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日 `납치문제 악순환’ 고리 끊을까

납치문제를 놓고 6자회담에서 서로 한 치도 물러서지 않던 북한과 일본 사이에 새 바람이 불 것인가.

북한과 일본이 오는 5~6일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열리는 양국관계정상화 실무회의에서 납치문제를 둘러싼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계기를 만들 수 있을 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 6자회담 소식통은 회담장에서 북.일 양측이 납치문제를 놓고 벌이는 평행선 공방을 묘사하며 “‘부활’을 믿느냐, 마느냐하는 신학적 차원의 논의같다”며 우스개 소리를 했다. 그 만큼 이 이슈는 접점을 찾기 어려워 보인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북일 관계의 변화 조짐은 심상치 않다. 그 변화의 바람은 주로 일본 쪽에서 불어오고 있다.

일본의 마치무라 노부타카(町村信孝) 신임 외상은 지난 달 28일 언론 인터뷰에서 북한에서 발생한 집중호우 피해에 대해 인도적인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 자리에서 “납치문제와 모든 것을 관련시켜 생각해야 하는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납치문제 진전이 있기 전에는 6자회담 틀에서의 대북지원에 동참하지 않겠다는 것이 일본의 공식 입장이었기에, 마치무라 외상의 그같은 발언은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또 이번 북일간 실무회의에서 첫날 국교정상화 문제를 논의한 뒤 둘째날 납치문제를 논의하기로 했다는 일본 언론 보도도 심상치 않다. 앞서 올 3월 하노이에서 열린 1차 회의에 앞서 일본은 납치문제와 국교정상화를 함께 논의할 것을 주장한데 대해 북한은 ‘절대 수용 불가’로 맞선 바 있기 때문이다.

또 송민순 외교부 장관은 1일 마치무라 외상과 최근 통화한 내용과 관련, “일북관계가 앞으로 나갈 수 있는 모멘텀을 만들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데 맞느냐’고 물었고, 그는 ‘그런 방향으로 나가려 한다, 다만 북측도 움직여야 한다’고 했다”고 전했다.

일본의 이 같은 변화조짐은 마치 지난해 11월 중간선거 패배 이후 부시 행정부가 북핵 외교와 관련, 대화기조로 급선회한 사례를 연상시키고 있다.

아베 정권이 지난 7월 참의원 선거에서 참패를 당한 후 불기 시작한 이런 변화의 조짐은 북미관계가 속력을 내고 있는 상황에서 더 이상 납치문제로 인해 6자무대에서 소외되어서는 안된다는 일본 측의 위기의식을 반영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최악의 지지율에 허덕이고 있는 현 아베 행정부로서는 납치문제에 더 강경한 목소리를 내는 전략 대신 유연성을 발휘하는 반대 전략을 씀으로써 6자회담 및 한반도 문제에서의 영향력 복원을 꾀하는 쪽이 나은 카드라는 판단을 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이번 북일 실무회의에서 양측이 납치문제의 탈출구를 찾는 데 공감하고, 국교정상화와 관련한 조금의 진전이라도 볼 수 있다면 6자회담 트랙에 중요한 동력을 제공케 될 것으로 외교가는 보고 있다.

비록 북한의 비핵화 결단에는 북미관계 정상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등이 더 중요한 동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지만 북일 수교시 수반될 것으로 기대되는 식민지배 배상금 등은 북한의 핵폐기 결단을 촉진하는 하나의 요인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많은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결국 이 같은 일본의 변화조짐에 북한이 5~6일 관계정상화 실무회의에서 어떻게 호응할 지가 관심거리다.

일본으로서도 납치 문제에 걸어놓은 고리를 단번에 풀기는 어려운 만큼 북한이 ‘일본인 납치는 이미 해결됐다’는 종전 입장에서 조금이나마 유연성을 보여야 이 논의가 진전을 볼 수 있을 전망이다.

북측이 납치피해 재조사에 유연한 태도를 보이거나, 최소한 납치 문제를 계속 테이블 위에 올려 놓고 논의할 수 있다는 정도의 입장만 보이더라도 이번 논의는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을 것으로 외교가는 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도 최근 조지 부시 대통령과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의 발언을 통해 북에 대한 테러지원국 지정을 해제하려면 납치문제에 진전이 있어야 한다는 뉘앙스의 언급을 함으로써 이번 논의를 측면 지원하고 있는 양상이다.

하지만 비관론도 만만치 않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002년 일본인 납치 사실을 화끈하게 시인했다가 잘 되어가던 북일관계 정상화 논의가 파국으로 치달았던 기억을 북한이 쉽게 잊을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또 납치문제가 북미간 최대 현안인 농축우라늄 문제와 달리 인명과 직결된 민감한 문제여서 북한 입장에서 논의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 자체가 상당한 ‘리스크’를 감수해야 하는 일이라는 점도 낙관론을 경계하게 만드는 대목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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