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北核 6자회담 뒷얘기가 궁금하다면?

연일 계속되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로 사회적 갈등이 깊어만 가고 있다.

이번 시위는 과학적 근거가 없는 일부 정보들이 광우병 괴담(怪談)으로 퍼지기 시작하며 폭발적인 확산력을 갖게 됐다. 한편 괴담으로 과열돼 있는 광우병 사태와는 달리 한반도를 중심으로 펼쳐지고 있는 6자회담 현장에는 ‘북한 핵’이라는 실체가 분명히 존재한다.

북핵과 관련해 우리가 기억하는 실담(實談)은 1993년과 2002년 두 차례 발생한 북핵 위기와 이행되지 못한 9·19합의다. 2006년 북한의 미사일 발사, 핵실험과 시한을 넘긴 10·3합의도 빼놓을 수 없겠다. 광우병 괴담을 퍼나르기 위해 밤새 인터넷 서핑에 열중하던 사람들 중 과연 몇 명이나 북핵 사태와 관련한 진실을 알고 있을까? 최소한 알고 싶다는 궁금증이라도 가지고 있는 것일까?

그러나 인터넷에서 떠도는 짜집기 정보만으로는 북핵 사태의 전말을 파악하기 쉽지 않다. 그런 면에서 최근 재출간 된 이수혁 전 외교통상부 차관보의 회고록 ‘전환적 사건(북핵 문제 정밀 분석)’은 북핵 협상을 둘러싼 배경과 과정을 잘 설명해주고 있다.

1~3차 6자회담 수석대표를 지낸 이수혁 전 차관보는 회담 당시의 긴박했던 정세와 분위기를 생생하게 전하고 있다. 언론에 미처 보도되지 못한 회담의 뒷얘기와 에피소드 등이 저자의 진솔한 문체와 잘 어우러졌다. 또한 한반도의 미래를 좌우하게 될 회담을 담당하는 고급공무원으로서, 저자의 책임과 깊은 고뇌가 인간적으로 드러난다.

책은 <사건의 노출과 긴장, 자극과 대응, 허상과 실상, 그리고 미래> 이렇게 총 4개 장으로 구성된다. 책의 전반부는 북한이 농축우라늄 프로그램에 대한 정보를 ‘의도적’이자 ‘전술적’으로 흘린 것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이야기는 그에 대한 국제사회의 다양한 반응, 북한과의 밀고 당기는 과정으로 이어진다. 책은 후반부로 갈수록 더욱 흥미로워진다.

칸(Khan)박사를 둘러싼 북한과 파키스탄의 핵 연계문제, 그리고 통역과 사진촬영, 국가간 합의문 도출하기, 용어선택 조율하기 등 6자 회담운영의 세세한 사항과 개선되어야 할 점이 구체적으로 기술되어있다. 특히 CVID(Complete, Verifiable, and Irreversible Dismantlement)라는 표현의 출현과 약어의 등장과정에 대한 이야기는 북핵 사태의 본질을 이해함에 있어 도움을 준다.

저자는 책의 서문에서 “북한에 대해서도, 주변 국가에 대해서도 북한의 핵 프로그램은 절대 폐기되어야 한다는 명제를 설명하기 위해서”라고 책의 출간 이유를 밝히고 있다. 또한 “북핵 문제는 동북아에서 도전이자 기회이다. 북한이 핵을 가지고 있는 한 평화적 통일은 불가능하다”고 강조한다. 북핵 이라는 위기에 함몰되지 말고, 그 위기를 새로운 기회로 전환하여 한반도와 동북아의 운명을 개척하자는 의도가 담겨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저자는 ‘협상을 통한 북핵 문제의 해결’에 희망이 있음을 강조한다. 그리고 “북핵 문제는 북한의 정책 결정이 합리적일 것이냐의 문제와는 관계없이, 북한이 협상에 의하여 핵 폐기 합의에 이르게 해야 한다는 당위적 차원의 문제이다. 북한이 더 이상 버티는 것이 불리하다는 판단을 하게 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6자 회담에 참여하는 주요 국가들이 북한의 핵 포기를 요구하고 있는 사실에서 북한의 핵 보유는 어렵고, 북핵은 협상으로서 해결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린다.

북한의 우라늄 농축(HEU) 개발 계획은 핵확산금지조약(NPT), IAEA 안전협정, 제네바 합의, 한반도비핵화공동선언 등을 명백히 위반한 것이다. 더군다나 10·3합의에 의해 북한이 진행하고 있는 11가지 불능화 조치 중, 폐연료봉 인출, 미사용 연료봉 처리, 원자로 제어봉 구동장치 제거 등의 해결여부가 아직 불분명한 상태이다. 완벽한 북한의 비핵화 프로세스는 현재 진행형인 것이다.

북핵 문제의 해결에 있어 제일 획기적이자 ‘전환적 사건’은 다름아닌 김정일의 결심과 결단이다. 그 전환적 사건의 내용을 분명하게 하고 시기를 앞당기는 것이 6자회담의 역할일 것이다. 북한이 핵 신고서를 제출함에 따라 다음 주 6자회담이 재개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재개될 6자회담의 미래를 전망함에 있어, 지나온 회담의 진행과정과 내용을 분명히 아는 일은 중요할 것이다. 북핵 불능화 프로세스의 성공가능성, 한반도의 비핵화, 북한의 민주화에 관심 있는 모든 이들에게 북핵 문제 정밀 분석 ‘전환적 사건’의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