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핵프로그램 신고서 제출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핵 6자회담도 조만간 재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의 핵 신고서 제출에 따른 미국의 테러지원국 해제 조치도 곧이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미국이 신고서에 대한 철저한 ‘검증’을 강조하고 있고, 미국의 대선이 임박한 점을 고려할 때 북핵 3단계 폐기 협상은 올해를 넘길 가능성이 높다.
RFA(자유아시아방송)는 20일 ‘북핵 협상과 관련해 미∙북 양측과 밀접한 소통을 갖고 있는 미국 외교전문가’의 언급을 인용, “다음 주가 사실상 북한 핵 결말을 이룰 중요한 시기”라고 밝혔다.
6자회담 우리측 수석대표인 김 숙 한반도 평화교섭 본부장도 18일 “이달 안으로는 신고가 되지 않겠나 기대한다”고 밝혔고,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도 18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북한이 중국에 곧 핵프로그램 신고서를 제출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북한이 핵 신고서를 제출하면 미국은 곧바로 테러지원국 해제 절차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8월 본격적인 대선 정국을 앞둔 부시 행정부는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북핵 2단계 협상을 마무리하고 3단계 북핵 폐기협상에 돌입해 구체적인 ‘결과물’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한국과 미국, 일본의 북핵 6자회담 수석 대표들도 19일 일본에서 회동, 북한의 조속한 핵프로그램 신고서 제출 및 철저한 검증의 중요성을 재확인하는 한편, 핵 불능화 조치 및 경제·에너지 지원 등 2단계 조치 이행을 가속화하기 위한 방안을 협의했다.
3국 수석 대표들은 2단계 비핵화 이행조치 마무리 및 3단계 협상 개시를 위해서는 조속히 6자회담이 개최돼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 했다.
북한도 그동안 미국에 1만 8천여 쪽의 핵자료를 제공했고, 걸림돌이었던 일본인 납치자 문제의 재조사를 약속하면서 테러지원국 해제를 위해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왔다. 이미 불능화 작업도 11개 중 8개를 완료한 상태다. 영변 원자로 냉각탑 폭파라는 ‘볼거리’ 조치도 약속했다.
따라서 일본이 아직 납치자 문제 해결 없이는 미국의 테러지원국 해제에 반대하고 있지만, 이것이 미국의 테러지원국 해제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또 라이스 장관이 “(테러지원국 해제) 조치가 발효되기 앞서 45일 동안 핵 신고의 정확성과 완전성을 검증하고 북한의 협력수준을 계속 평가, 협력이 불충분하면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부시 행정부가 임기말 성과에 집착하는 만큼 테러지원국 해제에 돌입할 것이라는 것이 대북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미 의회조사국(CRS)의 래리 닉시 박사는 RFA와의 인터뷰에서 “부시 행정부는 북-일 회담을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하기 위한 최소한의 요건을 충족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 재단 선임연구원도 “미국과 북한 간에 이견이 존재하지만 현시점에서 미국의 테러지원국 해제 조치를 막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우 국방연구원 군비통제연구실장은 “북한의 핵 프로그램 신고 절차가 ‘정치게임’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북한의 핵에 대한 ‘진실’을 규명하기 보다는 ‘흥정’에 따라 협상이 마무리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 연구실장은 “북한이 플루토늄에 대한 용처, 재고량 등을 성실히 신고해 핵무기 생산 능력 등에 대한 종합적인 검증이 될 수 있어야 하는데, 북한이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럼에도 미국은 북한의 일정 수준의 신고에 ‘합격선’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의 핵 신고와 미국의 대북 테러해제 수순이 진행되면 북핵 2단계가 사실상 마무리된다. 하지만 본격적인 검증 문제가 상당한 시간을 필요로 하는 만큼 핵폐기 문제 등을 다룰 비핵화 3단계 협상은 올해를 넘길 가능성이 높다.
또 북한의 핵 신고가 늦춰질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 이 경우 6자회담은 사실상 동력을 상실해 북핵문제는 내년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
닉시 박사도 “6월중 북핵 신고가 마무리되고 북한의 테러해제 등 미국의 상응행동이 취해지지 않으면, 미국내 정치 일정상 북핵 과정의 동력이 상실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 연구실장은 “북한이 제출한 신고 내역을 번역하고 제대로 검증하는 데도 수년이 걸릴 수 있다”며 “그러나 핵 신고와 검증이 ‘정치게임화’ 되었기 때문에 핵폐기 협상은 부시 임기 내 시작도 못할 것”이라고 관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