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日, 납치 재조사 합의 배경과 전망

북한과 일본이 13일 새벽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 피해자 재조사 방식과 일정, 일본의 대북 경제제재 단계적 해제에 전격 합의함으로써 2006년 북한의 핵실험 및 미사일 발사 이후 교착상태를 거듭했던 양국간 관계 회복의 길이 열렸다.

특히 지난 6월에 이어 두달만에 열린 이번 회의에서 북한이 ‘권한이 부여된 조사위원회’를 신속히 구성해 조사에 나서고 ‘가능한 한’이란 단서가 붙었지만 올 가을까지 조사를 완료한다는데 전격 합의한 것은 일본측에 있어서 상당히 고무적인 것이다.

지난해 9월 취임한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일본 총리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의 대북 강경론에서 벗어나 북한과의 ‘대화’를 강조해왔으나 그동안 북일관계에 별다른 진전을 가져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6월 회담에서 북한의 납치 피해자 재조사와 일본의 대북 경제제재 일부 해제라는 방침에 합의하면서 집권 자민당내 강경파들로부터 불만의 목소리가 팽배했던 상황에서 신속한 재조사를 끌어냄으로써 후쿠다 총리는 국내의 반발 여론을 어느 정도 잠재울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역으로 후쿠다 총리가 이달초 개각을 통해 새출발을 한 만큼 이번 북일 협상에서 눈에 보이는 가시적 성과를 얻지 못할 경우엔 국내에서도 거센 역풍에 휘말릴 가능성이 있었던 점은 일본측이 이번 회담에서 납치 재조사 일정 등을 합의하는데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또 일본측이 납치문제 해결을 요구하면서 홀로 대북 견제에 나서면서 6자회담의 진전에 장애가 된다는 국제사회의 비판도 신경쓰이는 부분이었다.

북한측으로서도 일본과의 협상에서 일정한 합의를 도출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던 점도 양측간 전격 합의를 이끌어내는데 영향을 준 것으로 평가된다.

북한이 핵프로그램 신고에 따라 미국에 의한 테러지원국 해제가 가능한 시점인 11일 6자회담 북일국교정상화 실무회의를 시작한 것도 북한이 미국 등 6자회담 참가국에 보내는 일종의 신호로 읽혔기 때문이다.

여기에 미국이 “북한이 핵프로그램 신고내역에 대한 검증 방안에 대해 합의할 때까지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상황인 만큼 북한에 있어서는 일본의 대북 경제제재를 일부라도 해제하는 것이 테러지원국 지정해제에 유리한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과 일본이 납치문제 재조사 방법과 일정, 대북 경제제재 해제 시점 등에 대해 합의를 이끌어냈지만 이런 약속이 얼마나 제대로 이행될지는 불투명한 상태다.

우선 북한이 ‘권한이 부여된 조사위원회’를 구성하고 신속히 조사를 실시해야 하지만 조사위원회의 면면에 따라서는 일본측이 반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일본은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의 의중이 실린 인사들을 기대하고 있지만 북한측이 어떤 인사들을 기용할지는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또 ‘가능한 한’ 올 가을에 조사를 종료한다는 부분도 역시 논란의 소지가 있는 부분이다. 또 북한의 재조사를 일본측이 확인하는 방식과 관련해서도 양측은 합의문에서 ‘북한이 진척 정도를 수시로 통보’, ‘일본측의 관계자 면담, 조사 결과 직접 확인 협력’이라고 다소 모호하게 표현했다.

아울러 일본측은 북한의 재조사 개시와 동시에 인적 왕래 및 전세 항공편 입국 규제 해제를 실시한다고 하면서도 구체적인 타이밍은 향후 양측간 협의를 통해 조정해 나가겠다고 했다.

북한이 조사위원회를 구성하고 재조사에 착수한 이후라도 북한과 일본의 국내 상황의 변화에 따라서는 이런 일정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런 점들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테러지원국 해제 여부, 일본의 정치상황 변화 등이 향후 납치 재조사 및 대북 경제제재 해제 합의 이행 여부의 변수가 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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