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核 남북동맹’은 동아시아 악몽

▲ 盧대통령과 부시 美 대통령 (사진:연합)

북핵문제를 둘러싼 국제정치에서 한국까지 ‘방콕족’(밖에 나가지 않고 방안에만 처박힘)의 길로 향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노무현 정부와 일부 정치인들은 북한발 민족주의형 ‘방콕증상’에 전염되고 있다.

초기 증상은 이곳 저곳에서 확인된다. 2년 후 차기 대통령선거를 의식한 정치가들의 평양방문 행렬도 그 중 하나다. 김정일은 차기 대선 레이스의 유력한 주자로 부각되고 있는 정동영 통일부장관과 문희상 열린당 의장의 6.15 평양행사 참가를 인정했다.

왜곡된 민족주의, 북핵문제 꼬인다

“비료 20만 톤과 평양행 티켓을 바꾸었다”고 비판하는 야당 진영의 불만도 들린다. 그러나 야당의 일부 인사들도 평양행사의 초대장을 내심 기대하고 있는 눈치다. 정치적 야심이 큰 사람일수록 평양을 방문해 김정일을 비판할 용기는 없다. ‘민족주의’에 심취해 있는 한국 유권자들의 눈 밖에 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북한의 핵실험 소동이 있던 지난 4월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는 매우 충격적이다. <문화일보>와 <사회여론연구소>의 공동조사에서 ‘북핵문제의 유엔 안보리 회부’에 대해 응답자의 60%가 ‘반대’를 표명했다.

<프런티어 타임즈>와 <21세기 리서치>의 공동조사에서 ‘한국의 평화에 위협이 되는 나라’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58%가 미국과 일본을 꼽았으며 북한을 꼽은 사람은 18%에 불과했다.

이 조사에서는 “북한의 핵보유가 장래 통일한국의 국력 신장에 바람직하다”라고 응답한 사람이 44%에 이르렀다. 한국사람의 상당수는 “김정일의 핵무기는 미국이나 일본을 상대하기 위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 ‘북한을 향해 얼굴을 붉히며 할 말은 하는’ 정치인이 나올 수 있을까? 딱 한 사람이 생각난다. 한국 헌법에서 재선을 금하고 있는 ‘現 대통령’이다.

하지만 현정부는 좋게 말하면 ‘국민참여형’이지만 나쁘게 말하면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 형’이다. 위에 예를 든 여론동향을 생각하면, 현정부가 ‘김정일에게 얼굴을 붉힐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민족동맹’으로 기울지 않을까 걱정된다.

야치 외무차관 발언에서 美 본심 읽어야

최근, 이런 우려를 증폭시키는 사건이 일어났다. 야치 쇼타로 일본 외무성 차관이 “미국이 북핵정보를 한국정부와 교류하기를 꺼려하는 것 같다”고 말한 것이다. 일본에서는 별 문제가 아니었지만, 한국정부에서는 ‘응당한 처분’을 공식으로 요구하는 대소동으로 발전했다. 한국 의원단과의 비공식 회합에서 나온 질의응답에서 야치 차관의 발언이 문제가 되었다.

하지만, 야치 차관의 발언을 주의 깊게 읽어보면, 그가 일본정부의 입장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북핵정보를 제공하는 미국정부의 의향을 대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북한의 핵을 용인하는 듯한 한국사회의 분위기를 감안해 볼 때, 일본이 미국측에 기밀성이 높은 정보를 한국과 공유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무리가 있어 보인다.

한국정부가 흥분하는 이유는 야치 차관의 말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본심을 들킨 사람일수록 행동이 과장되는 법이다. 이것도 외교적 대응방법의 하나다. 그 대신 곁에서 직언해 주는 친구가 하나 둘씩 없어진다. ‘방콕증상’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노정부, 김정일과 단둘이 방콕?

제 아무리 독한 ‘방콕족’이라 하더라도 군것질이나 쇼핑을 위한 ‘특별한 외출’이 있다고 한다. 노무현 정부가 확실히 ‘방콕주의’(민족동맹)을 선택하게 되면, 김정일은 6자회담에 나올 것이다. 더 이상 UN 경제제재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노무현 정부가 충분한 지원을 약속한다면 미국의 군사 행동도 그다지 걱정스럽지 않을 것이다. 한국정부가 끝까지 미국의 북한 공격을 반대해줄 테니까 말이다.

미국과 군사적 대립이 첨예해지면 김정일을 돕는 ‘한국 의용군’의 등장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 실제, 한국의 인터넷 게시판에는 “북한의 핵개발을 지지한다” “유사시에 북한편에 서서 미국과 싸우겠다”는 글을 적는 젊은이들이 적지 않다.

이렇게 되면, 김정일은 ‘핵폐기’를 위한 회담을 ‘군축’을 위한 회담으로 뒤집으려 할 것이다.

따라서 노무현 정부와 김정일이 서로 끌어 안고 ‘단둘이 방콕’ 모드에 돌입하는 것은 동아시아 전체 상황에서는 ‘악몽’ 그 자체다. ‘단둘의 방콕’에 대한 대응책은 없는가?

美 ‘北주권국가론’은 양날의 칼

미국 정부는 지금 ‘양날의 칼’을 갈고 있는 것 같다. 일단 북한을 주권국가로 인정하면서 미-북 양자회담이라는 유연한 방침을 암시한다. 김정일의 양보를 기다리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또 다른 예리한 칼날이 있다. 북한이 주권국가라면(북한은 UN회원국) 미국의 대북정책은 훨씬 더 자유롭게 된다.

한국 헌법은 북한의 영토와 국민을 ‘대한민국 영토와 국민’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북한 주권국가론’은 한국정부가 미국의 대북정책을 ‘내정간섭’이라며 반대의견을 내세우는 법적 근거를 약하게 한다.

원래 이런 종류의 ‘양보’를 미국정부에 요구해 온 것은 한국정부다. 미국이 북한을 주권국가로 인정하는 것은 이러한 한국정부의 주장을 역으로 이용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여하튼, 한미정상회담에서 한국정부가 ‘민족동맹’의 자세를 보이면, 미국의 ‘양날의 칼’이 북쪽으로 향하게 될 것이다.

국민들의 힘으로 삼각동맹 복원해야

또 다른 대책도 있다. ‘방콕족’들의 증상을 치료하는 의사와 전문가들은 환자들의 왜곡된 심리상태를 치료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역설한다. 이것을 벤치마킹 해서 ‘같은 민족’과 ‘독재자’를 혼동하는 삐뚤어진 ‘민족주의’를 치유해야 한다.

북한의 인권개선과 민주화에 초점을 맞추어 ‘국민적 요구’를 통해 한-미-일 삼각 동맹을 서둘러 복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 힘으로 인터넷 게시판에 “북한인민의 편에 서는 북한민주화 의용군에 참가하겠다”라고 글을 쓰는 젊은이들을 늘려나가야 한다.

이영화 / 일본 간사이大 경제학과 교수


– 일본 오사카 출생(1954)
– 평양 조선사회과학원 유학(1991)
– (現)간사이(關西)대학 경제학부 조교수
– (現)<구출하자! 북한민중/ 긴급행동네트워크(RENK)>대표
– 주요저서<북조선 수용소군도>, <재일 한국, 조선인과 참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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