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核 진실’ 11문 11답

북한 외무성의 핵보유발언에 대한 충격이 증폭되고 있는 가운데 핵에 대한 기본적 지식도 갖지 못한 채 자신의 정치적인 신념과 주관적 의견에 따라 이 문제를 바라보는 경향이 팽배해 있는 것 같아 아쉽다. The DailyNK에서는 최대한 객관적이고 사실적인 접근을 위해 북핵문제에 관한 궁금증을 11문 11답으로 정리했다.

1. 핵무기의 위력은 어느 정도인가?

서울 광화문 한복판에서 1MT(Mega Ton)급 핵무기가 떨어졌다고 가정해보자.

우선 광화문 네거리에서부터 반지름 약 3km의 거리의 모든 것이 폭발과 동시에 ‘증발’한다. 피해자들은 자신이 죽는지도 핵폭발이 일어났는지도 느낄 수 없을 것이다. 이 지역은 폭발로 인해 큰 화구(火口)가 생길 것이며, 전자장펄스(EMP)에 의해 서울 및 기타 인근도시의 모든 전자 장비들이 모두 작동을 멈출 것이다.

그리고 7~9km 반경 내에 있는 모든 가연성 물질은 열로 인해 사라진다. 반경 7~9km면 남쪽으로는 고속버스터미널, 북쪽으로는 구파발까지 닿는 거리이다.

핵폭탄은 폭발과 함께 버섯구름 모양의 커다란 불덩이가 생기면서 연소를 위해 엄청난 양의 산소를 빨아들이는데, 주위의 산소를 전부 폭발 중심지로 흡수한다. 이것이 후폭풍으로, 그래서 인근에 있는 모든 건물이 폭심지(爆心地)를 향해 쓰러지게 된다. 반경 10km 이내의 후폭풍은 초속 62m 정도 되는데, 초속 50m의 바람이 달리는 기차를 날리고 초속 25m의 바람이 수목을 뿌리째 뽑을 수 있는 위력이다.

후폭풍은 그 범위가 대단히 넓어 약 2~3분 정도 경과하면 과천시청, 김포공항, 광명시청, 태릉선수촌, 구리시, 행주산성에까지 도달하며, 이 지역은 서울보다는 덜하지만 지진과 같은 효과가 나타나 건물이 붕괴되거나 화재가 발생할 것이다. 결과적으로 인구 1천만의 거대 도시가 완전히 지구상에서 사라지면서 구석기 시대로 돌아가게 되며 이를 복구하는데는 최소한 반세기 이상이 걸릴 것이다.

2. 세계 여러나라가 핵무기를 개발하려는 이유는 무엇인가?

미국과 영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 등 5대 핵클럽 국가는 1940~70년대에 경쟁적으로 핵무기를 개발했다.

미국이 맨하탄계획이라는 이름아래 2차대전 도중 세계 각지의 핵물리학자들을 불러들여 세계 최초의 핵폭탄을 개발, 이를 일본에 실전 투하한 이후, 소련이 1949년 핵실험에 성공했고, 이에 위협을 느낀 영국이 1952년 핵실험을 가졌다.

이어서 미국의 핵우산을 신뢰할 수 없었던 프랑스가 독자적으로 핵개발을 추진하여 1960년 핵실험에 성공했고, 소련과 갈등을 빚던 중국도 1964년 핵실험에 성공하여 핵클럽에 가입하게 되었다. 이들 나라의 경우 경쟁관계에 있는 강대국들이 핵을 갖게 되니 자신도 뒤쳐질 수 없다는 생각에서 핵개발을 추진하였고, 당시에는 핵무기를 제조할 수 있는 기술을 갖고 있다는 것이 선진국의 조건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인도와 파키스탄의 경우 자타가 인정하는 강대국으로서 핵을 개발한 5대 핵클럽 국가와는 다른 경우인데, 1962년 11월 중국과의 국경분쟁에서 패하고, 이어 중국이 핵실험에 성공하자 대단한 공포감을 느끼게 되었다. 1967년에는 미국과 무역, 투자, 외교 분야에서 갈등을 빚게 되자 소련진영에 의지하게 됐는데, 소련으로부터도 확실한 핵우산을 제공받지 못하자 스스로의 힘으로 안보를 유지해야 하는 큰 부담을 안게 되었다.

