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核, 김정일 ‘양다리 전술’ 적중분석

북핵문제를 둘러싼 미북간의 대결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북한의 핵실험 소동이 본격화 되었던 지난 4월 무렵, 북한내부에서는 여러 종류의 흥미로운 이야기가 간부들의 사이에서 오갔다고 한다. 출처와 입수경위를 밝힐 수 없지만 주된 내용은 다음과 같다.

① “6월 중에 우리나라(북한)에서 아주 좋은 일이 일어난다.”
② “핵실험은 미끼이며, 실제로는 탄도 미사일의 시험 발사를 행할 것이다.”
③ “최근 김정일이 핵무기 개발팀의 노고를 치하하는 이례적인 문서를 내려 보냈다.”

이 정보들의 진위 여부는 매우 불투명하다. 사실 이런 종류의 내부정보는 쉽게 믿겨지지 않는다.

만약 실제로 북한이 핵실험을 실시할 능력도 없고 의지도 없다고 치자. 그렇다면 거짓위협으로 위기감을 고조시켜 6자회담이나 미북협상을 유리하게 진행하려는 모략정보의 일종으로 보여진다. 이것은 무시해버리면 그만이다.

위의 두번째의 정보(미사일 실험설)가 사실이라면, 북한의 ‘땡깡 부리기’ 가능성이 한층 더 높아진다.

그러나, 세번째의 정보(소형 핵탄두화의 성공 의미)가 사실이라면, 김정일은 핵실험 강행으로 정면 돌파를 꾀하는 ‘새로운 생존 전략’을 결심한 것으로 봐야 한다.

김정일, 주관적 판단에 빠질 가능성 높아

어느 쪽이 정답일까? 북한문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핵실험의 가능성을 ‘제로’라고 진단하거나 핵실험을 강행하더라도 ‘새로운 교섭 전술’이라고 보는 낙관론이 지배적이다.

이러한 낙관론자들은 “객관적으로 판단해 볼 때, 핵실험을 통해 북한이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아무 것도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비록 핵실험 능력이 있다 해도 “핵실험을 강행하면 핵을 안고 자멸하게 될 것”(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이라는 것이다. 이 관점에서 보면 첫번째 정보(6월중에 좋은 일)는 ‘6자회담 복귀’를 의미하게 될 것이다.

실제로 북한을 둘러싸고 있는 외부환경을 객관적이고 냉정하게 살펴보면 이런 분석도 성립할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과연 김정일이 객관적으로 냉정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상황인가 하는 문제다. 필자는 지금까지 김정일이 보여준 판단력에 큰 의문을 갖고 있다. 김정일은 북한의 내부환경, 즉 북한 내부의 정치역학에 떠밀려 냉정함을 상실하고 주관적 판단(독선)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런 가정을 전제한다면, 첫번째의 정보(6월중에 좋은 일)은 ‘핵실험 실시’를 시사하게 된다. 게다가 핵실험이 강행되면 더 이상 교섭전술용이 아니다. 잃는 것보다 얻는 것이 더 클 것이라는 계산이 분명해져야 핵실험을 강행할 테니까 말이다.

현재 主 목표는 탄두경량화와 투발수단 개량

그렇다면 김정일이 핵실험을 선택하게 되는 근거란 무엇일까? 일본을 사정권 안에 넣는 소형 핵탄두화와 그 운반수단(신형 미사일)의 개발이라고 보는 것이 옳을 듯싶다.

이 목표가 분명치 않은 이상 핵실험은 김정일에 있어 ‘백해무익’이다. 실제로 핵실험을 암시하는 움직임을 과시하는 것만으로도 지금까지 제각기 다른 입장을 가져왔던 6자회담의 참가국들은 미국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지금까지 ‘북한의 통역담당’ 이라고 조롱받아온 온 한국정부도 크게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한국의 방송사들조차 북한의 핵문제를 연일 보도하여 한국 국민들의 위기의식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5월 14일자 <세계일보>의 여론조사에서는 북한 전문가들의 절반 이상이 ‘대북화해정책의 실패’를 비판하고 있으며, 70%가 ‘6자회담 참가국과의 협조 강화’를 요구하고 있다.

북한의 후견인 격인 중국도 “북한이 핵실험을 실시하면 강력한 외교적 조치를 취한다”(왕자루이 중국공산당 대외연락부장)고 공언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정일은 마치 유엔의 경제제재를 각오하고 있는 듯하다.

