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核사태, 윤곽 드러나는 `조율된 조치’

북한 핵실험에 따른 정부의 조율된 조치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크게 보면 대북 경협 관련법령을 정비해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고 남북 경협 및 교역사업에 대해서는 사안에 따라 민관 분리론을 적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나가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들 조치에는 유엔 대북 결의의 이행조치와 핵실험에 따른 국내외 상황이 반영됐다.

법령 정비는 유엔 결의 1718호 8조를 국내적으로 제도화하는 작업에 해당하며 경협사업의 경우 이번 결의안의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판단에 따라 핵실험 이후 달라진 안팎의 정서나 분위기를 반영하는 작업인 것이다.

◇ 화물검색 강화하고 품목 조정 = 정부는 일단 대북 반출품에 대한 검색을 강화하고 남북 교역 품목을 조정하는 작업에도 착수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유엔 결의가 대량살상무기(WMD) 프로그램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모든 품목의 제공, 판매, 이전을 금한 데 따른 것이다.

검색 강화는 크게 세관과 남북해운합의서, 이 두 틀을 기본으로 해 이뤄질 전망이다.

실제로 정부는 대북 반출품목에 대한 세관의 엄격한 화물검색을 실시하는 동시에 남북해운합의서에 따라 북한 화물선에 대한 모니터링 활동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북한 항구를 오가는 선박에 대한 감시활동에 그치지 않고 제3국을 오갈 때 우리측 항구에 기항하는 북측 화물선에 대한 검색 활동까지 조심스럽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품목조정은 유엔 제재위원회에서 사치품을 포함한 품목 리스트가 나오면 대외무역법이나 남북교류협력법에 따른 고시나 공고 등을 통해 반영하면 된다.

운영 측면에서는 전략물자 수출통제 제도를 더욱 까다롭게 가동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연간 10억 달러 규모인 남북교역의 위축이 당분간 불가피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 대북 자금이동 투명성 놓고 고심 = 관심을 끄는 것은 대북 송금의 투명성 확보 문제다.

이는 유엔 결의 8조d항이 “각국의 법 절차에 따라 북한의 핵, WMD, 탄도미사일 관련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자국 내 자금과 금융자산들을 동결하고 북한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개인이나 단체들도 자국내 자금이나 금융자산을 사용치 못하도록 한다”고 못박아 놓았기 때문이다.

유엔이 북한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개인이나 단체들에 대한 ‘블랙리스트’를 내놓을 경우에 대비해 국내법적 보완책이 필요한 실정인 것이다.

이를 위해 외국환거래법에 따른 ‘대북투자 등에 관한 외국환관리지침’을 개정할 수도 있지만 별도 규정을 통해 안전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기류도 적지 않은 상태다.

문제는 1998년 이후 민간이 경제논리에 따라 경협사업(일반교역 제외)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북한에 지급한 현금이 9억5천만 달러 가량이지만 이들 현금의 용처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정부는 북한에 전해지는 자금이 대량살상무기(WMD) 제조 등과 관련이 없음을 검증하는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증방안으로는 현금 대신 현물로 북측에 지급하는 방안이나 용처 추적이 가능한 수표를 쓰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지만 북측의 수용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 금강산 보조금 끊고 철도자재 제공 유보 = 정부는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 사업이 유엔 결의안과 무관하다는 입장이지만 일부 조정작업을 진행 중이다.

우선 금강산관광에 대한 정부 보조금 중단과 대북 철도자재장비 제공 유보 조치를 꼽을 수 있다.

금강산관광사업 보조금은 2002년 시행된 ‘금강산관광객에 대한 경비지원 지침’에 따른 관광경비 보조와 도로포장과 소방시설 건설 등에 쓴 시설투자 보조로 나뉜다.

관광경비 보조는 통일교육과 관련 교사들의 역량 강화 및 현장체험 지원 명목으로 2004년과 2005년 겨울 비수기에 남북협력기금에서 각각 29억7천만원, 49억7천만원을 지출했고 2002년에는 이산가족·장애인·국가유공자·학생 등의 금강산관광을 위해 215억원을 보조했다.

그러나 이들 보조 중단은 규모가 적은 것은 물론이고 이 중에서 북으로 들어가는 관광 대가는 더욱 미미하다는 점에서 상징적 조치일 뿐 실효성은 별로 없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이런 보조금 중단은 핵실험 이후에도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지나갈 수는 없다’는 논리가 적용된 것으로 보인다.

개성공단의 경우 투자심리 악화까지 겹치면서 10월 중으로 예정했던 1단계 2차 분양을 무기 연기했다.

이와 함께 임금 직불제의 조기 도입을 통해 자금 흐름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제도적 보완장치를 적극 강구하겠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북측 노동자에게 임금을 직접 지불하는 직불제는 이미 북한이 만든 개성공단 노동규정에 들어가 있지만 북측이 시행을 미루면서 지금은 임금을 북측 기관을 통해 간접적으로 지급하는 대신 노동자들을 상대로 임금명세서에 서명을 받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현지에 북측 은행이 없다는 점이 직불제 도입이 늦춰지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철도도로연결과 관련한 자재 제공 문제는 당국 간 사업이라는 측면에서 성격이 다르다.

정부는 이 때문에 철도시험운행이 불가능해진 상황에서 경고에도 불구하고 북측이 핵실험을 강행한 만큼 더 이상 사업 진행이 불가능하다고 보고 일단 자재장비 제공을 유보했다.

북측 구간의 건설을 위해 지금까지 1억 달러가 넘는 규모의 자재장비를 차관 형식으로 제공했지만 이번에 유보된 규모는 미집행된 1천200만 달러 규모로 알려졌다.

이는 7월 북한의 미사일 발사 이후 쌀 차관과 비료 제공을 유보한 조치와 비슷한 맥락에서 취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정부는 그러나 대한적십자사를 통한 수해물자 지원에 대해서는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북송작업이 잠정 유보된 상태지만 다음 주면 최종 결정을 내릴 것이라는 게 정부 당국자의 설명이다.

현재로서는 전면 중단하는 방법과 계속하는 방안을 둘 다 배제할 수 없지만 절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이 절충안은 이미 90%를 보낸 쌀은 인도적 성격이 강한 만큼 예정대로 지원하지만 잔여물량이 아직 많고 수해복구가 아닌 다른 용도로 전용될 우려가 제기된 시멘트와 덤프트럭 등 자재장비의 경우 중단하는 방안을 내용으로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민간단체를 통한 수해지원은 계속하는 쪽에 무게를 두고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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