또한 인도는 영토,종교문제 등으로 파키스탄과도 오래된 앙숙관계이다. 소련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하자 미국은 파키스탄을 지원하게 되었는데 이것 역시 인도에게 큰 부담감을 안겨줬다. 게다가 중국이 파키스탄과 연대하여 핵 관련 기술과 장비를 제공해주는 등 밀월관계를 형성하며 압박해오자, 인도는 중국이 보라는 듯 사정거리 2000km의 미사일 실험을 3번 가진 후 1998년 5월 11일, 13일에 핵실험을 단행했다. 인도의 미사일 실험은 파키스탄을 자극하여 파키스탄도 사정거리 1500km의 미사일을 발사했으며 5월 28일 핵실험을 성공시켰다.

세계 각국이 핵을 개발했고 발전시켜온 이유는 한마디로, 안보상의 위협을 극복하기 위해 혹은 핵기술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습득한 결과를 실험하다가 그리고 국가위신을 세우는 차원에서 핵무기를 개발해왔다고 정리해 볼 수 있다.

3. 북한은 정말 핵을 가지고 있을까?

일단 북한의 현재 핵보유 가능성만 놓고 이야기하자면, 최소한 2-3개의 핵폭탄은 소유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핵무기 제조과정을 살펴보며 북한 핵보유의 사실여부를 알아보자.

핵무기의 원료는 우라늄(U)이나 플루토늄(PU)이다. 이것을 ‘핵분열성물질’이라고 하는데,핵무기를 만들자면 첫째로 이 ① 핵분열성 물질이 있어야 한다. 다음으로는 핵분열성물질을 폭발시키는 ②’핵폭발장치’가 있어야 하는데, 핵분열성 물질과 핵폭발장치가 있다면 일단은 외형적인 핵무기는 완성된 것이다. 그리고 핵무기 제조에 필요한 또 하나의 조건은 ③’핵실험’이다.

핵분열물질에 폭발장치를 갖추고 핵실험까지 하게 되면 일단은 “핵을 보유했다”고 완전히 세상에 천명하는 것이 된다. 하지만 이것은 말 그대로 ‘보유하고 있다’는 차원이고 이것을 실전에서 쓸 수 있으려면 목표지점(공격지점)에 운반해서 투하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것을 ④’핵 투발수단’이라고 한다. 물론 1945년에 일본에 투하한 것처럼 비행기로 실어 나를 수도 있겠지만 현대전에는 이러한 것은 상당히 어렵기 때문에 미사일(적국이 멀리 떨어져 있다면 그 거리만큼의 장거리 미사일)을 갖췄을 때라야 비로소 ‘무기로서의 핵’을 가졌다고 말할 수 있다.

① 핵분열성 물질

우라늄은 자연에서 얻을 수 있지만 플루토늄은 인공적으로 만들어진다. 그런데 우라늄이나 플루토늄이라고 해서 다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라 그 중에서도, 핵무기의 원료가 되는 핵분열성 물질은 우라늄-235와 플루토늄-239이다.

천연우라늄 덩어리에는 여러 종류의 우라늄이 섞여 있는데, 그 중 우라늄 238이 99.3%고 우라늄-235는 0.72%밖에 되지 않는다. 이 극히 적은 우라늄-235만을 골라내기 위해 정련공장에서 라늄 광석을 분쇄하고 화학적 처리를 통해 불순물을 제거해 준다.