‘벼랑끝전술’에서 ‘절벽에서 뛰어내리기 전략’으로 이동

김정일이 핵실험을 강행한다고 하면, ‘핵탄두 소형화’라는 목표가 달성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북한영토 안에서만 사용할 수밖에 없는 ‘자폭용’ 수준의 핵무기에서 해외(주로는 일본)까지 공격할 수 있는 핵무기로 발전한다면, 김정일은 체제유지를 위한 새로운 전략상의 가능성이 열리게 된다. 지금까지의 불리한 국면을 벗어나, 핵실험이라는 레드라인을 크게 뛰어 넘어 ‘이판사판의 대승부’로 나올 수 있는 것이다.

즉, 종래의 ‘벼랑끝 전술’에서 ‘절벽에서 뛰어 내리는 전략’으로 전환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일본을 인질로 삼으면서, 명시적인 핵 보유국으로서 6자회담에 참가해, 일-북수교 및 미-북수교를 통한 ‘대규모 원조의 획득’을 목표로 하는 줄거리가 만들어진다.

이 경우, ‘인질’은 일본의 안보뿐만이 아니다. 동아시아의 경제도 인질이 된다. 미국 정부는 북한의 핵실험이 한국의 주가를 절반 이하의 가격으로 폭락시킬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그리고 그 영향은 일본뿐 아니라 중국 경제에도 미친다. 그렇게 되면, 동북아시아의 안정을 위해 각 나라의 여론이 핵무기를 보유한 김정일 체제의 ‘연착륙'(핵 공포 속에서의 평화론)으로 기울게 될 것이라는 예측이 성립된다.

아직도 김정일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햇볕정책’으로 핵위기를 여기까지 악화시켜온 김대중 전대통령은 지금 상황에서도 이렇게 말한다. “현단계는 북한의 핵폐기에 대해 적당한 대가를 교환하는 협의의 단계이며 핵문제와 별로도 비료와 식량의 대북 지원이 필요하다”고 역설하고 있다(문화일보 5월 13 일자). 마치 김정일에게 보낸 선물이 너무 적었기 때문에 오늘날의 위기가 일어났다는 주장이다.

물론, 핵보유가 체제의 생존을 보장하는 절대적인 담보가 되는 것은 아니다. 비핵국인 한국과 일본의 저자세, 그리고 러시아의 무관심은 어느 정도 계산할 수 있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의 태도는 예측 불능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유엔 경제제재뿐 아니라 보다 격렬한 반응(군사적 압력)까지 각오해야 한다.

그런데도 김정일은 ‘절벽에서 뛰어 내리는’ 무모한 전략적 결단을 내릴 생각인가? 김정일은 도대체 어디로 착지할지, 또 무사히 착지할 수 있을지를 알고 있는 것인가?

아마도 김정일 자신도 잘 모르고 있는 것 같다. 객관적으로 판단해볼 때 ‘어리석음의 극치’다. 오히려, 솔직하게 6자 회담에 복귀하는 편이 훨씬 확실한 선택사항이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그것은 제3자의 눈으로 본 것이다. 만약 김정일이 외부로부터의 압력보다 북한내부에서 올라오는 압력이 체제의 위협이라고 생각한다면, 그의 판단은 달라질 것이다.

결정적 국면에서 우유부단함 보여 온 김정일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는 북한의 핵개발 문제로 관계국을 방문하면서 “(김정일이 6자회담 복귀에 대해) 왜 전략적 결단을 내릴 수 없는가를 더 연구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북한의 핵실험 징조가 정찰위성으로 포착되어 대소동이 시작되기 직전이었다. 힐 차관보의 눈에는 김정일의 일련의 핵소동은 그야말로 ‘어리석은 짓’으로 비친다.

핵실험의 유무는 위성 정보 등으로 확실히 포착할 수 있다. 그러나 그보다 훨씬 중요한 것은 정찰위성으로는 측정할 수 없는 ‘김정일의 판단근거’라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필자는 RENK(구출하자 북한민중 긴급행동 네트워크)의 홈 페이지에서 힐 차관보가 던진 말에 대한 일정한 해답을 제시해온 바 있다.

즉, 북한에서 선군정치를 둘러싼 인민군과 노동당의 대립 갈등(혹은 군-당-내각의 3파 갈등), 그리고 이러한 국내 정치의 난제를 눈앞에서 보고 있는 김정일의 우유부단함이 힐 차관보가 던진 말에 대한 ‘해답’이다. 의외로 생각되지만, 과거에도 김정일은 결정적 국면에서 우유부단한 태도를 보였다.

