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核위기 발단 `HEU 증거’ 다시 아리송

제2차 북핵위기의 발단이 된 북한의 고농축우라늄(HEU) 프로그램 진행과 관련, 2002년 10월 방북한 제임스 켈리 당시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북측에 증거를 제시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돼 이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될 전망이다.

1978년 이래 한ㆍ미 정상회담을 비롯해 북ㆍ미 간 회담에 통역을 담당한 김동현(69)씨는 20일(미국 현지시간) “켈리 당시 차관보가 북한의 HEU 프로그램 문제를 제기했을 때 ‘미국이 결정적 증거를 갖고 있다’고 말했으나 그 증거를 보여주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당시 북한의 강석주 외교부 제1부상도 ‘우리가 HEU 프로그램을 갖고 있다’는 명시적 표현을 쓰지는 않았다”면서 “그러나 당시 미국이 갖고 있던 확실한 증거나 강 제1부상 발언의 전체 맥락 등으로 미뤄 누가 보더라도 강 제1부상이 HEU 프로그램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미국과 북한 사이에는 켈리 차관보의 평양을 방문 후 미 국무부가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이 HEU 프로그램을 시인했다”고 발표하면서 이른바 ‘2차 핵위기’가 점화됐으며, 이후 HEU 프로그램의 존재 여부를 놓고 상반된 입장을 고수하면서 갈등이 심화됐다.

특히 미 국무부는 당시 “(켈리 차관보가) 플루토늄을 확보했다는 증거를 제시하자 북한이 핵개발 계획을 시인했다”고 밝혔으나 북한의 핵개발 문제가 ‘HEU 보유’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북핵 위기는 더욱 심각한 상황으로 번졌다.

켈리 차관보는 2002년 11월 회견에서 직접 “강석주 부상이 ‘우라늄 농축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며 북측의 HEU 프로그램 진행 사실을 거듭 확인하면서 북측을 압박했다.

이에 대해 북측은 HEU에 대해 “미국이 있지도 않은 우리의 ‘우라늄 농축문제’에 대해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고 있다”고 일관되게 반박해 왔다.

한성렬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차석대사는 지난해 9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의 입장은 HEU 프로그램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고 혐의가 있으면 증거를 대라는 것”이라며 “증거가 있다면 그에 기초에 해결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과 북한의 주장이 정면으로 엇갈리자 일부에서는 “북한의 우라늄 핵무기 개발 의혹 주장은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증거 없이 왜곡, 과장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애덤 어럴리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지난해 11월 “북한은 우라늄 농축프로그램에 필요한 자재들을 구하기 위해 서방에 접근했다”며 “원심분리기 배관 4천개 분량의 알루미늄 배관을 실은 선박이 독일 당국에 적발됐고, 2003년 9월엔 중국이 국경에서 핵 프로그램에 사용될 수 있는 화학물질 적재 선박을 저지했다”면서 증거의 일단을 밝히기도 했다.

한편 국가정보원은 지난 2월 “북한이 HEU 개발을 추진해 왔지만 국제사회의 감시 강화로 주요 장비도입이 차단됨에 따라 농축공장 건설에는 이르지 못해 아직까지 HEU를 제조하거나 보유하지는 못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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