이렇게 되면 ‘옐로우 케이크'(Yellow Cake)라고 불리는 순도 75% 이상의 천연우라늄이 추출되는데, 정도로는 우라늄 235를 추출하기에 부족하기 때문에 더 순도를 높이기 위해 우라늄에 불소를 혼합하여 완전히 분말 형태로 만든다. 이 작업을 거치면 우라늄 순도는 99.5%로 높아진다.

다음에는 가장 중요한 농축 작업이다. 순수 99.5%의 우라늄에서, 0.72%를 차지하는 우라늄235를 얻어내는 과정이 필요한데, 0.72%밖에 안되던 비율을 90%이상으로 끌어올려야 핵무기급 우라늄이라고 할 수 있다. 참고로, 원자력 발전에는 천연우라늄이나 2~20%의 저농축 우라늄을 사용한다.

우라늄을 농축하는 방법은 기체확산법이나 기체원심분리법, 레이저법, 노즐분리법 등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 중 대표적인 것이 기체확산법과 원심분리법이다.

기체확산법은 거대한 시설을 필요로 하고 엄청난 전력을 잡아먹는 데다 1년 내내 가동해 봤자 겨우 핵무기 하나 분량밖에 고농축우라늄을 얻을 수 없기 때문에 현재는 잘 사용되지 않는다.

그래서 최근에는 원심분리법으로 고농축 우라늄을 얻는다. 방법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 기체상태의 우라늄을 원심분리기에 넣어 고속으로 회전시키는 것이다. 그러면 무거운 우라늄 238은 밖으로 밀려나고 가벼운 우라늄 235만 안쪽에 남게 된다.

원심분리법은 기체확산법보다 다량의 고농축 우라늄을 얻을 수 있고 비용도 비교적 저렴하지만 고도의 기술을 요하는 어려운 농축방법이다. 이런 원심분리기 하나의 가격은 약 16만~24만 달러 정도가 된다고 하며, 핵폭탄 하나를 만들 수 있는 20kg의 고농축 우라늄을 추출하려 할 경우 원심분리기는 1200여 개가 필요하다고 한다.

현재 북한의 원자로는 천연우라늄을 원료로 한 흑연감속로이기 때문에 농축이 필요 없다. 고로 정말 원심분리기를 구입했다면, 그것은 핵개발을 은밀하게 추진하고 있다는 표현밖에는 안된다. 미국 정보기관에 따르면 북한은 이러한 원심분리기를 1998년 파키스탄에서 구입하여 지난해 7~8월경 가동을 시작한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더욱 확실한 것은 북한이 1998년을 전후하여 파키스탄에서 원심분리기 제작의 원료가 되는 고강도 알루미늄을 집중적으로 구입했다는 것이다.

인공적으로 만들어지는 플루토늄239는 ‘원자로’에서 생성된다. 원자력 발전을 하고 나면 각종 ‘사용후핵연료’가 생겨난다. 사용후핵연료는 ‘재처리’하여 다시 사용할 수 있는데, 이 과정에서 플루토늄을 따로 추출해낼 수 있다.

플루토늄 중에서도 플루토늄239가 순도 93%이상이 되어야 핵무기의 원료가 된다.
순도 90%이상의 플루토늄239는 모든 원자로에서 생성되는 것이 아니다. KEDO에서 북한에 지어주려는 원자로는 ‘경수로형’인데 여기에서는 플루토늄239의 순도가 60~70%밖에 나오지 않는다. 그러니까 핵무기의 원료로 전용될 우려가 별로 없는 것이다.

반면 북한이 과거부터 핵무기를 개발하려고 한다고 의심을 받은 것은 원자로의 모델로 ‘흑연감속로’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흑연감속로는 순도 93%이상의 플루토늄239를 양산하기 때문에 바로 핵개발을 추진할 수 있다.

