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核 허송세월 3개월…北‘느긋’ 美‘초조’

지난해 말까지로 예정된 북한의 핵 프로그램을 신고가 3개월째 지연되고 있어 북핵 6자회담이 장기 공황상태에 빠졌다.

지난 13일 미국과 북한의 ‘제네바 회동’에도 불구하고 양국의 입장차가 커 아직까지 절충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미국은 플루토늄 추출량,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 시리아 핵 협력 의혹 등 모든 핵 프로그램에 대한 ‘완전하고 정확한’ 신고를 강조하고 있다.

반면, 북한은 UEP와 시리아 핵 협력 의혹에 대해서는 “과거, 현재, 미래에도 없는 일”이라며 전면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제네바회동에서 미국과 북한은 UEP 및 시리아 핵 협력 의혹 관련, UEP를 플루토늄과 별도로 신고하는 ‘분리신고’와 ‘비밀신고’안, 양측 입장을 신고서에 각각 나열하는 ‘상하이 코뮤니케’ 방안 등 절충안에 대해 논의했다.

당시 6자회담 미국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와 북한 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이 “아주 훌륭한 협의”라고 할 만큼 상당한 의견접근을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미 관료들은 “앞으로 수 주가 북핵협상에서 아주 중요하다. 3월 중에라도 신고를 기대한다”며 북한의 핵신고를 촉구했으나 북한은 28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미국측 절충안에 대한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美北제네바회동 불구, 北 핵신고 절충안 거부

외무성 대변인은 “미국이 계속 없는 것을 있는 것처럼 만들어보려고 우기면서 핵문제의 해결을 지연시킨다면 지금까지 겨우 추진되어 온 핵시설 무력화에도 심각한 영향이 미치게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명백히 하건대 우리는 우라늄농축이나 그 어떤 다른 나라에 대한 핵협조를 한 적이 없으며, 그런 꿈도 꿔본 적이 없다. 그러한 것들은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핵신고의 핵심 쟁점인 UEP와 시리아에 대한 핵확산 활동을 전면 부인함으로써 사실상 미국의 입장을 거부한 것은 물론이고, 압박을 계속할 경우 불능화 마저 중단하겠다며 오히려 협박하고 나선 셈이다.

임기가 채 300일도 남지 않은 부시 행정부는 한반도 비핵화라는 외교적 성과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수 주 내 핵 신고를 마무리하고 3단계 핵폐기 협상에 돌입해야 한다.

공화당과 민주당 후보가 결정되는 8월이 되면 부시 행정부의 ‘행정력’도 한계상황이 오게 돼 실질적인 힘을 발휘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소 이달 내에 핵신고에 합의하고 3단계 북핵폐기 협상에 돌입해야 8월 내 내용적 진전을 이룰 수 있다.

핵 신고가 늦어질수록 부시 행정부 임기 내 핵문제 해결은 요원해진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과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이 “시간과 인내심이 다해가고 있다”고 밝힌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따라서 4월 이후 몇 달 내에 핵 신고는 물론 핵 폐기로 나아가기 위한 획기적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는 한 부시 행정부의 북핵 외교는 동력을 상실하고, 북핵 6자회담도 장기 공전상태에 놓이게 된다.

문제는 돌파구 마련을 위한 미국의 마땅한 카드가 없다는 사실이다. 실제 북한이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미국의 핵신고 요구를 거부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정부는 6자회담을 통한 외교적 노력 방침만 되풀이하고 있을 뿐이다.

라이스 장관은 북한 외무성 대변인의 발표가 있는 뒤 발간된 워싱턴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6자회담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에 진전을 이루기를 바란다”고만 했고, 숀 매코맥 국무부 대변인도 “우리는 (6자회담의) 성공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며 6자회담 재개를 위해 북한과 계속 협상할 것임을 강조하는데 그쳤다.

美, 북 거부의사에도 마땅한 카드 못찾아

북한은 이처럼 시간에 쫓기고 있는 부시 행정부의 약점을 최대한 이용, 6자회담의 틀은 유지하면서 미국과의 핵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 최대한 실익을 얻어내려고 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오는 1일부터 3일까지 방한하는 힐 차관보의 행보가 주목된다. 힐 차관보는 우리 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천영우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비롯해 고위 당국자들과 북핵 현안과 한∙미관계 발전방안 등을 협의할 예정이다.

특히 그가 이번 한국 방문 길에 김 부상을 만날 계획은 없다고 밝히고 있지만, 중대 갈림길에 놓인 북핵협상을 되살리기 위해 어떤 행보를 보일지도 관심이다. 베이징 등에서 김 부상과 최종조율을 위한 회동을 가질 수도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북한이 아직 6자회담 틀을 거부하겠다는 의사표현을 하지 않고 있고, 틀을 깰 경우 정치∙경제적 실익도 커 극적인 회동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이달 중순 이명박 대통령의 방미와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담에서 북핵협상에 대해 어떤 해법이 제시될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한미 양국정상이 북한의 핵신고 거부에 대해 어떤 조율된 대응책을 제시하느냐에 따라 얼마 남지 않은 부시 행정부 임기 중 핵문제 진전과 북미관계 개선 여부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