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中, 6자.외자유치 ‘투트랙’ 접근

북한과 중국이 최근 6자회담 재개와 대북투자를 통한 우회적 경제지원 논의라는 ‘투트랙’ 협의에 나서는 모양새다.


양국의 이런 투트랙 접근은 왕자루이(王家瑞)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의 방북과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의 방중을 통한 북.중회담을 계기로 더욱 뚜렷하게 드러난 양상이다.


북한의 대남통이자 조선대풍투자그룹의 이사로 알려진 원동연 통일전선부 부부장 겸 조선아시아태평양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 6일 베이징을 방문해 일주일 가량 머물면서 투자유치 활동을 한 점이 가장 눈에 띈다.


원 부부장은 실제 조선대풍투자그룹의 이사장을 맡은 김양건 아태평화위 위원장(국방위원회 참사 겸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을 적극 보좌하면서 대북 투자유치의 실무를 총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 9일 4박5일 일정으로 중국을 방문해 한반도 사무 특별대표이자 6자회담 수석대표인 우다웨이(武大偉)와 릴레이 회담을 벌인 김 부상의 발언에서도 양국의 투트랙 접근 정황이 포착된다.


김 부상은 방중 기간인 지난 11일 베이징 소재 세인트 레기스 호텔에서 공개적으로 모습을 드러내 “조.중문제, 조선평화협정 체결문제, 6자회담 재개 문제 등에 대해 깊이 있게 의견을 교환했다”고만 밝혀 의구심을 불러 일으켰다.


북한이 가장 뼈아프게 제기하고 있는 대북제재 해제 요구와 이와 맞물린 경제지원 문제가 언급되지 않아 이 발언의 ‘의도’에 관심이 모아졌으나 결국 정무와 경제문제를 분리해 논의했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졌다.


한 대북 전문가는 북한이 그간 대북제재 해제를 6자회담 재개의 전제조건으로 줄기차게 주장해왔지만 만약 중국의 ‘통 큰’ 대북투자가 이뤄진다면 이는 크게 신경쓰지 않아도 될 문제라고 분석했다.


북한의 외자유치 창구인 조선대풍투자그룹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이 15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애초 북측과 6자회담 재개 논의를 하러 간 것으로 관측됐던 왕 부장의 방북 때 대풍그룹을 통한 중국의 대형은행 두세 곳과 다국적기업의 투자문제가 논의됐다고 밝힌데서도 이런 분위기가 읽힌다.


베이징 외교가에선 특히 왕 부장의 방북 사흘째인 지난 11일 북한의 최고 지도자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왕 부장을 면담해 비핵화 실현의지를 재차 확인하고 북.중관계 강화 발언을 한 데 주목하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김 위원장이 왕 부장을 통해 중국의 대북 투자 의지를 확인하고 김 부상 파견을 통해 6자회담 재개 의지를 보였으며 이와 병행해 북.중간에 경제적 논의를 본격화하고 있다는 관측을 내놓는다.


최근 한반도 주변의 역학관계로 볼 때 의장국으로서 6자회담 조기 재개의 필요성을 절감한 중국과 외부로부터 물자조달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에서 화폐개혁을 단행하는 바람에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북한이 왕 부장의 방북을 기폭제로 서로 ‘윈-윈’의 모양새를 갖춰가고 있다는 것.


이 같은 분위기는 북한 당국이 2002년 9월 양빈(楊斌.44) 전 어우야(歐亞)그룹 회장을 신의주특구 행정장관으로 임명하자 곧바로 중국 당국이 양 회장을 체포해 18년 형을 선고했던 때와는 전혀 다르다는 게 베이징 외교가의 분석이다.


실제 북한이 지난달 20일 국방위원회 결정으로 “국제금융기구, 국제상업은행들과 거래하며 국가정책에 따르는 중요 대상들에 대한 투자업무를 수행”할 ‘국가개발은행’ 설립 방침을 밝힌 데 이어 대북 투자의 ‘핵심고리’라고 할 수 있는 조선대풍투자그룹이 중국에서 활동을 본격화하는데도 중국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조선대풍투자그룹의 소식통이 밝힌 대로 평양-신의주 철도, 중국 투먼-북한 라선특별시 철도, 평양 시내 10만 세대 주택건설 등이 본격화하면 중국으로서도 낙후된 동북3성의 경제 활성화 등 적지 않은 ‘실리’를 챙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근래 몇년 새 북한과의 거래에서 철광 등의 자원 ‘흡수’에 주력해왔던 중국은 이제 자국의 동북3성이 태평양으로 뻗어갈 경제전략적 요충지인 북한의 라진항에 주목하고 있으며 대북 투자가 본격화하면 이 ‘목표’에 한 발짝 더 다가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라진항이 중국에 개방되면 동북3성은 미국, 일본으로 향하는 물류비를 대폭 줄일 수 있어 경제발전이 촉진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두만강 하구 공유수면 16㎞를 북한과 러시아가 점유해 태평양으로 나가지 못하는 중국은 북한에 라진항 항구 사용을 줄기차게 요구해왔으며 이에 대비해 창춘(長春)~옌지(延吉)~훈춘(琿春)을 잇는 400여km 구간의 지린성 고속도로 건설을 거의 마친 상태다./연합