②핵폭발장치

‘북한’의 기폭장치 개발여부는 99% 확신이 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왜냐하면 핵분열물질의 경우 북한 내부의 극히 소수의 연구자나 최고위층 정도가 되어야 그 구체적인 성과를 알고 있겠지만, 기폭장치실험은 여러 사람의 눈에 띌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북한의 기폭장치 개발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증언과 증거가 있다. 일단 영변원자력연구소 남측에 넓은 분화구 같은 것이 생성되어 있는 것을 인공위성이 탐지한 바 있다. 핵분열물질과 기폭장치를 갖추게 되면 대개 그것을 시험해보려고 소량의 핵분열물질을 장입하여 실험을 해보게 되는데 1KT 급이라 하여도 그 위력이 막강하니 꼭 화산 폭발하듯이 증거가 남을 수밖에 없다.

IAEA 사찰단이 이 실험흔적을 지적했을 때 북한은 “이 흔적은 원자로 동체에 대한 충격파 실험 흔적”이라고 대답한 바 있다. 원자로 안전을 위해 그런 엄청난 실험을 하다니, 궁색한 변명이 아닐 수 없다(물론 절대 안정성이 요구되는 핵단지 내에서 기폭장치 실험을 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된다는 반론도 있다).

북한 인민무력부 산하 ‘핵화학방위국’에서 근무하다 1993년 11월 남한으로 온 탈북자 이충국 씨는 자신이 직접 기폭장치 실험에 참가한 적이 있다고 증언하고 있으며, 1993년 3월 한국 국방장관은 국회에서 답변하기를 “북한은 기폭장치 실험을 1980년부터 영변지역에서 70회 이상 실시하여 기폭장치를 완료했다”고 밝힌 바 있다.

북한이 기폭장치 실험을 제네바합의 이전에 이미 70회 이상했으며 합의 이후에도 4차례 정도 실시했다는 것은 이미 정설에 가깝다. 물론 기폭장치 개발이 그리 손쉬운 것은 아니다. 제대로 된 핵무기를 얻자면 특수폭약이나 고속촬영카메라 등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러한 것은 국제사회의 제재 때문에 북한이 외국에서 공식적으로 수입할 수 있는 품목이 아니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북한이 핵무기를 현재 보유하고 있다고 해도 상당히 조잡하고 지저분한 형태일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③핵실험

북한은 현재까지 공개적인 핵실험을 하지는 않았다. 핵무기 제조에서 실험이 중요한 이유는 많은 예산이 투여된 상당히 정교한 무기이기 때문에 실험을 통해 그 실질적 효과를 시험하고 각종 장치에 대한 신뢰성을 얻기 위해서이다. 하지만 북한 같은 나라가 핵을 개발했을 때는 핵실험을 실시해서 세계 각국으로부터 비난과 제재를 받기보다는, 자국의 핵보유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NCND(Neither Conform Nor Deny) 정책을 취함으로써 협상의 도구로 삼는 것이 훨씬 유리할 것이다.

또한 꼭 핵실험을 해야만 핵폭발의 신뢰성을 보장받고 그 위력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현재까지 핵을 보유한 국가 중 최초의 핵실험에서 실패한 나라는 없었다. 1996년 UN에서 결의한 ‘포괄적 핵실험금지조약'(서명 154개국, 비준 51개국)이후 세계 모든 나라들은 어떠한 형태, 규모, 장소에서도 핵폭발 실험을 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

그래도 선진국에서는 편법으로 컴퓨터를 이용한 가상 핵폭발 실험을 하고 있다는데 북한이 이러한 기술까지 보유하고 있다고 보이지는 않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핵실험을 하지 않았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북한이 벼랑끝 전술의 마지막 카드로 핵실험을 감행할 수도 있다고 보는 사람도 있다)

④핵 투발수단

핵투발수단은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무기로서의 핵이 완성되는 중요한 요건이다. 현대전에서 주로 사용하는 핵투발수단은 ‘미사일’이다

사전에 보면 미사일은 “로켓, 제트엔진 등으로 추진되며, 유도장치로 목표에 도달할 때까지 유도되는 무기”라고 정의되어 있는데, 그래서 흔히 미사일을 ‘유도(誘導)미사일(guided missile)’이라 부른다.

