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核은 안보리 아닌 6자회담 틀내에서 해결돼야”

40여분 회견 내내 한시도 흐트러짐 없는 자세를 보인 주리란(朱麗蘭.70.여)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교육과학문화위생위원회 주임(위원장)에 대한 첫 인상은 중국이 자랑하는 ’철낭자’ 우이(吳儀.68) 부총리의 모습을 보는 듯한 것이었다.

우 부총리보다 체구는 작지만 강단 있는 자세나 ’분명히 말하건데’식의 명쾌한 발언 등은 그가 칼라 힐스, 샬린 바셰프스키 등 미 무역대표부(USTR)내 실력자들을 주눅들게 했던 우 부총리에 비견되는 여장부라는 생각을 들게했다.

서울 소공동 프레지던트 호텔에서 21일 개막된 제2차 한.중 여성지도자 포럼’ 참석차 20일 방한한 주 주임은 프레지던트 호텔 VIP룸에서 가진 연합뉴스 회견에서 남성 각료들도 곧잘 피해가는 민감한 주제들인 북핵이나 중.일관계 등에 대해 “북핵 유엔 안보리 회부 반대” “일 정부 책임” 이라며 거침없이 대답해 나갔다.

다음은 주 주임과의 일문 일답.

— 방한 후 첫 일정으로 노태우(盧泰愚) 전 대통령을 예방했는데.

▲중국인은 전통적으로 옛친구를 잊으면 안된다는 생각들을 갖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은 한.중 양국간 국교정상화에 가장 큰 공헌을 한 인물이어서 제일 먼저 찾아 뵙고 안부를 물은 것이다.

— 환담 내용은.

▲정부 차원의 교류 확대 등을 위해 협력해달라는 요청을 했다. 또 구체적으로 시기를 못박지는 안았지만 노 전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초청했다. 중국인민외교학회에서 앞서 초청했는데 실현되지 않아서 다시 한 번 요청한 것이다.

— 미국이 북핵문제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부 가능성을 경고하고 나섰는데.

▲이에 대한 우리 입장은 명확하다. 한반도 비핵화와 핵문제가 반드시 6자회담을 통해 해결돼야 한다는 것으로, 중국은 북핵문제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부를 분명히 반대한다.

— 중국 주요 도시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반일 시위가 열리고 있는데.

▲리자오싱(李肇星) 외교부장의 말대로 일 정부가 (역사 문제에 대한) 책임을 져야한다. 교과서 왜곡이나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 등의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 등으로 중국 인민의 일본에 대한 반감이 심화됐다. 그러나 중.일 양국은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함께 진보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분명한 것은 우리가 반대하는 것은 일 정부이지 일본 국민들이 아니라는 점이다.

— 98년 7월 중국 최고위급 관리로서는 분단(1949) 후 처음 대만을 방문한 정치인으로서 현재 양안(兩岸) 관계를 어떻게 보고 있나. 중국의 반분열국가법 제정 이후 관계가 한층 격화된 느낌이다.

▲대만과 교류가 없을 때만해도 우리는 서로 상대방을 ’마귀’로 인식하며 욕하곤했지만 서로 만나 대화하고 협력하면서 상호 발전이 가능하며 감정적으로 통일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됐다. 중-대만 양안은 물론 남북관계에서도 감정적인 통일이 안되는 것은 정치인들의 잘못이다.

— 대만 인사들과도 ’진지한 대화’를 나눴다는 말인데.

▲그렇다. 90년대 후반 서울에서 열린 태평양경제협력위원회(PECC) 과학.기술포럼 의장을 맡았는데, 당시 대만 호칭 문제로 고민하다가 리궈정(李國鼎) 대만 대표를 미리 만나 협의했다. 포럼 후에도 커피를 마시면서 서로 공감이 가는 대화를 나누며 이해의 폭도 넓힐 수 있었다. 지금도 서로 왕래하며 친하게 지내는 사이다.

— 과학기술부장 재직시에도 한국을 방문했는데, 특별한 기억이 있다면.

▲포항제철과 포항공대 방문시 강렬한 인상을 받았다. 대학 정문 앞에 수많은 과학자들 사진이 있었는데 한 쪽에 빈 공간이 남아 있었다. 대학관계자 얘기를 들어보니 “이 자리를 메울 한국인 과학자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었다. 귀국 후 만나는 사람마다 이런 얘기를 들려줬다.

— 한국 여성들의 사회적 지위에 대해.

▲한국이나 중국을 막론하고 여성들은 ’남성 주도 사회’라는 피할 수 없는 운명에 직면해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을 헤쳐나가야하는 게 여성들에게 주어진 길이다. 한국 정부는 여성들이 좀 더 공평하게 남성들과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줬으면 한다. 여성들도 자강(自强), 자립, 자신 등 3자(自) 정신으로 무장해 스스로의 지위 향상 노력을 기울여야한다고 생각한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