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核 검증체계 구축 난망…테러국 해제는?

북한이 오는 11일을 기해 미국으로부터 테러지원국 명단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하지만 그 가능성은 현재 매우 현저히 낮아지고 있다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미 행정부는 의회에 특정국가에 대한 테러지원국 명단삭제 방침을 통보한 후 45일간 의회로부터 별다른 이의제기가 없으면 자체 재량권을 행사해 명단삭제 조치를 취할 수 있다.

북한의 경우, 조지 부시 대통령이 지난 6월 26일 북한의 핵프로그램 신고에 상응한 ‘행동 대 행동’ 조치 일환으로 의회에 테러지원국 명단삭제 방침을 통보한 바 있다. 때문에 예정돼 있는 대북 테러지원국 해제 시점은 이달 11일이다.

그러나 북한이 45일이 지나자마자 곧바로 테러지원국의 오명을 씻어낼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먼저 통상적으로 테러지원국 해제는 국무장관의 선언으로 족하다는 견해가 있지만, 대통령이 최종적으로 지시를 내리는 형식적인 절차가 선행한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조지 부시 대통령이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에게 지시를 하고, 이를 받아 라이스 장관이 북한의 테러지원국 해제를 공식선언하는 통과의례를 거쳐야 하는 셈이다.

하지만 보다 더 큰 문제는 ‘행동 대 행동’ 원칙에 따른 북한 측의 상응한 조치가 아직까지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점이다. 즉 미국의 테러지원국 해제와 맞바꾸기에 충분한 핵프로그램 검증 메커니즘이 도출되지 않고 있는 것.

부시 대통령이 최근 북한의 테러지원국 해제문제와 핵프로그램 검증체제를 연계할 의사를 내비치는 등 허들을 높이고 있는 것은 테러지원국 해제문제가 시간만 지나면 거저 주어지는 선물이 아님을 강조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여기에다 부시 대통령이 막판까지 일본인 납치문제에 민감한 일본측 입장을 배려한다면 북한의 테러지원국 잔류는 당분간 연장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다만 북한과 미국이 테러지원국 해제가능 시발점인 11일 이전에 핵 검증체제 협의를 마무리 짓기 위한 핵심 당국자간 추가회동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져 앞으로 일주일 후인 11일 해제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어 보인다.

이와 함께 미국 내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시한내 대북 테러지원국 삭제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국무부 한국과장을 지낸 스탠퍼드대 아태연구소 데이비드 스트라우브(David Straub) 한국학 국장은 4일(현지시각) “최근 부시 대통령 자신을 포함해 행정부 고위인사들의 공개적인 발언을 검토해보면 북한이 11일까지 검증체계에 동의하지 않으면 미국은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해제하지 않을 것임을 강력히 시사한다”고 RFA를 통해 밝혔다.

주한 미부대사를 지낸 바 있는 에반스 리비어(Evans Revere) 코리아소사이어티 회장도 “의회 내 정통한 관계자들과 얘기해보면 이달 11일, 45일간의 의회 통보가 지나면 북한이 자동적으로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해제되는 것으로 믿고 있지만 실제는 다르다”며 “최근 라이스 국무장관 등 미국 정부 고위관리들의 말을 들어보면, 북한의 테러해제를 늦추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고 분석했다.

국무부 정책기획 국장을 지낸 미첼 리스 박사는 지난달 30일 ‘검증체계 없는 북한의 테러해제 불가’ 입장을 밝힌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의 데니스 와일더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의 발언을 상기하면서 “와일더 국장의 공개 발언은 북한에 대한 압력이기도 하지만, 11일까지 검증체계를 마련한다는 미국의 목표가 사실상 힘들다는 점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헤리티지 재단의 클링너 선임연구원도 검증체계 없는 북한의 테러해제 가능성을 낮게 보면서도, 이번 주 말 성 김 미 국무부 북핵담당 특사가 베이징에서 북측과 비핵화 실무협상을 가질 것으로 보여 막판 타결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또한 국무부 북한 담당관을 지낸 퀴노네스 박사도 “부시 대통령이 북한에 대한 테러해제 방침을 번복하면 스스로도 당혹스러운 만큼 베이징 올림픽 방문을 계기로 모종의 타협안이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북핵 검증체계 구축과 관련, “지난달 12일 끝난 베이징 6자 수석대표회의에서 북측에 건넨 검증 이행계획서 초안에 대해 북측이 아직까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면서 “현재 분위기로는 오는 11일 전까지 검증체계가 구축되지 못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연합뉴스가 5일 복수의 외교 소식통의 말을 인용,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