탄도미사일(ballistic missile)은 어느 정도의 높이와 거리까지는 로켓의 추진력으로 날아간다. 하지만 작은 로켓에 담긴 연료로 그 먼 거리를 날아갈 수 없을 테니 일정 지점에 도달하면 로켓의 분사를 그치고 그 다음부터는 지금까지 가졌던 가속도에 의해 자유탄도를 그리며 목표에 떨어지도록 만드는 것이다.

ICBM은 Intercontinental Ballistic Missile의 약자로, 번역하자면 ‘대륙간 탄도미사일’이라고 불린다. ICBM은 말 그대로 대륙을 건너서 날아갈 수 있을 정도로, 사거리 1000km 이상의 미사일을 말하는데, 여기에 핵이나 생화학 무기를 장착하고 날아가면, 전장(戰場)이 어딘가에 상관없이 상대방의 주요 도시를 습격하여 대규모의 인명을 살상하고 큰 혼란을 초래하는 전략미사일이 되는 것이다.

1993년 발사된 노동 미사일은 960~1280km의 사거리를 갖고 있다. 이 정도면 북한에서 일본까지 날아갈 수 있는 미사일이고. 1998년 발사된 대포동 1호는 일본 혼슈 북단을 지나 발사지점으로부터 1900km 떨어진 태평양상에 추락했었다. 이미 북한의 미사일은 일본쯤은 충분히 사정거리에 두고 있다는 것을 대외에 선전한 것이나 다름 없다.

현재 북한은 대포동 2호를 개발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조금만 개량하면 사거리 6000km 이상으로 미국 본토까지 날아갈 수 있으리라는 관측도 있다. 대포동 1호가 더욱 세상을 놀라게 했던 것은 이 미사일이 3단계 미사일이라는 점이다.

98년 실험에서 북한은 3단을 분리하여 점화시키는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아무튼 “우리는 ICBM 기초가 되는 다단계 추진 기술도 갖고 있다”고 전 세계에 자랑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북한은 이 미사일에 인공위성(광명성 1호)을 실어 쏘았다고 주장했지만, 군사적인 지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인공위성’이라는 말보다도 그런 미사일 탄두 분리 능력을 보유했다는데 경악을 금치 못했을 것이다. 그 탄두에 인공위성이 아니라 핵폭탄이 실린다면 그것은 곧 전략핵무기가 되는 것이다.

4. 그럼 대체 북한은 핵을 얼마나 보유하고 있나?

북한이 IAEA의 샘플채취 및 미신고시설 사찰을 거부해왔기 때문에 정확한 파악은 힘들다. 다만 과거 핵개발에 참여해봤던 과학자들과 핵 선진국들은 대개 지금까지 북한이 최소 6kg에서 최고 24kg 정도의 플루토늄을 추출했을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이 정도면 내폭형 플루토늄탄을 1개에서 4개까지 만들 수 있는 양이다.

신건(辛建) 前국가정보원장은 2002년 10월 24일 국회 정보위에서 한 비공개 보고를 통해 “북한이 10~30㎏ 정도의 농축 우라늄을 확보해 조악한 수준의 핵폭탄 1~3개를 만들 수 있을 가능성이 50% 이상이다”고 밝힌 바 있고, 이준(李俊) 前 국방장관은 2002년 10월 23일 국회 예결위 답변에서 “정부는 북한이 20kt의 핵무기 1, 2개를 생산할 수 있는 플루토늄 10~12㎏을 제네바 합의 이전에 추출해 보유중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고폭실험여부와 핵무기 소형화의 진척여부에 대해선 추적중”이라고 말했다.

5. 북한은 애초에 원자력 발전용으로 핵을 개발했는데 미국 등이 압력을 넣으니까 무기용 핵개발로 전환된 것 아닌가?

