 북한이라면서 ‘현명한 선택’을 주문했다.

그러면서 현재의 상황을 2003년 당시와 비교했다.

북미 양자 회담이 아니라면 어떤 대화도 거부할 것같던 북한은 2003년 4월 중국의 중재하에 ‘북-미-중’이 참가하는 3자회담을 수용했다.

그리고 그해 8월에는 결국 한국과 일본, 러시아까지 참여하는 6자회담에 발을 들여놓았다.

하지만 입장을 극적으로 바꾸기 전까지 북한은 한동안 ’북미 양자간 직접협상’에 모든 것을 던졌다.

특유의 벼랑끝 전술을 구사하며 이른바 ’치킨게임(겁쟁이들의 게임)’을 즐기는 듯했다.

2002년 10월25일 북한 외무성 대변인 성명은 북미 직접협상의 목표가 북미 불가침 조약 체결에 있음을 공개했다.

미국과 불가침 조약을 체결하려 하니 한국과 일본, 중국, 러시아는 아예 협상장에 낄 생각을 말라는 것이다.

2002년 12월 찬바람이 부는 시절, 북한은 핵시설 가동 재개에 이어 국제원자력기구(IAEA) 감시요원 추방과 핵무기비확산조약(NPT) 탈퇴 선언 등 파괴력있는 카드들을 잇따라 꺼내 들었다.
그런데 미국의 반응은 요지부동이었다.

북한과의 협상기조를 유지했던 클린턴 정부가 아니라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한 부시 정부가 북한을 상대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국면이었다.

정부 관계자는 “핸들을 꼭잡고 마주보고 달려오는 차(미국)를 향해 질주하던 북한은 건너편 차 운전석이 비어있고 운전수는 아예 뒷좌석에서 코를 골고 자고 있음을 발견한 셈”이라고 비유했다.

당시 치킨게임에서 누가 이겼을까.

벼랑끝 전술로 고비고비마다 국면을 유리하게 바꿔오곤 했던 북한은 “이번에는 좀 이상한데..”라는 생각이 들었을 법하다.

결국 핸들을 꺾은 것은 북한이었다.

그러면 무엇이 북한을 주눅들게 했을까. 정부 관계자는 “당시 상황을 잘 생각해보라”고 강조했다.

북한과 미국, 중국이 참여하는 3자회담(4월23-25일)을 북한이 발표한 시점은 그해 4월18일이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3자회담 합의 직전인 3월20일 부시 대통령의 개전 명령과 함께 미영 연합군이 이라크에 대한 공격을 감행했다는 것이다.

미군의 공격력은 가공할 만했다.

결사항전을 다짐했던 후세인 군대는 추풍낙엽처럼 무너졌다.

이라크 침공 두달도 안돼 후세인 정권은 허망하게 붕괴됐다.

북한이 3자회담, 나아가 6자회담에 서둘러 나선 것은 “미국의 가공할 군사력을 목도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돈 것도 이 때다.

한마디로 비이성적인 치킨게임을 시도하는 북한을 이기는 것은 힘 밖에 없다는 얘기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 조야의 분위기를 종합해볼 때 북미간 직접 대화를 요구하면서 미사일을 발사한 북한에게 돌아갈 양보는 없는 것같다”면서 “유엔 안보리 결의도 채택된 만큼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은 갈수록 강도가 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혈맹이라고 여겨졌던 중국 마저 ’북한에 대한 피로감’을 호소하며 유엔 안보리 결의안에 찬성한 마당이다. 또 남북 관계의 특수성을 강조하던 한국 정부도 “언제까지나 북한의 투정을 받아줄 수 없다”는 기색이 역력하다.

미국과 일본은 이미 북한에 대한 추가 제재조치를 강구하겠다는 입장을 공개하고 나선 터이다.

따라서 사면초가에 몰린 북한에게 시간은 결국 독이 될 수 밖에 없는 국면이다.

한반도 남쪽의 폭우 피해가 북한이라고 예외일 수 없다고 가정한다면 북한은 현재 큰 수렁에 빠져 살 궁리를 해야 할 판이다.

이 관계자는 “한국 정부가 북한을 제외한 5자회담을 대안을 삼고 있는 것도 북한을 압박하기 보다는 9.19 공동성명 이행방안을 논의하는 공간으로 활용하면서 가급적 협상의 모멘텀을 살리려는 의도”라면서 “북한이 시기를 놓치지 말고 현명한 선택을 하기를 다시한번 촉구한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가 파국을 막기 위한 외교력을 발휘하는 이 시점에서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 스스로의 문제를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문인 셈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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