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核 첫 장애물 제거…2·13 다시 불붙나?

2.13 합의 진전을 가로막았던 방코델타아시아(BDA) 북한자금 송금이 14일 마카오를 떠나 미국 뉴욕연방준비은행으로 송금되면서 초기조치 이행의 단초가 마련됐다. 그러나 북핵 폐기까지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다.

지난 1월 북미간 베를린 회동과 제5차 6자회담에서 BDA 해결에 대한 구두 약속이 있었다. 그러나 2.13 합의에 나와 있지 않은 BDA 문제로 북측이 약속한 초기조치가 진전되지 않자 BDA 해결을 위한 2.13 합의라는 비판까지 나왔다.

2.13합의 초반부터 갈 지(之)자 행보를 보이자 합의 자체에 대한 불신이 커져 모멘텀을 상실한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쏟아졌다.

◆BDA 문제 北이 입금 확인해야 종결=마카오 BDA에서 인출된 북한 자금은 현재 뉴욕연방준비은행을 거쳐 러시아 중앙은행까지 이미 도달했으며 러시아 극동 상업은행의 북한 계좌로 송금하기 위한 절차가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 중앙은행에서 북한 계좌가 개설된 극동 상업은행으로 송금이 이체되는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지만 기술적으로 그리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북한 계좌로 최종 이체가 완료된다고 하더라도 북측이 이체가 완료됐음을 확인해야 BDA 문제는 완전 해결된다.

이와 관련, 우리 정부 당국자는 “상식적으로 (이체 결과를) 확인하는데 긴 시간이 걸릴 이유가 없다”면서도 “북한 계좌를 통합하는 데도 많은 시간이 걸렸다. 북측이 확인하는데 얼마나 걸릴지 오늘내일이라 단정적으로 얘기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즉, 북측이 그동안 요구해온 BDA 문제 해결이 완료됐음에도 불구하고 2.13 합의에 대한 적극적인 이행 의지가 없는 북측이 의도적으로 송금 완료 확인을 지연시킬 수도 있다는 것. 하지만 대다수 전문가들은 북측이 아무런 이유 없이 송금 확인을 미루기는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北, 정상적 국제금융거래 요구할까?=북측은 2.13 합의 초기조치에 대한 이행을 BDA 문제를 핑계 삼아 두 달 넘게 미뤄오면서 정상적인 국제금융거래를 요구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단순하게 BDA 북한자금 2천500만 달러를 찾는 문제였다면 현금으로 언제든지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북한은 향후 정상적인 국제금융거래의 활로를 확보하기 위해 현금 인출을 배제하고 미국은행을 경유한 제3국으로의 계좌이체를 고집했다.

고든 플레이크 맨스필드 재단 소장은 “북한이 국제금융거래를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추가적인 조치를 취해줄 것을 요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북한이 2·13합의 이행에 착수할 경우에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의 입북과 영변원자로 폐쇄 협상 등 기대처럼 단시간 내에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고 전망했다.

결과적으론 북측의 요구대로 뉴욕연방은행의 중개를 통해 러시아 중앙은행으로 이체됐지만 이 사실만으로 북한의 국제금융거래가 가능하지 않다는 지적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앞서 미 재무부는 2005년 9월 BDA가 북한에서 들어온 위조 달러, 북한이 마약 및 가짜 담배 등을 판매한 돈을 세탁해줬다며 BDA를 ‘돈세탁 우려은행’으로 지정했다. 이후 2.13 합의 진전을 위해 ‘불법 꼬리표’를 떼어줬다. 그러나 미 재무부는 다른 불법 활동과 거래된 금융거래는 적극적으로 차단하겠다는 분명한 의지를 거듭 천명했다.

헨리 폴슨 미국 재무장관은 14일 뉴욕에서 싱크탱크인 외교협회(CFR) 연설을 통해 “미국의 금융시스템을 북한 불법적인 금융거래부터 보호하기 위해 북한을 겨냥한 금융제재 조치를 취해왔다”면서 “우리는 (북한의) 태도를 변화시킬 잠재적인 수단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우리 정부 당국자도 “북한이 원하는 계좌로 자금이 이체되는 것으로 북한의 요구는 100% 이행되는 것”이라며 “북한의 신용불량 문제는 어느 정부도 대신 해결해 줄 수 없고, 북한 스스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못 박았다.

◆2.13합의 ‘행동 대 행동’ 원칙 조정되나?=지난 2월 6자회담에서 2.13 합의가 채택될 때만 하더라도 ‘행동 대 행동’ 원칙에 따라 각 국의 행동 로드맵이 나열된 진일보된 합의서라고 자평했다.

그러나 이와 관련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은 13일 내외신 정례브리핑에서 “(2.13합의 이행이) 원래 시간보다 지연됐으니 비핵화 촉진시키는 노력 다함께 해야 한다”며 “어떤 행동을 하는데 있어 몇날몇시에 함께 행동해야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현 시점에 있어 장애물 해결되면 우리 쪽에선 중유(5만t)를 지원하고 북은 핵시설을 폐쇄하고 사찰단 복귀할 것이라는 상호신뢰 있다”며 “이 신뢰를 바탕으로 선후관계 분명하게 따져서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해 모든 사안을 병렬적으로 연결시키지 않을 뜻을 내비쳤다.

한편, BDA 문제가 해결국면에 접어들면서 6자회담이 언제쯤 재개될지 관심으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한.미 양국은 북한 측이 핵시설 폐쇄조치를 취한 뒤에 개최하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15일 “(핵시설을) 폐쇄하고 나면 6자회담의 2.13 합의 이행 에너지가 상당히 살아날 것이며 그때 돼서 6자회담을 재개하고 실무그룹회의를 가동하는 것이 상식적인 수순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