북한 핵개발의 역사를 전혀 모르고 하는 말이다. 1984년에 처음으로 북한에 핵개발 의혹시설이 발견되던 때, 북한은 원자력 발전용이라고 주장을 했지만 거기에는 전력공급에 필수적인 송전(送電)시설조차 갖춰져 있지 않았다. 세상에 전선 없이 전기를 보낼 수 있는 발전소도 있나. 또한 북한은 원자로 옆에 플루토늄 핵무기를 개발하는데 필요한 재처리 시설을 갖춰놓고 있으며, 핵폐기물 저장소에 대해 IAEA에서 의혹을 제기하자 사찰단의 방문 며칠 전에 흙으로 덮어버리는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의 행동을 거듭했다.

이 밖에도 북한의 핵이 발전용이 아니라는 의혹과 증거는 셀 수 조차 없이 많다. 더구나 현재 북핵문제는 2002년 10월 3일 미국 대통령 특사자격으로 북한을 방문한 제임스 켈리 국무부 차관보가 우라늄 농축에 의한 핵개발을 추진하고 있다는 증거를 제시하자 북한 외무성 제1부상 강석주 등이 그것을 시인하면서 발단하였다. 그 동안 북한은 핵이 있는 듯 없는 듯 수시로 말을 바꿨고, 친북세력은 이에 동조하여 그때마다 북의 논리에 동조했다. 그러나 이제는 북한이 공식적으로 핵보유를 시인함으로써 사실관계가 분명해졌다.

북한은 핵을 갖고 있다. 하루 아침에 완성될 수 있는 핵이 아니다. 북한은 제네바합의에 도장을 찍는 그 순간에도 핵개발을 멈출 의사가 전혀 없었으며 ‘오늘’을 향해 달려온 것이다. 부시 행정부 출범 이후 대북압박정책이 시작되기 훨씬 이전의 일이다. 전후관계를 분명히 보아야 할 것이다.

6. 실지로는 핵이 없지만 협상용으로 핵이 있는 듯 행동하는 것은 아닌가?

그렇다면 그야말로 제 무덤을 파는 식이다. 핵을 갖고 있다는 것은 협상의 성과를 높이는 수단이 전혀 되지 못한다. 북한이 핵을 갖고 있지 않는데도 있는 척 한다는 것은 국제관계의 진행양상을 전혀 모르는 사람들, 특히 김정일 같은 사람들의 오판이다. 없으면 없다고 분명히 보여주면 엄청난 이득을 얻을 수 있는데 무엇 하러 부득불 허튼 짓을 한단 말인가. 다시 한번 강조하건대 지금 김정일은 제 무덤을 파고 있다. 한 사람의 오판이 민족을 불행의 소용돌이로 몰아넣고 있다. 그 오판을 제거해야 할 시점이다.

7. 북한의 핵위협은 남한이 아니라, 미국이나 일본을 향하는 것이 아닌가?

1999년 8월 북한은 러시아로부터 미그전투기 40대를 도입했다. 또한 2000~2001년에는 러시아의 최신형 전투기인 미그 31기 20대 8억 달러 어치를 도입했다. 1억 달러면 미곡물협회에서 지원하는 옥수수를 200만톤 정도 구입할 수 있는 막대한 돈이고, 이 정도의 양이면 북한의 년간 곡물부족분 200만 톤을 메워 단 한사람도 굶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8억 달러이면 8년 동안을 굶지 않고 살 수 있는 돈이다.

그런데 최근만이 아니라 극심한 식량난 속에 수 백만 명이 굶어 죽던 90년대 중반에도 김정일은 핵무기 제조물질과 장비를 도입하고 있었다. 자기 나라 국민도 눈 하나 까딱 하지 않고 굶겨 죽이는데 대한민국 국민을 동포라 여겨 남한을 향해 핵을 사용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짝사랑에 빠진 정도가 아니라 백치(白痴)라 볼 수 있다.

