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核문제 해결 위해 적극 대응해야 할 ‘이유’

북핵문제는 이제 식상한 주제가 된 것 같다. 요즘 날씨까지 더워서인지 ‘hot issue’인 북핵문제도 이슈화되지 않는 모양새다. 그러나 아무리 더워도 우리는 북핵문제를 잊어서는 안된다. 북핵문제가 갖는 국제정치적 의미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북한은 4월 13일 헌법에 핵보유국임을 명시하고 핵보유국임을 자임했다. 우리가 북한의 핵보유를 인정하지 않으면 그만이겠지만(현재 우리 정부와 미국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음) 그것은 그렇게 간단치 않다. 북한이 ‘사실상’의 핵보유국이 된다면 국제적 지위는 그만큼 높아질 수밖에 없는 한편, 한반도에 큰 소용돌이를 몰고 올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미국은 핵보유국에 대해 현실주의적 입장을 취해왔다. 큰 틀에서 미국은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 등 사실상의 핵보유국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면서 구소련이나 중국견제, 테러범 제압 등을 위한 카드로 활용하였다. 이는 미국이 핵확산방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지만 일단 핵보유국이 되면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미국 국익에 보탬이 되도록 한다는 역발상인 것이다.


미국이 북한에 대해서도 같은 정책을 편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고, 상상하기도 싫다. 그러나 미국은 매우 현실주의적인 국가이어서 향후 핵보유국이 된 북한을 어떻게 대하는지에 대해 면밀히 주시할 필요가 있다. 아시아서 중국과의 패권다툼을 지속하고 있는 미국이 어떤 대북 정책을 펼 것인지는 우리의 민족이익과 국가이익 모두에 결정적이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미국은 대북 압박을 통한 문제해결 원칙을 고수하고 있는 것 같다. 특히 미국 의회는 북한의 항복을 이끌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다. 미국 상원은 6월 20일 대통령의 면제 조치 없이는 북한에 식량지원을 하지 못하게 하는 농업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앞으로 하원 통과 절차가 남아있어서 법안으로서의 효력발생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미국의 대북 강경 입장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안이다. UN의 대북제재까지 받고 있고 경제난으로 인해 아사직전인 북한에 대해 마지막 일격(finish blow)을 가하려 한 것이다.


더불어 미국은 각종 한미일 합동 군사훈련, ‘한반도 미사일방어체계(KAMD)’ 확립 등을 통해 대북 군사적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북핵문제 발생 이후 대북 군사적 압박이 처음은 아니지만 작금의 조치들은 북한 태도 여하에 따라서는 언제든 대북 군사공격까지도 감행할 수 있다는 암시를 내포하고 있다.


오바마 정부는 아시아중심정책을 하나하나 실천해 나가고 있다. 미국은 2020년까지 아시아에 배치되는 미 해군 함정 비율을 현재 50%에서 60%로 늘리기로 했다. 이에 대해 중국과 러시아는 지난 4월 최초의 해상 합동군사훈련을 실시했다. 바야흐로 신냉전체제가 한반도를 중심으로 도래하고 있는 형국이다. 우리는 19세기말과 20세기 초반 이 땅에서 벌어진 동서양의 패권다툼으로 인해 어떤 일이 발생했는가를 경험했다. 강대국 패권투쟁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어떤 일이 발생하는가도 잘 목도하였다.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니지만 북핵문제와 북한문제 때문에 한반도가 또 다시 세계패권경쟁의 한복판에 서게 된다면 우리 민족의 운명이 어떻게 될 지 아무도 알지 못한다. 따라서 우리는 북핵문제에 대해 적극적인 해결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그것은 우리의 운명적 책무다.


북한에서는 김정은 정권이 등장한 이후 새로운 많은 정책들이 나오고 있다. “미국과는 싸우지 않겠다”는 입장에서부터 약점을 솔직히 인정하는 정책까지 다양하다. 김정일 총비서는 이미 생전에 주한 미군의 역할에 따라 “주둔을 용인할 수 있다”는 ‘교시’를 시사한적도 있다. 그 역할은 미국이 동북아에서 균형자(balancer) 역할을 하는 것이다. 김정은이 유훈통치적 입장에서 이를 준수한다면 향후 어떤 ‘파격적인’ 대미 정책을 내놓을 지 예측하기 어렵다.


또한 북한은 중국으로의 일방적 경도를 우려하고 있다. ‘자주로선’의 심대한 훼손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역사적인 경험을 고려하면 북한은 미국보다 중국을 더 두려워하고 있는지 모른다. 중국은 우리를 너무 괴롭혔기 때문이다. 김정일도 생전에 “중국을 믿을 수 없다”는 말을 여러 차례 한 바가 있다. 이러한 이유에서 모순된 평가이기는 하지만 김정일은 미국과의 관계개선 등 외교의 다변화를 위해 나름 노력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1960년대 소련과 중국을 오가는 등거리 외교정책을 구사해 국익을 극대화한 바가 있다.


결국 한반도 문제가 미국의 대중 정책과 북한의 대미 정책 여하에 따라 우리의 입장과는 전혀 다르게 전개될 수도 있다. 그 결과 우리는 또 다시 한반도 문제의 중심에서 벗어날 수가 있다. 북핵이나 북한문제를 주변국의 해법을 기다리기 보다는 우리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할 소이(所以)가 여기에 있다. 대미 정책과 대중 정책, 대북 정책을 ‘영리하게’ 해야 할 이유가 있단 얘기다. 바야흐로 정치에 계절에 차기 최고 지도자가 국제정치적 소양을 갖추어야 할 이유도 여기에 있다. 뜨거운 여름에 ‘뜨거운 주제’인 북핵문제를 잊지 말고 ‘차갑게’ 대처해 나가야 할 지혜가 필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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