김정일은 구소련이 붕괴됐을 때 베트남식의 개혁개방 노선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리고 94년 미북 제네바 합의를 준수하겠다는 간단한 결단도 내리지 못했다. 이번 북한의 핵보유 선언과 핵실험 소동이 벌써 세 번째다. 이스라엘과 같이 선언도 실험도 하지 않고, 사실상의 핵 보유국으로서 국제사회로부터 인정받겠다는 ‘예술적 전략’도 선택하지 않았다. ‘천재적인 예술가’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군부 반발, 핵포기 못해

올해 2월 RENK가 수집한 여러 가지 북한 내부 정보를 종합해보면, 북한 국내정치의 추세는 6자회담 복귀로 기울고 있었다. 요컨대 95년부터 10년 계속된 선군정치를 일단락 짓고 피폐된 경제를 재건할 방침이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3월 5일자 <노동신문>은 “사회주의 건설에서의 승리의 열쇠는 경제 지도 관리의 개선에 걸려 있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최고인민회의가 돌연 연기된 사실에서도 나타난 것처럼, 3월 하순에는 이 방침이 흐지부지 되었다. 선군정치를 계속 요구하는 군부의 반발을 예상할 수 있는 대목이다.

문제는 ‘군부의 반발’의 내용이다. 그것은 김정일을 변심시키는데 충분한 내용이 아니면 안된다. 요컨대 핵병기 개발의 일대 진전 외에 다른 것이 없는 것이다.

단적으로 말하면 소형 핵탄두의 개발과 ‘신형 중거리 미사일의 개발’(로렌스 미 국방차관보, 5월 4일 발언)이다. 일본을 사정권에 둘 만큼이라면, 이미 북한은 ‘노동 미사일’과 ‘대포동 미사일’이 있다. 그런데도 굳이 신형 미사일의 개발에 착수하는 것은, 핵탄두 개발(소형화의 진척 상황)과 관련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실제, 예정보다 많이 늦게 개최된 최고인민회의에서는 선군정치의 추진도, 경제개혁의 추진도 아닌, 어중간한 ‘신정책’이 선포되었다(4월 11일).

“농업 생산에 나라의 모든 역량을 총집중한다”고 하는 농업중시 정책이 그것이다. 게다가 군수공업을 한층 더 발전시켜 “대외 경제활동을 적극적으로 전개해 타국과의 경제협력 활동을 실질적으로 실시한다”고 했다. 북한은 이것을 ‘당의 원대한 구상’이라고 자화자찬 했지만, 황당무계할 뿐이다. 핵보유 선언과 핵실험 소동을 벌이면서 ‘타국과의 적극적인 경제협력 활동’을 운운하는 자체가 말이 안되는 것이다.

따라서 ‘신정책’의 진심은 경제재건에 있었던 것이 아니다. 군과 당의 갈등(선군정치와 경제개혁의 대립)을 두고, 마지막 순간에 김정일이 군과 당에 양다리를 걸친 것이라고 해석해야 옳다. 과거 10년간의 선군정치의 성과를 핵실험으로 과시하고 10년간의 경제재건을 핵보유에 거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작전이다.

이러한 원대한 구상(?)을 실현 가능케 하는 묘책이 있다고 하면, 그것은 ‘경제협력 활동’이 아니라, 핵무기 개발(소형 탄두화)을 전제로 한 ‘타국에 대한 경제협박 활동’밖에 없다. 시대착오적인 농업중시 정책도 국제사회의 경제제재를 각오한 단기적인 목표라면 어느 정도 정책적 정합성이 있다.

국제사회, 북한 내부갈등 유도해야

하지만 이러한 국내사정에 근거한 김정일의 ‘양다리 작전’이 국제사회에 통할지는 의문이다. 북한의 이러한 정황을 간파했는지 중국은 가까운 시일내에 북한에 특사를 파견할 준비를 하고 있다. ‘핵보유에 의한 체제유지인가, 경제재건을 위한 대 중국관계 유지인가’에 대해 김정일에게 양자택일을 강요할 방침이라고 전해진다(5월 14 일자 교토통신).

북한이 일본을 핵미사일의 인질로 삼고 국제사회에 “북한이냐, 일본이냐?”는 식의 양자택일을 강요한다면, 대답은 아주 분명하다. 일본과 한국이 동요하지 않는다면, 김정일의 ‘두 마리 토끼 작전’은 통하지 않을 것이다.

핵무기를 갖고 있지 않은 일본과 한국이 가야 할 길은, 핵의 위협에 결코 굽히지 않고 서로 협력해 북한 내부의 군-당-내각의 갈등과 대립을 확대해 내부붕괴를 촉진시키는 정책 마련과 신속한 대응이다.

이영화 / 일본 간사이대 경제학부 교수


– 일본 오사카 출생(1954)
– 평양 조선사회과학원 유학(1991)
– (現)간사이(關西)대학 경제학부 조교수
– (現)<구출하자! 북한민중/ 긴급행동네트워크(RENK)>대표
– 주요저서<북조선 수용소군도>, <재일 한국, 조선인과 참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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