근본적으로 북한의 핵개발은 김정일 개인의 왕국을 견고히 하고 인민들을 더욱 고통스럽게 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앞서 보았듯 인민이 굶어 죽든 말든 엄청난 예산을 써가며 핵놀음을 계속하고 있다. 김정일의 손에 핵이 놓여지는 것을 그대로 방치해두면 더욱 기고만장하여 세상을 협박하며 인민들의 고통의 시간을 연장시킬 것이다.

남북이 통일되면 북한의 핵이 남한 것이 될 것이므로 좋은 것 아니냐는 주장이 있는데, 핵을 비롯한 모든 대량살상무기는 그것이 남한 것이 되었든 북한 것이 되었든 미국 것이 되었든 지구상에서 다 없어져야 한다. 한반도의 통일이 어떠한 모습으로 전개될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북한의 핵무기를 남한이 접수(?)하게 된다 하더라도 자진해서 해체하는 것이 세계 평화를 위해서 바람직한 일이다

8. 북한이 한국과 일본을 제물로 삼을 수도 있지 않은가?

물론 맞는 말이다. 3백만 명을 굶겨 죽이고도 눈 하나 꿈쩍 않은 김정일이 같은 민족이라고 핵공격의 대상으로 삼지 않으리란 법은 없다. 최후의 발악으로 핵을 쏘고 공멸하지 않겠느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이는 영화나 소설 속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비록 작은 울타리이긴 하지만 일국의 황제로 모든 부귀영화를 다 누리고 있는 김정일이 불필요하게 도발을 감행할 이유는 없다. 김정일도 그 정도의 판단능력은 있다.

‘만에 하나의 도발’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우려는 충분히 이해가 되지만 그렇다고 핵을 용인해줄 수는 없다. 그것은 용인해 주는 것이 아니라 굴복하는 것이다. 코 앞의 안정을 위해 지금 하나를 굴복하면 나중에 더 큰 화를 입게 된다. 협박과 공갈로 연명하는 깡패에게 그러한 전술이 통할 수 있다는 잘못된 시그널을 전해주는 것은 끊임없는 굴욕만을 낳게 된다. 한발 물러서면 두 개를 요구하고, 두발 물러서면 다섯 개를 요구하는 식이 될 것이다. 미연에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버리려는 단호한 자세가 요구된다.

9. 북한이 왜 핵을 보유하면 안되는가?

북한과 미국을 비교해 보자. “북한이 핵을 갖는 것이 뭐가 문제냐”는 주장도 제기되는데 만약 두 나라가 핵을 갖고 있다고 했을 때 북한이 핵을 쏘기 쉬울까, 아니면 미국이 핵을 쏘기 쉬울까? 이러면 사람들은 미국이 핵을 훨씬 많이 갖고 있으니 사용하기도 훨씬 쉬울 것 아니냐고 생각하던데, 핵은 갖고 있는 숫자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단 한 개를 갖고 있더라도 그것을 ‘누가’ 소유하고 있느냐가 중요한데, 미국의 경우 만약 핵미사일을 발사하려고 하면 대단히 많은 동의절차를 거쳐야 한다. 처음 작전을 계획한 군부 내에서도 이견이 많을 테고, 군부에서 의견이 일치되었다 해도 행정부의 동의를 구해야 하고, 행정부의 결심이 섰어도 의회의 승인을 받는 등 다단계의 안전장치를 갖추고 있다. 그리고 국제사회의 비난은 물론이고 국내의 비난여론도 만만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북한의 경우 작동경로가 뻔하지 않는가? 당연히 김정일 손가락에 작동 버튼이 있을 것이고, 이것은 누구도 말리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민주주의적 장치가 갖춰진 나라의 핵과 그렇지 않은 나라의 핵은 하늘과 땅 차이로 그 의미가 완전히 다르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북한의 핵은 그것이 안보상의 문제 때문이라고 하더라도 결코 좋게 볼 수 없다. 대체 누구를 위한 안보인가? 알다시피 현재 북한 정권은 주민 수백 만 명을 굶어 죽게 하고, 수십 만 명의 정치적 반대자들을 수용소에 가둬 두고 있으며 그러는 동안에도 인민생활과는 전혀 관계없는 수령우상화와 대량살상무기개발에 수백 만 달러를 쏟아 붓는, 비이성적인 정권이다. 그런 정권을 지키겠다고 아득바득 핵놀음까지 하는 것을 우리가 과연 ‘안보’라고 미화해줘야하겠는가?

