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核, 부시 최대 업적되나

북한 핵문제의 `진원지’격인 영변원자로 냉각탑이 27일 일순간 무너져 내렸다.

영변은 1990년대 초 1차 핵위기 때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북핵을 상징하는 대명사다. 그곳의 원형 냉각탑이 미국의 CNN과 한국의 MBC 등 6자회담 참가국 취재진과 미국의 6자회담 차석대표인 성 김 국무부 한국과장 등이 지켜보는 가운데 사라져 버렸다.

미국의 전임 행정부였던 민주당 빌 클린턴 정권에서나 가능했을지도 모를 일이 역설적이게도 집권초 대북 강경일변도로 치달았던 부시 행정부 밑에서 실현된 것이다.

북한의 핵프로그램 신고와 맞물려 이뤄진 미국의 대북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 및 적성국교역법 제재 해제, 냉각탑 `폭파 이벤트’로 이어진 일련의 가시적 결과는 조지 부시 대통령에게 재임기간 최대 업적이라는 `훈장’을 달아줄 가능성이 높다.

치솟는 유가와 가라앉은 경기, 장기화되고 있는 미군의 이라크 주둔, 국정운영의 좌표 상실, 해법을 못 찾는 이란 핵문제 및 중동평화 문제 등 어느 것 하나 내세울 만한 치적이 없는 부시 행정부 입장에서는 북핵외교가 그나마 체면을 세워주고 셈이다.

클린턴 행정부에서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를 지냈던 리처드 홀브르크 전 유엔대사는 “이번 일은 엄청난 진전을 이룬 것”이라며 “올바른 방향으로 빅딜이 성사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전 IAEA(국제원자력기구) 조사관도 이번 일련의 북미간 조치에 대해 “매우 의미있는 진전”이라고 규정하고 “다만 북한이 과거에 미국을 속였기 때문에 이번에는 엄격한 검증이 이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부시 대통령이 임기 말년에 북핵 문제에 있어 의미있는 진전을 본 것은 과단성있는 `정책 전환’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기세등등하던 네오콘(신보수주의자)들에 둘러싸여 대북 강경노선을 걷던 부시 대통령은 집권 2기인 2005년부터 크리스토퍼 힐 동아태 차관보에게 6자회담을 꾸리게 한 뒤 다자외교를 통한 대북 설득에 적극 나섰고, 지금 그 결실을 보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지극히 폐쇄적인 북한이 약 1만9천쪽에 달하는 영변 핵시설 가동일지 등을 미국에 넘긴 것은 물론 플루토늄을 설명하는 핵신고서를 제출하고, 영변의 냉각탑 폭파까지 마다하지 않게 된 것은 일단 부시 행정부의 외교적 노력이 효험을 발휘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CNN 방송은 “부시의 승리(win)”라고까지 치켜세우기도 했다.

하지만 부시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분명히 언급했듯이 북핵 신고는 핵 폐기를 향한 `첫 걸음’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그의 퇴임을 빛내주는 선물이 될지 아닐지는 앞으로 45일간의 움직임에 크게 좌우될 공산이 크다.

향후 한 달 반의 기간은 북한의 테러지원국 해제를 위한 `숙성기간’에 해당한다. 이 기간에 북핵 신고서에 대한 6자회담 당사국들의 검증작업이 진행될 것이고, 이 과정에서 특별한 하자가 발견되지 않는다면 일단 부시의 북핵 외교는 실패한 정책으로 `전락’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다만 미 의회 내에서도 여전히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해제 등에 대해 반대의견이 많은 점 등은 부시 행정부가 극복해야 할 내부과제다.

당장 공화당 소속인 일레아나 로스 레티넨 하원의원은 성명을 통해 부시 대통령의 대북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 통보에 우려를 표명하고, 영변원자로 냉각탑도 빈 껍데기에 불과하다고 비판하고 나선 점만 봐도 부시 행정부가 구상중인 북핵 로드맵이 그렇게 순탄하게 굴러가지 만은 않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클린턴 정부도 임기 말이던 2000년 당시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의 평양방문 등을 통해 북미관계 정상화에 바짝 다가서는 듯 했으나, 대선정국과 정권교체로 대북정책의 단절을 겪어야 했다.

마찬가지로 부시 행정부도 북핵외교에 총력을 기울이다시피 하고 있으나 대선변수가 잠복하고 있는데다 잔여임기도 얼마 남지 않아 `미완’의 상태로 차기정권에 마무리를 위임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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