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核 안보리회부 언급, 다음 시간표는?

▲ 김정일의 다음 선택은 무엇이 될 것인가?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북핵 유엔 안보리 회부문제를 직접 언급했다.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과 스콧 맥클렐런 백악관 대변인이 이미 안보리 회부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지만 대통령의 입을 통해 직접 확인됨으로써, 일부에서는 북핵문제가 이제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드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또한 김정일을 ‘위험한 사람’, ‘폭군’이라고 표현했다. 한동안 김정일에 대한 감정표현을 자제해오다 다시 포문을 연 것이다. 부시 대통령의 이러한 특별기자회견 답변 내용에 대해 북한은 어떻게 반응할까? 또 향후 북핵문제는 어떠한 방향으로 흘러갈까?

1. 北, 대미 강경비난

일단 북한은 안보리 회부 문제보다도 부시 대통령이 김정일을 ‘폭군’이라고 한 것에 더욱 격렬히 반응할 것이다. 지난해 8월 부시 대통령이 한 집회에서 동일한 발언을 했을 때 북한은 <조선중앙통신>의 외무성 대변인 성명을 통해 “부시야말로 히틀러를 능가하는 폭군 중의 폭군”이라고 응수한 바 있다. 이외에도 북한은 김정일을 비난하는 발언에 대해서는 열백 백배로 갚아준다는 식으로 막말을 퍼부었다. 이번에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위 성명에서 북한은 미국이 6자회담을 통해 북한의 핵개발을 저지시키는 것에 대해 “우리의 체제를 전복시키는 것이 미국의 본심”이라고 말했다. 역시 이번에도 이러한 것을 강조하며 “안보리 회부를 선전포고로 간주할 것”, “우리는 전쟁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충분한 준비가 되어있다”는 강한 어조의 성명을 발표할 것으로 관측된다.

2. 北 핵재처리 완료 공개, 안보리 회부

7, 8월 정도까지 미국과 북한의 설전(舌戰) 위주의 공방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미국은 일단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외교적 해결 노력을 하면서 안보리 회부를 위한 포석 작업과 PSI 가동을 위한 외교작업을 동시에 진행할 것이다. 북한은 북한 나름대로 핵무기 대량 생산 공정에 박차를 가할 것이며 미사일을 개량하는 작업을 동시에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말하자면 미국과 북한이 각자 제 갈 길을 가는 것이다.

미국이 북핵문제를 안보리에 회부할 것으로 예상되는 시점은 ‘준비가 완료된 시점’이 될 것이다. 안보리 회부는 그냥 섣불리 꺼낼 수 없는 카드이다. 상임이사국 가운데 어느 한 국가라도 반대하는 경우가 발생하면 미국이 원하는 목표가 불발에 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안보리 결의가 확실히 이루어질 수 있는 준비가 끝났을 때, 즉 중국과 러시아 등이 미국의 입장에 전적으로 동의해줄 때 안보리에 상정할 것이다. 이번에 부시 대통령이 북핵문제의 안보리 회부에 대해 “(6자회담) 참가국들의 동의”를 강조한 것은 이 때문이다. 그 사전작업이 몇 개월간 진행될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은 지금 가동을 멈춘 상태인 원자로에서 연료봉을 추출, 재처리를 완료하고 “우리는 핵억지력을 더욱 강화했다”는 식의 성명을 발표할 가능성이 높다. 재처리 완료기간을 3, 4개월 정도로 잡을 때 그 시점이 올 8, 9월로 예상된다. 그렇게 되면 북한을 제외한 6자회담 5개 국은 인내력의 한계를 느끼게 될 것이며 본격적인 제재 필요성에 공감하게 될 것이다. 안보리 회부도 이때쯤에나 가능할 것이다.

3. 경제제재, 중국 참여하면 김정일 완전고립

안보리에서 결의할 수 있는 대북제재의 수준은 경제제재 정도가 될 것이다. 사실 ‘경제제재’ 자체만 놓고 본다면 북한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은 미미하다. 그러나 거기에 중국이 참여하게 되면 상황이 180도 달라진다. 현재 북한 경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역할은 거의 절대적이라고 할 수 있다. 아주 쉽게, 중국에서 북한으로 통하는 송유관만 며칠 끊어도 북한은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될 것이다.

의문스러운 점은, 김정일이 이런 결과를 예측하지 못할까 하는 것이다. 물론 김정일 역시 중국이 대북 경제제재에 참가하면 심각한 결과가 초래될 것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겠지만, 아마도 중국이 대북 경제제재에 참여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판단하고 있는 듯하다. 남한의 반대로 미국이 대북 무력사용을 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사실도 파악하고 있을 것이다.

따라서, 번지점프를 하는 사람이 로프의 튼튼함을 믿고 수십 미터 아래로 거침없이 뛰어들 듯 지금 김정일은 ‘중국은 나를 버리지 못할 것’, ‘미국도 나를 때리지 못할 것’이라는 나름의 국제감각을 갖고 핵게임에 질주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김정일이 지난 수십 년 동안 철저히 착각하고 있는 것은 그렇게 해서 핵을 갖게 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전혀 쓸모가 없다는 점이다. 협상용도 안 되고, 자칭 ‘핵억지력’도 안 되며, 무력과시용도 안 된다. 김정일이 아직도 이것을 깨닫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까울 따름이다. 결국 핵실험이나 몇 번 하다가 고립과 멸망을 자초하게 될 것이다. ‘폭군’의 쓸쓸한 최후다.

곽대중 기자 big@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