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核 연내 불능화 위해 ‘낮은 단계’로 추진할 듯

북한 핵시설 불능화를 협의하기 위해 미.중.러로 구성된 북핵 불능화 기술팀이 영변 핵시설을 둘러보고 있는 가운데, 불능화를 당초 목표보다 낮은 수준의 단계로 실시 하기로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 양국은 당초 불능화 수준을 폐기에 가까운 수준으로 추진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부시 미 행정부가 북핵 폐기 완료 시점을 내년 여름에서 가을까지로 못박고 있어 이를 위해선 ‘연내 불능화’가 선결돼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한 외교소식통은 12일 “북핵 폐기 로드맵을 예정대로 이행 하려면 불능화 단계를 가급적 빨리 마쳐야 한다는 것이 관련국들의 인식”이라며 “불능화 수준을 높게 잡을 경우 연내에 불능화를 완료한다는 계획은 뒤로 늦춰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불능화 대상 핵시설은 ▲영변의 5㎿ 원자로 ▲방사화학실험실 ▲핵연료봉제조공장 등 영변 핵시설 3곳을 우선 대상이다. 불능화 작업은 미국이 단독으로 진행하거나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부분적으로 참여할 가능성이 있다.

불능화는 말 그대로 가동 중인 시설을 못 쓰게 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핵심 부품을 제거하는 것부터 아예 시설 자체를 부수는 것까지 수많은 방법이 가능하다.

원자로의 경우 연료봉 주위를 감싸고 있는 ‘흑연 블록’을 해체하는 것이 확실한 불능화의 방법이다. 그러나 이는 복구에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해 높은 수준의 불능화로 분류된다. 그러나 흑연 블록은 방사능에 오염돼 있어 해체에 시간이 많이 필요하고 피폭의 위험도 있다.

연료봉을 제거한 뒤 그 자리를 콘크리트 등으로 막아 못 쓰게 하는 것은 위험도를 낮추면서도 불능화의 확실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영변 5㎿ 원자로는 모두 810개의 연료봉 구멍이 있는데 이를 메우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그러나 이 방안을 북한이 받아들일 가능성은 높지 않다.

방사화학실험실의 경우 사용 후 연료봉을 잘게 쪼개 화학물질을 섞는 ‘반응로’를 해체하는 것이 가장 확실하다. 이 과정을 거쳐야 플루토늄과 우라늄을 분리 추출할 수 있지만 과거 한번의 재처리만 했다 하더라도 반응로는 방사능에 오염돼 해체에 시간과 기술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낮은 단계의 불능화를 이행하기로 의견을 모은 불능화 기술팀은 원자로 자체는 그대로 두고 핵분열 속도를 조절하는 제어봉 구동장치를 제거하는 방안을 북측에 제시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존 울프스탈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도 11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서 “북한은 원자로 자체엔 손대지 않고 원자로 제어장치에 손상을 입히는 정도만 받아들일 것”이라며 “원자로에 구멍을 뚫거나 시멘트를 붓는 방법은 원자로를 영구적으로 못쓰게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북한이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혔다.

한편, 숀 매코맥 국무부 대변인은 12일(현지시각) 기자간담회에서 “크리스토퍼 힐 동아태 차관보로부터 불능화 기술팀 미국측 대표인 성 김 한국과장이 12일 영변원자로를 둘러봤으며, 13일엔 나머지 2개 시설을 살펴볼 것이라고 보고해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영변을 방문한 북핵 기술팀은 “그들이 요청한 모든 것을 다 봤다”고 덧붙였다.

이어 “북핵 기술팀이 완벽한 불능화 방안을 내놓을지 여부는 모른다”며 “주고받기식 협의가 있겠지만 이 팀이 실질적인 불능화 방안을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북핵 불능화 기술팀은 13일까지 영변의 3개 핵시설을 모두 둘러본뒤, 14일 평양으로 돌아와 북측과 세부 불능화 방안을 협의할 예정이다. 이어 다음주 중 열릴 예정인 6자회담에 협의 내용을 보고하면 참가국들은 보고 내용을 토대로 불능화 로드맵을 최종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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