10. 적절한 보상을 해주면 핵개발을 포기하지 않겠나?

도대체 얼마만큼, 그리고 왜 보상을 해줘야 하나. 그 동안에도 국제사회는 중유공급과 경수로 지원 등 충분한 보상을 해줬다. 그러나 북한은 음지에서 핵무기를 만들어 이제 보유했다고 선언하기까지 하지 않았다. 이러고도 더 믿어보자고 말할 수 있겠나. 북한은 스스로 모든 신용을 잃었다.

사실 그 동안의 보상도 반드시 해줘야 할 보상은 아니었다. 당연히 폐기해야 할 것을 폐기하는 것인데 왜 보상을 해주나. 앞으로도 마찬가지다. 북한의 핵포기를 이야기하면서 보상을 함께 논의하게 되면 북한은 “정당한 것을 잃으면서 당연한 보상을 받는다”는 엉뚱한 결론에 이르게 된다.

일단 무조건적으로 폐기하고, 설령 보상이 있더라도 그 이후에나 이야기를 꺼내야지 폐기와 보상을 대가로서 논하면 또 한번의 실패를 되풀이하게 된다. 1차 북핵위기 때의 실패는 ‘몇 기 정도의 핵무기 제조’라는 어쩌면 작은 실패에 불과했지만 이번에 다시 한번 실패하면 ‘핵무기 대량생산과 세계 테러집단으로의 전파’라는 엄청난 불행을 낳게 될 것이다.

11. 미국 및 강대국들의 핵보유에는 왜 반대하지 않는가?

NPT 체제는, 국제정치를 공부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지적하는 대표적인 불평등 조약이다. ‘2차대전 후 최고의 걸작’이라고도 불리는 NPT는 1967년을 기준으로 핵 보유국, 비보유국을 갈랐고, 핵탄을 보유할 수 있는 나라를 기존의 핵 보유국으로 제한했다. 이들 나라는 핵폭탄 ‘소지허가증’을 받은 셈이다. 하지만 보유국들은 NPT 체결 이후 다자간 혹은 양자간 협상을 통해 꾸준히 핵무기 보유 숫자를 줄여왔다.

물론 1995년 NPT의 무기한 연장을 검토하던 회의에서 “핵 보유국의 핵 감축 속도가 너무 느리다”는 지적이 있었고 이것 때문에 NPT 연장회의가 난항을 겪기도 했지만 NPT 체제가 불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나라는 없었다. 현실적인 필요성은 다 공감하고 있는 것이다. 아직 확실하게 서로간에 신뢰감이 조성되지 못한 탓도 있고, 기득권을 놓치지 않으려는 생각도 있으며, 특히 최다 보유국인 미국인 과감한 핵감축을 하지 못하는 것도 비판받아야 한다.

그러나 북한 핵문제를 이야기하면서 ‘미국도 갖고 있는데’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한 비유이다. 미국이 핵을 갖고 있다는 것이 북한이 핵을 개발해야 할 어떠한 명분도 안된다. 특히 평화주의자일수록 북한의 핵개발을 반대해야 한다. 핵에 대응해 핵을 개발하겠다는 ‘악의 사슬’은 평화주의자들이 가장 경계하고 반대해야 할 논리 아닌가? 그런데도 북한 핵 이야기만 나오면 엉뚱하게 ‘미국의 대북 강경책이 문제다’하는 엉뚱한 이야기부터 꺼내는 자칭 평화주의자들의 속내를 이해할 수가 없다.

The DailyNK 기획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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